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윤석열 재판부 사찰 의혹' 술렁.."정보수집 자체 부적절"

송주원 2020. 11. 25.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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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4일 오후 6시께 서울고등검찰청 기자실에서 열린 긴급 브리핑에 앞서 발언하고 있다./김세정 기자

"목적·수집 방식 따져봐야" 신중론도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를 청구하고 직무 집행 정지를 명령했다. 특히 추 장관이 밝힌 징계사유 중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 주요 사건 재판부를 불법사찰했다는 의혹을 놓고 논란이 커지는 분위기다.

추미애 장관이 24일 긴급 브리핑에서 밝힌 윤 총장의 비위 사항은 △중앙일보 사주와의 부적절한 만남 △한명숙 총리 사건 감찰 방해 △채널A 사건 감찰 관련 정보 외부 유출 △울산 시장 선거·조 전 장관 사건 등 주요 사건 재판부 불법 사찰이다.

법조계에서는 법무부 장관이 현직 검찰총장의 직무배제를 명령한 사상 초유의 사태라는 점과 함께, 재판부 사찰 의혹에 주목하고 있다. 언론사 사주 회동 등 다른 의혹은 지금까지 비교적 알려졌으나 불법사찰 건은 처음 공개된 사안이다.

추 장관에 따르면 지난 2월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실에서 울산 선거 개입 의혹 및 조 전 장관 사건 등 주요 사건 재판부 판사의 정치적 사건 판결 내용과 우리법연구회 가입 여부, '물의야기 법관' 해당 여부 등이 기재된 보고서를 작성해 윤 총장에 보고했다. 보고서에는 판사의 가족 관계와 세평, 개인 취미 등도 포함됐다. 보고를 받은 윤 총장은 이 보고서를 반부패강력부에 전달했다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법농단' 사태와 비교하는 주장도 나온다. 소속 연구회와 성향을 기준으로 판사들을 분류해 인사 불이익을 가한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으로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대법원 수뇌부들이 대거 재판을 받고있다. 실제로 양승태 대법원 당시 법원행정처는 사법행정에 비판적인 판사를 '물의야기 법관'으로 분류해 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법조계에서는 추 장관 밝힌 재판부 사찰 정황이 사실이라면, 어떠한 해명으로도 용납할 수 없는 부적절한 행위라는 의견이 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법학과 교수는 "추 장관이 제기한 다른 의혹이 모두 사실이라는 전제 아래, 재판부 사찰 부분은 대검 내 조직 차원에서 정보를 모은 행위 자체만으로 크게 문제 될 여지가 있다"며 "판사의 정보를 파악해 모으는 건 수사정보정책관실의 업무 범위 내로 해석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또 "관련 법령과 직제상 검찰총장은 감찰을 지시 및 중단할 권한이 있기 때문에, 감찰과 관련된 의혹은 사실이더라도 적법성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면서도 "그 어떤 검찰 관련 법령과 규칙에 판사의 정보를 모으라고 지시할 수 있다고 규정한 문구는 없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전지역 검사들과의 간담회를 위해 29일 오후 대전광역시 서구 대전지방검찰청을 방문하고 있다. /이선화 기자

일각에서는 공소 유지 의무를 진 검찰이 주요 사건을 담당한 판사에 관한 공개된 정보를 취합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견해도 있다. 연구회 가입 여부나 가족 관계 등은 포털 검색이나 유료 정보 이용 시스템을 통해 쉽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사찰 의혹을 둘러싼 사실관계를 좀 더 들여다 봐야한다는 필요성도 제기됐다.

서초동의 한 중견 변호사는 "어떤 목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정보를 모아 이용했는지 이 모든 과정에서 불법적인 부분이 있었는지 등이 더 구체적으로 드러나야 적절성을 따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법무부 장관이 총장에 대한 직무 배제 조처를 한 것만으로도 혼란스러운 상황이기 때문에, 재판부 사찰처럼 중대한 의혹일수록 지나친 해석은 삼가고 진위를 따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추 장관이 밝힌 대로 울산 시장 선거 개입이나 조 전 장관 사건을 맡은 재판부를 대상으로만 사찰이 진행됐다면, '공소 유지 의무'만으로 면죄부가 될 수 없다는 해석도 있다.

또 다른 중견 변호사는 "누가 봐도 검찰 조직의 이익이 달린 사건을 맡은 판사의 정보를 모았다는 것, 그것도 수사정보정책관실에서 총장에 보고되고 다시 반부패수사부로 내려가는 등 체계적으로 정보를 모았다는 점에서 부적절하다"라며 "공소 유지라는 검찰 본연의 업무가 아니라, 자기 조직의 이익을 위해 판사의 정보를 모은 셈이기 때문"이라고 봤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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