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조원 뿌렸는데 돌아온 건 '디폴트'..中 일대일로 '휘청'

이현승 기자 입력 2020. 11. 25.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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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비아 디폴트 선언에 中 당혹…3.3조 떼일 위기
올해 신규 투자액 작년의 4분의1에 그쳐…감소 가능성
빈국에 2000조 퍼줬는데 코로나로 디폴트 위험 커져
자국 내 부채 문제도 심각…GDP 대비 290%로 급등
전문가들 "선별적 금융지원 필요"…시진핑은 ‘협력강화’ 고수

경제규모가 우리나라의 3% 수준에 불과한 아프리카 남부 국가 잠비아가 지난 14일(현지시각) 해외 채권단에게 4250만달러(470억원)의 이자를 지급하지 못하겠다고 밝히며 코로나 이후 첫 디폴트(채무 불이행) 국가가 됐다. 이 소식에 가장 충격을 받은 건 다름 아닌 중국이었다.

중국은 잠비아가 보유한 해외 채무 120억달러(13조원) 가운데 30억달러(3조3000억원)를 빌려준 주요 채권국이다. 이전부터 재정 여건이 안좋았던 잠비아는 중국 주도의 일대일로에 참여하며 부채가 폭증했다. 중국은 6개월의 지급 연기를 허용했지만 빌려준 돈을 떼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의 인프라 프로젝트 '일대일로(一帶一路·Belt and Road Initiative)'가 2013년 출범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코로나로 아시아, 아프리카 등 채무국의 경제 사정이 급격히 악화된 가운데 자국 내 부채 문제도 심상치 않다.

2020년 10월 29일(현지시각)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에서 발언하는 시진핑 국가주석./ AP연합뉴스

24일(현지시각) CNBC는 국제 3대 신용평가사 무디스를 인용해 올해 상반기 중국이 일대일로에 참여한 국가들과 체결한 신규 계약 및 투자 금액이 235억달러(26조원)에 불과해 작년 수준(1047억달러)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향후 2년 동안은 작년 수준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라고도 봤다.

중국이 매년 일대일로 투자국과 투자금액을 야심차게 확대하며 대외 홍보 수단으로 삼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투자규모가 감소하는 올해가 사업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국가별 투자금액을 정확히 공개하지는 않고 있어, 각국의 대외 채무를 토대로 외부기관이 추정하고 있다.

일대일로는 시 주석이 지난 2013년 카자흐스탄을 방문해 처음으로 꺼내든 인프라 투자 프로젝트다. 중국 주도로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70개국 이상을 도로, 철도, 해상 인프라로 연결해 새로운 실크로드를 만든다는 구상이다. 북미와 유럽에 대항해 중국의 세계적인 영향력을 확대하는 게 목적이다.

중국이 빈국에 거액을 빌려주는 방식으로 이뤄지는데, 고금리에도 인기가 높다. 국제기관의 원조를 받기 힘든 독재국가에도 쉽게 돈을 빌려주고 자금을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대해 서구권 만큼 철저하게 개입하지 않기 때문이다.

리피니티브의 추산에 따르면 1분기 기준 중국이 투자한 전세계 프로젝트는 1590개로 투자 가치는 1조9000억달러(2104조원)에 이른다.

CNBC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정부가 조만간 일대일로 투자를 줄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무디스의 마이클 테일러 아시아태평양 총괄 디렉터는 "중국의 채무국 중 상당수는 경제규모가 작고 원자재나 관광, 해외에서의 송금에 의존하는데 전부 코로나로 큰 타격을 입었다"고 말했다.

중국이 거액을 빌려준 파키스탄, 탄자니아, 앙골라와 같은 국가들은 디폴트 선언을 한 잠비아와 비슷한 재정적 어려움에 시달리고 있다. 이들이 제때 돈을 갚지 못하거나 인프라 프로젝트를 연기하면 주요 자금 공급원인 중국개발은행, 중국진출구은행 등 국영기업들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

프랑스 신용보험사 외러 에르메스는 이달 보고서에서 중국이 아프리카와 라틴 아메리카 10개국으로부터 점점 자금 지원을 줄이면서 이들 국가들이 2025년까지 470억달러(52조원)가 부족한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여기엔 아르헨티나, 브라질, 에콰도르, 앙골라, 케냐, 이집트 등이 포함됐다.

중국 내부의 부채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어 공산당이 외부보다 내부 문제에 집중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3분기 중국의 가계, 정부, 비금융사 부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290%로 올해 초 255%에서 급등했다. 프랑스 금융사 나티시스의 앨리샤 가르시아헤레로 아시아태평양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은 신흥국에 대한 금융 지원을 선별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 주석이 지난주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담에서 일대일로 참여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한 만큼, 단기간에 정책 방향을 전환할 가능성은 낮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국제금융협회(IIF)는 "중국 정부가 자본 흐름의 지속가능성에 중점을 둘 것"이라며 "기후 변화 대응과 관련한 투자를 확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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