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활약 후 방출, 레나토 누네즈의 운명은?[슬로우볼]

안형준 2020. 11. 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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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안형준 기자]

누네즈가 또 타의로 소속팀을 떠나게 됐다.

볼티모어 오리올스는 11월 24일(한국시간) 내야수 레나토 누네즈를 방출했다. 지난 21일 40인 로스터에서 누네즈를 제외한 볼티모어는 클레임 없이 웨이버를 통과한 누네즈를 방출했다.

누네즈는 2020시즌 볼티모어 팀 내 최고 타자였다. 규정타석을 충족시킨 3명(누네즈, 리오 루이스, 핸서 알베르토) 중 한 명이었고 52경기에서 .256/.324/.492, 12홈런 31타점을 기록해 팀 내 홈런 1위에 올랐다. 비록 규정타석 미만이었던 앤서니 산탄데르와 루키 라이언 마운트캐슬의 활약이 더 돋보이기는 했지만 누네즈는 충분히 가치있는 활약을 펼쳤다.

볼티모어가 누네즈를 포기한 이유는 '돈'과 '자리' 두 가지다. 올겨울 첫 연봉조정신청 자격을 얻는 누네즈는 연봉이 상당히 상승하는 선수다. 2020시즌 연봉이 60만 달러 미만이었지만 지난해 31홈런을 기록했고 올해도 충분히 뛰어난 성적을 거둔 누네즈는 200-400만 달러 수준의 연봉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볼티모어는 이 돈을 아끼기로 결정했다.

볼티모어는 윈터미팅 마지막 날 열리는 룰5 드래프트에 대비해 5명의 유망주를 40인 로스터에 포함시켰다. 40인 로스터에 자리를 5개나 추가로 만드는 과정에서 누군가의 이름은 지워질 수 밖에 없었고 누네즈가 그 대상이 됐다.

벌써 빅리그에서 경험한 3번째 DFA(Designated far assignment, 지명할당)다. 베네수엘라 출신 1994년생 내야수 누네즈는 2016년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에서 빅리그에 데뷔한 누네즈는 2시즌 동안 빅리그 17경기 출전(.167/.194/.267, 1HR 4RBI)의 기회를 얻었고 2018년 4월 DFA됐다. 텍사스 레인저스가 그를 클레임해 텍사스 유니폼을 입었지만 텍사스에서도 빅리그 13경기(.167/.244/.278, 1HR 2RBI) 출전에 그쳤다. 그리고 한 달 만에 텍사스에서도 DFA됐다.

그런 누네즈에게 손을 내민 구단이 볼티모어였다. 2018년 5월 웨이버 클레임으로 볼티모어 유니폼을 입은 누네즈는 앞선 두 팀에서와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2018시즌 이적 후 60경기에서 .275/.336/.445, 7홈런 20타점을 기록하며 눈도장을 찍었고 2019시즌 주전 지명타자로 시즌 151경기를 소화했다. 생애 첫 '풀타임 시즌'을 치른 누네즈는 .244/.311/.460, 31홈런 90타점을 기록하며 장타력을 과시했고 팀 주포 트레이 만시니와 함께 팀 타선을 이끌었다.

그리고 올시즌에는 비록 단축시즌으로 인해 누적 기록은 지난해에 비해 부족했지만 지난해 0.771이었던 OPS를 0.816까지 끌어올려 사실상 커리어 하이 기록을 썼다. 3년 동안 팀 최고 수준의 맹활약을 펼친 누네즈에게 볼티모어가 준 선물은 '방출'이었다.

장타력은 있지만 삼진이 많고 타율이 낮은 거포형 선수들이 외면을 받는 분위기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2016년 내셔널리그 홈런왕에 오르고도 방출된 크리스 카터가 그랬고 3년 연속 40홈런 이상을 기록하고도 높지 않은 금액에 연장계약을 맺은 크리스 데이비스(OAK)도 그랬다. 최근 탬파베이 레이스에서 방출된 헌터 렌프로도 비슷했다.

다만 누네즈는 카터, 데이비스, 렌프로 등과는 다른 타자다. 장타력이 있고 충분히 많은 홈런을 기록할 능력이 있지만 '압도적인 괴력'을 바탕으로 어마어마한 타구를 만들어내는 타자는 아니다. 배럴타구를 만들어내는 능력은 뛰어나지만 평균 타구속도는 하위 13%에 불과하고 강타 비율도 하위 35%에 그치고 있다(2020시즌). 어쩌면 볼티모어는 지난 3시즌 동안 누네즈가 가진 능력 이상의 기록을 썼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도 누네즈가 충분히 좋은 성적을 올렸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누네즈는 2020시즌 wRC+(조정 득점생산력) 119를 기록하며 생산성을 증명했고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도 플러스였다. 팀 입장상 당장의 성적보다는 유망주가 더 중요했던 볼티모어는 누네즈를 포기했지만 모든 팀이 볼티모어와 같은 상황인 것은 아니다. 코로나19로 모든 구단이 재정 타격을 입기는 했지만 300만 달러 전후의 연봉으로 30홈런 타자를 얻을 수 있다면 손해는 아니다.

누네즈는 아직 26세다. 다음시즌 개막 직후 생일이 지나지만 그래도 27세로 여전히 젊다. 과연 누네즈가 2021시즌을 어디에서 시작하게 될지 겨울 이적시장 흐름이 주목된다.(자료사진=레나토 누네즈)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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