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선택' 日작가 화보집 50년만에 공개, 가격은 580만원

도쿄/이태동 특파원 2020. 11. 25.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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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미국에서 발매된 미시마 유키오의 화보 'OTOKO NO SHI(남자의 죽음)'. 할복자살 50주년을 맞아 사망 직전까지 찍은 사진이 담겼다. 현재 아마존에서 팔리고 있는 미국판 화보 가격은 55달러다. /아마존 캡처

50년 전 할복자살한 일본 극우 성향 작가 미시마 유키오(三島由紀夫·1925~1970)의 사진집이 사망 50주년을 맞아 25일 일본에서 발매됐다. 가격이 55만엔, 우리 돈 약 580만원에 달하는 초고가 화보다.

‘오토코노시(남자의 죽음)’란 제목의 사진집은 가로 51.5cm, 세로 72.8cm 크기로, 초판은 50부만 인쇄됐다. 출판사는 초대형판인데다 부수가 적다는 이유를 들어 고액으로 책정했다고 한다.

앞서 지난 9월 발매된 미국판 사진집(YUKIO MISHIMA THE DEATH OF A MAN)은 가로 8.51인치(약 21.6cm), 세로 12인치(30.5cm) 크기로 가격은 55달러(약 6만1000원)다.

25일 일본 작가 미시마 유키오의 할복자살 50주년을 맞아 발매된 화보. 가격이 55만엔, 우리 돈 580만원에 달한다. /CCC아토라보주식회사

미시마는 화보에서 선원, 건설 노동자, 체조 선수, 사무라이 등으로 분장해 죽음이란 테마를 표현했다. 출판사에 따르면 미시마가 직접 기획하고 모델로 나섰다고 한다. 미시마는 종교화(畵)를 재현한 사진가 시노야마 노리노부를 마음에 들어 해 사진을 맡겼고, 친분이 있는 미술가에게 구성을 의뢰했다.

촬영은 그가 죽기 1주일 전까지 이어졌는데 갑작스레 그가 자살하면서 출간이 무산됐다. 그러다 사망 50주년을 맞아 미국과 일본에서 잇따라 발매된 것이다.

25일 도쿄 시내 한 유명 서점에서 판매 중인 미시마 유키오 화보 '오토코노시(남자의 죽음)'. /이태동 기자

본명이 히라오카 기미타케(平岡公威)인 미시마 유키오는 도쿄대학 법학부를 졸업하고 공무원이 됐다가 1년도 안 돼 그만두고 작가 활동을 시작했다. 대표작으로는 가면의 고백, 금각사 등이 있으며 노벨문학상 후보에 수차례 올랐다. 영화에 출연하거나 누드 사진 모델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는 극단적인 일왕 중심주의를 드러내 우익 성향 사상가로도 이름을 알렸다. 일왕을 보호한다며 다른 학생들과 민병대 ‘방패회’를 결성해 자위대에 체험입대해 훈련을 받기도 했다.

1970년 11월 25일 도쿄 이치가야의 자위대 주둔지에 찾아가 자위대원들을 선동하려다 실패해 자살했다. ‘자위대가 정규군이 되도록 쿠데타를 일으켜 헌법을 뒤집어야 한다’는 취지로 ‘미·일 안보조약 개정’ ‘평화 헌법 폐기’ 등을 요구했지만, 대원들 호응이 시원치 않자 할복한 것이다.

이런 행적 때문에 일본 내에서도 그에 대한 평가가 크게 엇갈리는 편이다. 자살 사건 당시 사토 에이사쿠 총리는 “미쳤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고 말했는데, 현재도 상식을 벗어난 광기를 지닌 사람이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 우익 지지자들 사이에선 ‘일본다운 모습을 되돌리려 노력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죽음으로까지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 한 극단적 나르시시스트라는 시선도 있다.

미국판 출판사 관계자는 교도통신에 “폭력과 군국주의 찬미를 양식화한 이 화보가 논쟁을 일으킬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지만, 미시마에 대한 관심이 재연되는 50주년이 발매 호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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