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라기' 박하선, 전국 며느리들을 대동단결시키다

아이즈 ize 글 조성경(칼럼니스트) 2020. 11. 25.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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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글 조성경(칼럼니스트)


자칫 구질구질해질 수 있는 이야기였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구구절절 설명하기보다 간단하게 정리해서 마음이 놓였다. 단정한 드라마의 분위기가 주인공 박하선과 꼭 어울리며 마음을 좀더 활짝 열게 한다. 막장이라는 드라마 용어가 떠오르는 극(단)적인 드라마가 될 수도 있었는데 그렇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안도인지도 모른다. 카카오TV의 새 오리지널 드라마로 지난 21일 첫선을 보인 ‘며느라기’(극본 이유정, 연출 이광영)다. 

‘며느라기’는 평범한 직장 여성인 민사린(박하선)이 결혼으로 소위 ‘시월드’에 입성하며 펼쳐지는 이야기다. 지난 1회에서는 결혼 후 시어머니의 첫 생신을 맞은 사린이 출근하는 날임에도 불구하고 아침부터 생신상을 차리는 에피소드로 관심을 끌었다.

굳이 이번 드라마가 아니어도 결혼 후 고부간의 이야기는 그간 안방극장과 다양한 토크쇼, 그리고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빈번하게 등장해 이미 다 아는 이야기인 것만 같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식상하기보다는 더 쉽게 빠져든다. 제3자라고 해도 주인공의 이야기에 한껏 이입하게 하는 힘이 시월드라는 소재에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수없이 많은 시월드 케이스들로 학습된 시청자들은 당장이라도 격론을 펼칠 준비가 되어 있다.

그러나 정작 ‘며느라기’는 링 위의 파이터가 될 마음이 전혀 없는 분위기다. 아직 첫 회밖에 하지 않아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사린에게서 투사의 기운 따위는 느껴지지 않는다. ‘초코송이’이라는 과자가 떠오르는 귀여운 단발머리의 사린이 예쁜 결혼생활의 연장선상으로 시부모님께 사랑받는 며느리가 되고 싶어 사부작사부작 보여주는 행동거지가 그렇다. 첫 회에서 ‘며느라기’라는 말이 시댁에 예쁨 받고 칭찬 받고 싶어 하는 시기라는 뜻이라는 설명도 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시청자들은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드라마는 그 이야기를 시시콜콜 장황하게 풀지 않아도 이미 한껏 몰입한 시청자들은 사린을 대신해 팜므파탈로 돌변해 남편 구무영(권율)과 시월드를 향해 항변하고 있다. ‘며느라기’와 관련된 시청자 반응들이 이를 증명한다. ‘며느라기’는 몇 해 전 SNS에서 큰 인기를 끈 수신지 작가의 동명 웹툰을 리메이크한 것으로, 웹툰이 연재되던 동안에도 팬들의 열화와 같은 반응은 비슷했다.

그러니 싸우지 않아도 이긴 게임이다. 앞으로 ‘며느라기’가 전개해나갈 사린의 이야기가 죽자고 덤비는 게 아니더라도 시청자들이 사린을 대신해 득달같이 폭격을 퍼부울 게 뻔하다. 그렇게 치면 단정하고 조신한 사린의 캐릭터가 알고 보면 사린을 염려하는 팬들의 마음을 얻기 위한 원작자의 작전이었던 것일까 싶다.

게다가 박하선이 민사린 역에 꼭 맞는 모습으로 몰입도를 높인다. 선한 인상으로 당황스러운 순간에도 큰 소리를 내기보다 일단 참거나 조근조근 자신의 의지를 펼쳐나가며 조금씩 성장할 사린으로 박하선이 싱크로율 100%의 캐스팅인 것. 심지어 웹툰 속 버섯 단발머리까지 박하선이 그대로 캐릭터화해 원작팬들의 환심을 샀다.

웹툰을 그대로 옮기기는 캐릭터와 드라마의 내용뿐이 아니다. 총 12부작으로 예정된 드라마 ‘며느라기’는 회당 20분 가량의 짧은 러닝타임으로 웹툰의 가독성만큼이나 오래 집중하지 않고 쉽게 볼 수 있는 영상물로서 접근성을 높였다. 종전에도 웹툰 리메이크 드라마들은 있었지만 보통은 그 길이가 지상파 드라마에서 시작해 TV드라마에서 범용되고 있는 한 시간 내외였고, 조금 짧으면 40분 정도였다. 물론 웹드라마 중에는 10분 내외로 더 짧은 것들도 많지만 작품성이나 완성도라는 측면에서는 비교가 어렵다.


또한 ‘며느라기’ 민사린을 대신해 투덜대줄 시청자들이 주말에도 바쁜 며느리 혹은 아이 엄마들이기 때문일까.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에 새로운 에피소드를 내놓는 것도 참신하다. 여러모로 기존 드라마들의 룰을 거부하고 새로움을 추구했다.

그러고 보면 ‘며느라기’는 내용이나 형식적인 면에서 모두 조심스럽게 기존의 질서에 의문을 품거나 새로운 틀을 기대한다. 팬들을 분연히 일어서게 할 민사린도 이쯤이면 시월드에 문제를 제기하는 투사나 다름없다. 단지 보호본능을 일으키는 참한 매력이 보통의 투사와 차별될 뿐이다.

엄청난 사건을 다루거나 거창하게 비판하는 것도 아닌데도 ‘며느라기’가 전하는 여운이 깊고 진하다. 짧지만 격하게 공감하게 만드는 ‘며느라기’는 분명 막장 드라마는 아닌데 욕하면서 정주행하게 될 전망이다. 

조성경(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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