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다자주의 복귀.. 북핵 '이란식 해법' 무게

진용 갖춘 외교·안보팀.. 대북정책은
블링컨 국무장관·설리번 안보보좌관
오바마 정부 때 핵합의 타결 핵심役
톱다운 제동.. 동맹·국제공조에 초점
北 비핵화 '더 큰 당근과 채찍' 쓸 듯

美 정권 인수 공식 절차 착수… 활짝 웃는 바이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3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퀸 시어터에 마련된 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미국시장협의회(USCM) 소속 시장들과의 화상회의 도중 환하게 웃고 있다. 이날 미국 연방총무청(GSA)은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를 공식 승인하고, 트럼프 행정부가 공식 인수인계 절차를 시작할 준비가 돼 있다는 내용을 통지했다. 윌밍턴=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3일(현지시간) 공개한 첫 내각의 외교·안보팀 진용은 북·미 양자 회담보다는 6자회담과 같은 다자 회담을 통해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에 대응하려는 포석이라는 게 워싱턴 외교가의 대체적 분석이다.

외교·안보팀의 투톱인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내정자와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이란 핵합의 타결의 산파역을 수행한 인물이다. 또 북한 문제는 북·미 간 직접적인 양자보다 이란식 다자 접근법을 통해 해결하는 걸 선호한다. 대북 협상도 정상 간 ‘톱다운’ 방식보다는 단계별 실무회담을 거치는 전통적 해법을 추구한다. 두 사람은 그간 기고와 강연 등에서 북한과의 실무협상을 통한 단계적 접근, 대북 협상력 확보 차원의 지속적 제재·압박, 제재 전열 유지를 위한 동맹국 및 중국 등과의 공조 체제 강화 등을 강조해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세 차례 만나 비핵화 등을 위한 ‘톱다운’의 새로운 접근을 시도했으나 실질적인 조치를 이끌어내진 못했다. 반면 바이든 당선인은 김 위원장을 ‘폭군’, ‘독재자’로 부르며 김 위원장이 핵 감축을 사전에 보장하지 않으면 만나지 않을 것이라고 쐐기를 박은 바 있다. 구체적 비핵화 진전이 담보되지 않는 한 이벤트성 북·미 정상회담은 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블링컨도 김 위원장을 ‘사상 최악의 폭군’이라고 칭했다. 그는 오바마 행정부 1기 당시 바이든 부통령의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내는 등 약 20년간 함께 일해 ‘바이든의 분신’으로 꼽힌다. 설리번은 블링컨 자리를 이어받은 사람이다. 3인의 ‘대북코드’가 딱 맞는 셈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김 위원장과의 회담 전제 조건으로 ‘북한의 핵전력 감축’을 요구했고, 블링컨도 지난 9월 북한의 핵확산 감소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미국 차기 정부는 대북 강경론의 기조 위에서 오바마 정부 당시의 ‘전략적 인내’ 정책 대신 ‘더 큰 당근과 더 큰 채찍’을 동원해 북한 핵·미사일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핵·미사일 기술 고도화에 질주한 오바마 행정부 때와 현재의 북핵 위협은 그 수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미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포한 상태다.

2019년 6월 판문점에서 ‘깜짝 만남’을 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블링컨과 설리번은 북한 문제에 접근하는 과정에서 한국 등 동맹국과 공조 체제를 강화하고 중국이 핵심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혀왔다. 두 사람이 이란 핵 협정에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과 독일, 유럽연합(EU)의 참여를 이끈 것처럼 국제적인 북한 핵·미사일 협정 체결 방안을 모색할 수도 있다.

실제로 블링컨은 지난 9월 CBS 방송과의 회견 및 2018년 6월 11일 자 뉴욕 타임스 기고문을 통해 북한 문제의 이란식 해결책을 제시한 바 있다. 설리번도 2016년 5월 뉴욕 아시아소사이어티 연설에서 “북한과 이란에 동일한 전략을 동원할 수 있다”고 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이날 인수위원회 웹사이트를 통해 블링컨, 설리번과 함께 기후변화 특사에 존 케리 전 국무장관, 국가정보국(DNI) 국장에 여성인 에이브릴 헤인스 전 중앙정보국(CIA) 부국장, 국토안보부 장관에는 중남미계인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전 국토안보부 부장관을 지명했다. 또 유엔대사에 흑인 여성 외교관 출신의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전 국무부 아프리카 담당 차관보를 내정했다. 재무부 장관에는 재닛 옐런 전 연준 의장을 지명할 것이라고 미국 언론이 보도했다. 옐런이 상원 인준을 받으면 미국 역사상 첫 여성 재무부 장관이 된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