#BTS #우먼파워 #다양성.. 2021 그래미 어워즈, 키워드로 미리보기

심윤지 기자 2020. 11. 25.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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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방탄소년단이 지난해 미국 로스앤젤레스 스테이플스센터에서 열린 제62회 그래미 시상식에서 래퍼 릴 나스 X와 함께 ‘올드 타운 로드’를 부르고 있다. AFP연합뉴스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후보에 오른 그래미 어워즈는 미국 음악상 중에서도 최고 영예의 상으로 꼽힌다. 가수, 프로듀서, 엔지니어, 평론가 등 음악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미국레코드예술과학아카데미(NARAS) 회원들이 투표를 통해 후보 및 수상자를 선정한다.

차트 성적이나 앨범 판매량보다는 ‘음악성’에 초점을 맞춰 심사를 한다. 이때문에 가수들은 그래미 후보로 호명되는 것도 영광으로 여긴다. 24일(현지시간) 공개된 제63회 그래미 어워즈 후보 명단을 주요 키워드를 통해 톺아봤다.

미국의 팝가수 비욘세가 2017년 59회 그래미 시상식에서 트로피를 들어보이고 있다. 비욘세는 24일(현지시간) 발표된 제63회 그래미 어워즈에서 최다 부문인 9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다. 그래미 시상식은 내년 1월31일 CBS를 통해 생중계될 예정이다. EPA연합뉴스

#올해에도 ‘우먼 파워’는 계속된다

올해 그래미 후보 명단에서는 여성 가수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비욘세가 가장 많은 9개 부문에 노미네이트(후보 지명) 됐고, 테일러 스위프트와 두아 리파가 각각 6개 부문에 올라 그 뒤를 이었다. 떠오르는 남성 래퍼 로디 리치를 제외하면, 상위 4명 중 3명이 여성으로 채워진 것이다.

비욘세는 지난 6월 발표한 앨범 <블랙 퍼레이드(Black Parade)>로 ‘올해의 레코드’, ‘올해의 노래’ 등 주요 2개 부문을 포함한 9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다. 흑인 문화와 역사, 행동주의에 대한 경의를 담은 이 곡은 미국의 흑인 민권운동인 ‘블랙 라이브스 매터(Black Lives Matter)’ 운동의 저항가로 널리 사용돼왔다.

이로써 비욘세는 데뷔 이후 지금까지 그래미 후보로만 총 79차례 호명됐다. 그래미 역사 상 폴 매카트니에 이어 두번째, 여성 아티스트로는 가장 많은 기록이다.

테일러 스위프트(왼쪽)와 두아 리파(오른쪽)는 24일(현지시간) 발표된 63회 그래미 어워즈에서 총 6개 부문 후보로 노미네이트됐다. AP연합뉴스

미국의 팝가수 테일러 스위프트는 코로나19 시기 ‘락다운’ 경험을 담은 앨범 <포크로어(Folklore)>로 ‘올해의 앨범’ 등 6개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영국 출신의 두아 리파도 디스코 무드의 히트곡 ‘돈트 스타트 나우(Don’t Start Now)’로 ‘올해의 레코드’와 ‘올해의 노래’ 부문에 호명됐다.

상대적으로 남성 가수들의 영역이었던 베스트 컨트리 앨범이나 베스트 락 앨범 부문에서도 인그리드 안드레스, 브리태니 하워드, 피오나 애플 등 여성 가수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미국 싱어송라이터 피오나 애플(Fiona Apple)이 지난 4월 8년 만에 발표한 정규 앨범 <페치 더 볼트 커터스>(Fetch The Bolt Cutters)는 미국 음악비평 웹진 피치포크에서 10점 만점을 받는 등 평단의 찬사를 받았다. 주요 부문 수상자로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지만 베스트 락 퍼포먼스 부문 등에 노미네이트됐다. 소니뮤직 제공

#‘화이트 그래미’ 오명벗을까

그래미는 지난 몇년간 보수성 논란을 피하지 못했다. 카니예 웨스트, 비욘세, 드레이크, 켄드릭 라마 등 ‘당대의 명반’으로 평가 받은 앨범이 주요 부문 수상에서 줄줄이 고배를 마시자 “그래미가 흑인·힙합 아티스트를 홀대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백인 남성 위주 시상식이라는 뜻에서 ‘화이트 그래미’라는 오명을 얻었다. 최근엔 시청률 역시 급속한 하락세를 걷는 상황이다.

시대 흐름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계속되자 그래미는 레코딩 아카데미 회원의 인종, 성별, 장르 등을 다양화하며 돌파에 나섰다. 지난 7월 2300명의 신규 회원을 발표하면서 여성 회원 비율을 26%에서 48%로 늘렸다. 흑인과 히스패닉, 아시아권 회원 비율은 각각 21%, 8%, 3%까지 끌어올렸다. 방탄소년단 멤버들과 방시혁 빅히트 대표 역시 지난해 6월 레코딩 아카데미의 투표 회원과 전문가 회원 명단에 각각 이름을 올렸다.

특히 올해는 지난 1월 레코드 아카데미가 수상 규칙을 업데이트 한후 처음으로 진행한 후보 발표였다. 흑인 아티스트에 대한 차별적 규정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어반(urban)’이라는 용어를 R&B 부문 명에서 삭제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레코딩 아카데미 최초의 여성 CEO인 데보라 듀간이 조직 내부의 성추행과 후보 조작 등 폭로한 후, 아카데미는 투표 규칙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회의적 시각은 여전하다. 후보 지명이 실제 수상으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비욘세는 데뷔 이후 지금까지 총 79회 노미네이트 되고 이중 24회 수상자로 호명됐지만 ‘올해의 앨범상’이나 ‘올해의 레코드’같은 주요 부문에서는 번번이 미끄러졌다.

그래미 어워즈를 주관하는 미국 레코드 아카데미가 지난 7월 발표한 2020년 회원들의 인종, 성별, 장르 구성. 레코드 아카데미 홈페이지 갈무리

#‘후보 지명 0’ 위켄드의 굴욕

외신들이 가장 큰 이변으로 꼽는 것은 가수 위켄드의 후보 지명 실패다. 지난해 11월 발매한 앨범 <애프터 아워스>의 타이틀곡 ‘블라인딩 라이츠(Blinding Light)’가 2020년 스포티파이에서 가장 많이 스트리밍된 곡 1위에 오르는 등 역대급 흥행에 성공했기에 더욱 의외라는 평가다. 위켄드는 후보 발표 이후 “그래미는 부패했다. 당신들은 나와 내 팬들, 업계의 투명성에 대해 빚을 진 것이다”는 트위터를 남기며 반발했다.

위켄드의 후보 누락에 대해 존 카라마니카 대중문화평론가는 뉴욕타임스에 “<애프터 아워>는 훌륭한 앨범이었고 앨범의 사이즈에 비해 놀랄만큼 변화무쌍한 것도 사실이지만 그래미 유권자들이 선호하는 소위 ‘당신의 작업물을 보여주세요’ 류의 진지함(gravitas)은 부족했다”고 분석했다.

상대적으로 이름이 덜 알려진 블랙 푸마스, 제이콥 콜리어가 주요 부문인 ‘올해의 앨범’ 후보에 오른 것도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콜드 플레이의 8집 <애브리데이 라이프> 역시 대중적 성공을 거두진 못했지만 이름을 올렸다. 유독 그래미와 인연이 없었던 원디렉션 출신 해리 스타일스도 올해 팝 부문 후보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11월 발매한 곡 ‘블라인딩 라이츠’로 대중적 성공을 거둔 가수 위켄드는 63회 그래미 어워즈 후보로 이름을 올리지 못해 이변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AP연합뉴스




#그래미의 방탄소년단 홀대?

그래미 후보로 지명되기 위해서는 가수가 직접 레코딩아카데미에 지원을 해야 한다. 방탄소년단은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를 통해 총 7개 부문에 후보로 지원했다. 디지털 싱글 ‘다이너마이트(Dynamite)’는 ‘올해의 노래’와 ‘베스트 뮤직비디오’,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등 총 3개 부문에, 정규4집 <맵 오브 더 솔 : 7>은 ‘올해의 앨범’과 ‘베스트 팝 보컬 앨범’ ‘베스트 엔지니어 앨범-논 클래식’ 등 4개 부문에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올해의 노래’ 등 4개 주요 부문 후보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USA투데이는 “현재 BTS보다 더 큰 성과를 이룬 그룹은 없는데도 1개 부문 후보에만 오른 것에 팬들은 당연히 궁금해할 것”이라며 “그래미는 미국 주류 음악에서 K팝이 가진 엄청난 존재감을 인정해야 할 때”라고 썼다.

다만 그래미의 후보 선정 기준은 라디오 방영 횟수나 앨범 판매량, 투어 규모 등 정량적 수치로만 설명할 수 없다. 그래미의 보수성을 고려할 때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 후보에 노미네이트된 것 만으로도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미국의 대중음악전문매체 빌보드는 24일 “올 한해 K팝 그룹이 전세계 팝 시장에서 엄청난 성공을 거두는 동안에도 ‘레코딩 아카데미가 이러한 문화적 변화를 인정할 것이냐’에 대한 의구심이 늘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BTS가 해냈다”며 “이번 후보 지명은 역사적 사건으로 다뤄져야 한다”고 썼다.

이번 그래미 어워즈는 지난해 9월1일부터 올해 8월31일까지 발표된 작품이 심사 대상이다. 9월30일부터 10월 12일까지 투표권이 있는 레코딩 아카데미 회원들이 후보 선정을 위한 1차 투표를 했다. 다음 달 7일부터 내년 1월4일까지 진행되는 최종 투표에서 수상자를 선정한다. 제63회 그래미 어워즈는 내년 1월 31일 개최될 예정이며 트레버 노아가 진행을 맡는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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