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하늘나라에서는 다 잊고 행복하게 사세요" [SAVE+]

김태훈 입력 2020. 11. 25.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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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한창인 50대 나이에 뇌사 판정을 받고서 생의 마지막 순간 장기 기증을 통해 이웃에 새 삶을 선물하고 떠난 여성들의 사연이 감동을 자아낸다.

동생 김선웅씨는 "생전에 장기 기증이 좋은 일이라고 말한 누나의 뜻을 이뤄주고 싶었다"고 기증을 결심한 이유를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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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순간 '생명 나눔' 실천하고 떠나간 누나·엄마
초겨울 한파, 코로나 공포도 녹인 '장기 기증'의 감동
뇌사 상태에서 간장, 신장(좌·우)을 기증해 3명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떠나간 김선미씨.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아직 한창인 50대 나이에 뇌사 판정을 받고서 생의 마지막 순간 장기 기증을 통해 이웃에 새 삶을 선물하고 떠난 여성들의 사연이 감동을 자아낸다.

지난 11일 김선미(52)씨는 두통과 오심 증상이 있어 경기 평택성모병원에 내원했다. 의사로부터 ‘뇌지주막하 출혈’이란 진단을 받았을 때는 이미 늦었다. 쓰러져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던 김씨는 결국 뇌사 상태가 됐다.

가족은 김씨가 예전에 지인의 장기 기증 사실을 소개하며 “나도 혹시 기회가 된다면 그런 좋은 일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던 일을 떠올렸다. 지난 20일 한림대 성심병원에서 장기 기증을 위한 수술이 이뤄졌다. 김씨는 간장, 신장(좌·우)을 기증, 3명의 생명을 살리고 하늘나라로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김씨는 1968년 전북 군산에서 1남 2녀 중 장녀로 태어났다. 전주에서 젊은 시절을 보냈고 안전관리직으로 일했다고 한다. 유족은 “쾌활하고 밝은 성격으로 친구들과 여행 다니는 것을 좋아하셨다”고 기억한다.

동생 김선웅씨는 “생전에 장기 기증이 좋은 일이라고 말한 누나의 뜻을 이뤄주고 싶었다”고 기증을 결심한 이유를 소개했다. 평소 어머니와도 같았던 누나를 영영 떠나보내며 남동생은 ‘사랑한다’는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누나가 미혼이어서 모든 것들을 동생인 제게 맞춰주고 챙겨주는 그런 따뜻함을 지니셨어요. 늘 받기만 한 저에게는 누나이자 엄마 같은 사람이었죠. 평소 표현하지는 못했지만 사랑하고 또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동생 김씨)

지난 6일 박선희(58)씨는 평소처럼 식당에서 일하던 도중 통증을 느껴 잠시 휴식을 취하던 중 그대로 쓰러졌다. 동료가 119에 신고해 출동한 구급차를 타고 서울대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다. 심폐소생술(CPR)을 시행했으나 이미 뇌손상이 많이 진행된 상태였다. 얼마 뒤 의료진은 뇌사 판정을 내렸다.
뇌사 상태에서 폐장, 간장, 신장(좌·우)을 기증해 4명한테 새 삶을 선물하고 떠나간 박선희씨.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가족은 고뇌에 빠졌다. 평소 몸이 좋지 않은 남편을 대신해 가정 생계를 책임진 성실하고 이타심 강한 아내이자 어머니였다. ‘이렇게, 이렇게 떠나보낼 수는 없는데….’

며칠 뒤 가족은 결단을 내렸고 지난 14일 서울대병원에서 장기 기증을 위한 수술이 이뤄졌다. 박씨는 폐장, 간장, 신장(좌·우)을 기증, 4명한테 새 삶을 선물한 뒤 정작 본인은 가족과 헤어져 홀로 영면에 들었다.

아들 김용씨가 기억하는 어머니는 젊은 시절부터 요식업 일로 늘 고생하셨고 또 항상 가족을 위해서 헌신하는 따뜻한 분이었다. 서울시립 용미리 제1공원묘지 추모의 숲에서 고인과 마지막으로 작별하는 순간 아들은 그저 ‘죄송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

“엄마, 살아 생전에 늘 고생만 하셨는데, 하늘나라에 가서는 그런 부담 다 잊어버리고 행복하게 사셨으면 좋겠어요. 다시 언제 볼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 날까지 잊지 않고 늘 생각하면서 살게요. 엄마, 미안하고, 사랑해요.”(아들 김씨)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조원현 원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도 불구하고 생명 나눔을 실천하는 분들은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 기증자와 유가족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며 “가족들의 귀한 뜻을 이어받아, 새 삶을 사시는 분들도 우리 사회에 나눔을 실천하여 선순환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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