低금리·백신공급 임박 호재.. 증시 美쳤다
8개월만에 무려 60%이상 폭등
바이든 정권인수 공식화도 한몫
'묻지마 투자' 경고의 목소리도
다우지수 사상 첫 3만 고지
미국 뉴욕증시의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가 124년 역사상 최초로 3만 고지에 오르면서 당분간 '불마켓'(강세장)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받고 있다.
다우 지수는 24일(현지시간) 3만46.24에 마감하면서 2017년 1월 처음으로 2만 선을 넘은 지 3년 10개월 만에 1만 포인트 단위를 새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 1896년 출범한 다우 지수가 1만 고지에 다다르는 데 걸린 기간은 103년, 여기서 다시 2만 선을 뚫는 데 걸린 기간은 18년이었다. 맨 앞 자릿수를 갈아치우는 데 필요한 시간이 상상도 못 할 정도로 짧아진 것이다.
지난 3월 저점과 비교해 8개월 만에 무려 60% 이상 폭등한 배경 중 하나로 '제로 금리'를 꼽는다. 금리가 너무 낮아 채권과 같은 비교적 안전한 자산으로는 큰돈을 벌 수 없게 되면서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으로 쏠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자산 포트폴리오의 60%는 주식으로, 40%는 채권으로 각각 채우는 것이 황금 비율이라는 통념도 무너졌다고 WSJ은 전했다. 수익을 내기 위해선 주식 비중을 높일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코로나19에 따른 경기침체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오는 2023년까지 장기간 초저금리를 유지하겠다고 밝히는 등 시중 유동성 공급에 주력하는 상황도 이런 분위기에 기름을 부었다.
이런 가운데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 개인 투자자들의 급증도 뉴욕증시를 밀어 올리는 원동력이 됐다. WSJ에 따르면 미국판 '동학 개미'인 '로빈 후드' 투자자들이 늘어나면서 뉴욕증시에서 개인 투자자들의 거래는 작년의 두 배가 됐다.
코로나19 사태에서 오히려 반사이익을 누린 대형 기술주들의 역할도 컸다. 일명 'FAANG'(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으로 불리는 IT 공룡들과 테슬라는 초보 개미 투자자들의 증시 유입과 맞물려 어마어마한 상승세를 기록했다. 테슬라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6배 가까이 올랐다.
초저금리 기조가 최소 몇 년은 더 유지될 예정인데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정권 인수 절차가 공식 시작되고, 미국 제약사 화이자와 모더나에 이어 영국 아스트라제네카도 자사 코로나19 백신의 예방 효과가 최대 90%라고 발표한 것이 증시 신기록의 또다른 원인으로 지목된다.
뉴욕 증시 전문가들은 순조로운 미국 정권 이양에 대한 기대를 표했다. SYZ 프라이빗 은행의 루크 필립 투자 담당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정권 이양 협조를 지시한 점은 마침내 질서 있는 이양 과정을 진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이라면서 "지난 2~3주간 시장에 부담을 준 불확실성 중 일부가 해소되는 것"이라고 말했다.월스트리트 전문가들이 바라보는 내년 전망은 대체로 밝은 편이다. 최근 골드만삭스는 경제활동 재개와 기업 이익 반등에 힘입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가 내년 말 4300 고지에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S&P500 지수의 이날 종가는 3635.41이다.
JP모건체이스도 S&P500 지수가 내년 초 4000 선을 뚫고 연말에는 4500에 육박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다우 지수에 관해선 메이저 금융기관들의 구체적인 전망치가 나오지 않았으나, 금·주식·암호화폐 전망업체인 인베스팅헤이븐은 내년에도 상승세를 이어가 3만2000선에 다다를 것으로 내다봤다.하지만 증시가 과열 양상을 보인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당분간 상승장이 계속된다고 해서 무작정 안심하고 투자하는 것은 위험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CNBC방송의 간판 앵커로 '매드 머니'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짐 크레이머는 이날 주식 시장이 "미쳤다"면서 "매매 차익을 노리는 투자자들은 어디로 갔나"라고 되물었다. 최근 투자자들이 펀더멘털(기초여건)과 코로나19 상황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채 테슬라나 로열캐리비언(크루즈 선사) 등 특정 주식을 무분별하게 사들이고 있다는 지적이다.1980년대 중반 골드만삭스를 시작으로 월가에 몸담아온 크레이머는 현재 증시를 가리켜 "내가 지금까지 본 것 중 가장 투기적인 시장"이라고도 말했다.
주가 하락론자들은 미래의 수익을 미리 빌려오지 않는 한 두 자릿수대 퍼센티지의 상승세가 계속될 수는 없다며 거품 가능성을 경고한다고 WSJ이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지난 2000년 3월 주식을 산 투자자들이 '닷컴 버블'의 붕괴로 '잃어버린 10년'을 보냈던 전례가 있다.
월가의 '억만장자 투자자' 리온 쿠퍼먼은 WSJ 인터뷰에서 "우리는 미래로부터 (수익을) 빌려왔다. 그러나 파티가 끝날 때 누가 비용을 지불할 것인가"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최근 급등장을 주도한 대형 IT기업들이 향후 실망스러운 실적을 내놓을 때 증시 전반의 불안정성을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광태기자 kt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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