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목전 앞둔 '펜트하우스'..이 문제작이 시청자의 열광을 얻은 이유

김보영 입력 2020. 11. 25. 09:56 수정 2020. 11. 25.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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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회 방송 최고 18.3%..매회 자체 경신
불륜, 왕따, 납치 소재 총동원..수위 높은 장면에 눈살
부조리한 현실 공감하는 대중..선과 악 없어 현실적
이지아 등 톱배우 캐스팅 한 몫..OTT, TV 동시 겨냥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SBS 드라마 ‘펜트하우스’가 치솟는 시청률로 올 하반기 드라마 시장에 새 흥행 신드롬을 쓰고 있다. 매회 자체 최고 시청률 경신에 극의 반환점을 채 돌기도 전에 15%대의 벽을 넘는 파죽지세 행보로 한동안 침체됐던 지상파 월화극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는 평이다.

(사진=SBS)
특히 이 드라마의 흥행은 올 상반기 안방극장을 휩쓸었던 JTBC ‘부부의 세계’ 때와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는 점에서 눈에 띈다. 혐오로 얼룩진 어른들의 씁쓸하고 냉혹한 현실 세계에 ‘막장 코드’를 입혀 거침없는 스토리 전개와 대사로 조명해내고, 기존 일일드라마 통속극들이 다뤄온 것들과 크게 다르지 않을 흔한 막장 소재도 연기력을 갖춘 톱배우 캐스팅과 품격있는 연출로 차별성을 꾀했다는 점 등에서 비슷한 결을 지닌다.

물론 높은 시청률 못지 않게 거센 논란도 따라붙는다. 19세 이용가였던 ‘부부의 세계’와 달리 ‘펜트하우스’는 15세 이용가에 온 가족이 시청하는 밤 10시 지상파 안방극이지만 매회 청소년들의 납치, 집단 린치 행위나 학부모의 살해 시도 등 선정적인 장면들을 여과 없이 등장시키는 탓이다. 질풍노도의 몰아치는 전개에 비해 허술한 디테일과 스토리 구성도 도마에 오른다.

전문가들은 ‘부부의 세계’부터 현재 ‘펜트하우스’까지 이어지는 막장 테마 열풍을 통해 불륜, 부조리극에 시청자들이 꾸준히 열광하고 몰입하려는 사회적 심리, 스토리의 성역을 없앤 OTT(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시대의 제작 환경 변화 등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진=SBS ‘펜트하우스’ 9회 방송화면)

‘매운맛 막장’ 총동원…논란과 흥행 사이

지난 24일 방송된 ‘펜트하우스’ 9회는 닐슨코리아 기준 수도권 시청률 17.4%(2부), 전국 시청률 16%(2부)를 기록했다. 특히 순간 최고 시청률이 18.3%까지 치솟는 등 전날에 이어 또 한 번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 극의 반환점을 돌며 20%대 시청률 돌파를 목전에 뒀다. 광고 관계자들의 주요 타깃 지표로 통하는 2049 시청률도 5.7%(2부)로 높은 수준이다.

‘펜트하우스’는 점 하나 찍은 민소희로 시청률 37%를 기록한 ‘아내의 유혹’부터 연민정 신드롬을 낳은 ‘왔다! 장보리’, ‘내 딸, 금사월’, ‘황후의 품격’ 등 히트작들을 낳은 스타 작가 김순옥 작가가 들고 온 신작이다.

김순옥 작가의 작품들을 관통하는 공통 키워드는 복수와 욕망이다. 불륜 또는 과거사로 얼룩진 한으로 무장한 주인공이 절치부심해 누군가와 결탁하고 힘을 길러 상대로부터 잃거나 갈망해왔던 것을 되찾아가는 과정들이 공통적으로 포착된다. 주인공이 핍박을 받는 과정은 긴장과 불편함을 주지만 통쾌한 복수로 받은 것을 그대로 되돌려주는 장면들을 휘몰아치듯 전개해 쾌감과 카타르시스를 이끄는 전략이다. 이에 그의 모든 작품들은 일정 수치 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해 흥행 타율이 높은 작가로 통하지만 불륜, 치정, 납치, 암투, 혐오 등 자극적인 소재들을 끊임없이 등장시켜 ‘막장’ 비판을 면치 못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순옥 작가는 자신을 향한 지적을 오히려 트레이드 마크로 내세움으로써 ‘막장극’이란 장르를 자신을 상징하는 브랜드로 탈바꿈시켰다.

이번 ‘펜트하우스’ 역시 방영 전부터 얼마나 세속적이고 자극적인 소재들을 가져와 거침없는 스토리 전개들을 보여줄지 주목을 받았다. 거기에 김 작가의 전작 ‘황후의 품격’을 연출한 주동민 감독과의 두 번째 의기투합으로 본방 사수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총 20부작으로 기획돼 지난 10월 26일 베일을 벗은 ‘펜트하우스’는 김순옥 작가의 전작들을 통틀어 가장 세속적이고 자극적인 소재들을 총동원해 더 강력해진 ‘매운맛’으로 풀어냈다. 극은 채워질 수 없는 일그러진 욕망이 뒤덮인 집값 1번지, 교육 1번지 노른자땅의 100층 펜트하우스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이 펜트하우스의 구성원으로 들어간 세 여성의 부동산, 교육 전쟁을 휘몰아치는 전개로 보여줌으로써 인간의 이기적 속성과 나약함에서 비롯된 세속적 욕망들을 까발린다.

극 초반은 최상류층 주거지를 배경으로 돈, 자녀들을 둘러싼 교육 전쟁으로 돈을 가진 강자와 이에 맞서는 가난한 약자의 대립을 그렸다는 점에서 JTBC ‘스카이캐슬’을 연상케 했다.

그러나 ‘펜트하우스’가 자극의 강도를 훨씬 압도한다. 앞서 ‘스카이캐슬’이 부와 교육의 불균형을 통해 냉혹한 현실을 지적하고자 했다면, ‘펜트하우스’는 어른들의 욕망과 혐오 그 자체에 몰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펜트하우스 구성원들 사이 과외교사로 들어온 민설아(조수민 분)가 죽음을 당하는 충격적 장면을 시작으로 천서진(김소연 분)이 오윤희(유진 분)를 트로피로 내리찍는 장면, 자녀의 예술고 진학을 위해 살인 시도, 사체 유기, 방화까지 불사하는 중범죄들이 줄줄이 소세지처럼 등장한다.

펜트하우스 어른들의 자녀로 등장하는 10대 등장인물들의 행동도 어른들의 욕망과 폭력을 그대로 투영해 답습하는 과정으로 묘사된다. 과외교사를 하대하고 윽박지르는 것은 기본에 납치하고 가둔 채 집단 괴롭힘을 가하는 장면들은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비난과 논란에 직면하기도 했다.

또 오윤희 모녀가 가난에서 벗어나 상류사회에 입성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과정을 통해 돈 없는 빈자들이 받는 멸시와 혐오를 펜트하우스, 학교란 공간으로 나눠 끊임없이 반복해 보여준다.

이 논란의 문제작을 둘러싼 시청자들의 반응은 양극단으로 갈린다. 공영성을 생각해야 할 지상파의 역할을 망각하고 스토리의 개연성을 무시한 막장 전개라는 독설이 난무하는 한편 그 자체를 하나의 볼거리로 즐기게 된다는 응원의 반응도 만만치 않다.

선정성, 폭력성 논란으로 도마에 올랐던 ‘펜트하우스’ 속 청소년 집단 괴롭힘 장면.
부조리에 공감하는 대중…톱배우 캐스팅·OTT 영향도

오히려 막장 수위를 둘러싼 논란이 극의 내용에 호기심을 갖는 시청자들을 대거 유입시키는 효과를 낳아 화제성과 시청률로 이어지는 상황이다. 1회 방송 때도 9.2%(닐슨코리아 전국기준)란 높은 출발선을 끊었지만, 9회 만에 최고 18.3%로 2배나 훌쩍 뛰었다.

이에 대해 공희정 평론가는 “오히려 혐오와 표독한 이기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내뱉는 인물들의 태도와 반응, 복수들을 여과 없이 솔직히 보여주는 게 시청자들에게 일종의 통쾌함을 주고 있는 듯하다”며 “부자는 악, 가난은 선으로 묘사하지도 않았다는 점도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오히려 현실에 만연해있지만 우리가 애써 외면해온 사회의 혐오와 부조리를 대놓고 보여주고 그에 벗어나려는 인간의 고군분투와 심리전을 거침없이 그려낸 점이 확실한 재미요소로 구축된 것 같다. 올 상반기 ‘부부의 세계’의 흥행과 비교했을 때 장르는 다르지만 시청자들이 이를 소비한 패턴과 심리에서 비슷한 결을 지닌 것 같다”고 분석했다.

또 “무엇보다 높은 시청률은 이 드라마가 그려내고 있는 지독한 세계에 공감하는 이가 적지 않다는 방증이기도 하다”고도 덧붙였다.

이지아, 유진, 김소연, 엄기준 등 톱배우들의 캐스팅 및 열연도 흥행에 한몫했다. 지상파 A 방송사 드라마 PD는 “이지아, 유진, 김소연, 엄기준 등 톱배우들이 일일드라마 주말극에 등장할 법한 막장 코드를 소화해낸다는 점 자체가 흥미로 다가온다”며 “오랫동안 TV에서 볼 수 없었던 이지아, 유진이 오랜만에 택한 안방극장 복귀작이란 점에서 본방 사수 욕구를 자극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등 OTT의 발달도 ‘펜트하우스’ 같은 자극적인 소재의 드라마의 등장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B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OTT들이 진출하고 정착하면서 다양한 수위와 장르, 국가의 콘텐츠를 자유롭게 볼 수 있게 된 환경의 변화도 ‘펜트하우스’나 ‘부부의 세계’ 같은 드라마의 등장 및 흥행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 것 같다”며 “실제로 ‘펜트하우스’도 시즌제를 염두에 두고 기획되지 않았나. ‘펜트하우스’란 상류층 소재와 암투를 다룬 것도 해외 수출, 국외팬들을 포섭하기 위한 전략이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어 “좀 엉성하더라도 국내 시청자들에게 익숙한 ‘김순옥표 막장’을 입힘으로써 TV 시청률과 OTT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한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실제 SBS 측은 “‘펜트하우스’가 해외 콘텐츠 시장에서도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며 “해외 현지 SNS에서 일찍이 폭발적 반응을 불러일으키며 많은 관심을 모았다”고 밝힌 바 있다.

‘펜트하우스’는 현재 일본을 비롯 대만, 홍콩,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등 중동 국가에서도 호응을 얻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에서는 첫 방영과 함께 홍콩 최대 OTT 플랫폼 VIU에 탑 10위권 진입 후 현재까지 상위권 순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베트남에서는 ‘펜트하우스’ 구입을 위한 플랫폼 경쟁이 붙어 기존 프로그램 대비 최고가로 판매된 것으로 전해졌다. 6회까지를 기준으로 베트남 내에서 ‘펜트하우스’의 조회수가 누적 100만 뷰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김보영 (kby5848@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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