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최고령 한채진 "체력으론 '꼴찌 후보'지만..경험이라는 '큰 무기'가 있죠"

인천 | 윤은용 기자 2020. 11. 24.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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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현역 여자프로농구 최연장자인 신한은행의 한채진이 지난 18일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기 전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개막 뒤 4승2패로 KB와 공동 선두
평균 연령 31.8세 팀의 ‘반란’ 주도
평균 출전시간 1위…체력도 건재
“거리감이 없어져야 팀도 좋아져”
후배들에게 먼저 다가가려 애써

올시즌 하위권으로 분류됐던 인천 신한은행은 2라운드 첫 경기까지 4승2패로 ‘우승 후보’ 청주 KB스타즈와 공동 선두에 오른 채 휴식기를 거쳤다. 주전 베스트5 평균 연령은 31.8세. 더 따질 필요도 없는 최고령 팀이다. 최소 연령 부산 BNK 썸(23.6세)의 베스트5보다 8살이나 많다. ‘언니 농구’로 화끈하게 2020~2021 여자프로농구(WKBL)의 문을 연 신한은행의 언니들이 다시 신발끈을 묶었다.

언니 농구의 대장은 한채진(36)이다. 1984년생으로 현역 최고령 선수인 한채진은 김수연(34), 이경은(33), 김단비(30). 김아름(26)과 함께 맨 앞에서 신한은행의 반란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 18일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만난 한채진은 “내게 체력을 타고났다고 하지만 노력을 많이 한다. 몇 년 동안 루틴을 만들어가며 관리를 했다”며 “어릴 때와 비교해 회복이 느려지긴 했지만 아직까지는 끄떡없다”고 웃었다.

전성기라고 부르는 연령대가 지나면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줄어들기 마련이지만 한채진은 여전히 주전이다. 24일 현재 평균 출전시간 1위(38분48초)에 올라 있다. 체력은 조금도 시들지 않았다.

지난 시즌에는 WKBL 통산 8번째로 500경기 출전 기록을 세웠다. 손가락 부상으로 13경기를 이탈했던 2018~2019시즌을 제외하면 최근 10시즌 동안 단 2경기만 쉬었을 정도로 꾸준하다. 미국 NBA 스타 르브론 제임스와 동갑내기, 한채진은 ‘철의 여인’이라 불린다. 나이 때문인지 팬들로부터 받는 선물 중 보양식이나 약이 늘어만 간다. 한채진은 “요즘 팬들이 콜라겐이나 홍삼을 많이 선물해주신다. 그런데 난 보양식을 그렇게 많이 먹진 않는다. 그보다는 좋아하는 음식 챙겨 먹는 것을 선호한다. 콜라겐 대신 막창이나 닭발 같은 음식을 많이 먹는다”고 웃었다.

좋은 경기의 출발점은 팀워크다. 언니들이 이끄는 팀내에는 맏언니보다 18살이나 어린 선수가 함께 뛴다. 올해 신인드래프트를 통해 들어온 2002년생 백채연이 있다. 한채진은 그야말로 ‘언니’가 되고자 한다. 옆집 언니처럼 장난도 치며 거리감을 좁히려 애쓰고 있다. 처음에는 어색했던 어린 후배들도 어느덧 스스럼 없는 사이가 돼 가고 있다. 한채진은 “먼저 다가가지 않는 이상 어린 선수들이 나한테 말 걸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나도 어릴 때 그랬다”며 “거리감이 없어져야 팀도 더 좋아질 수 있다. 지금은 아무래도 내가 먼저 편하게 다가가고 있다. 후배들도 점점 불편함 없이 나를 대하는 것 같다”고 미소지었다.

높은 주전 의존도와 높은 평균 연령은 신한은행의 큰 약점으로 꼽혔다. 이 같은 예상이 오히려 신한은행의 ‘언니’들을 자극했다. 한채진은 “우리가 꼴찌 후보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시즌 시작해보면 알겠지’라는 생각으로 선수 모두가 첫 경기였던 부천 하나원큐전부터 꼭 이기겠다는 마음으로 가득 차 있었다. 첫 단추를 잘 끼워서 좋은 흐름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개막전에서 하나원큐를 73-55로 크게 이겼다.

지금도 전력면에서 다른 팀에 비해 객관적으로는 뒤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체력은 가장 큰 약점이다. 동시에 경험과 투지는 ‘언니’들의 가장 큰 강점이다. 한채진은 “체력적인 부분에서 젊은 팀들에 밀릴 수는 있다. 그건 인정한다”면서도 “우리에게는 시간을 들여야 가질 수 있는 경험이라는 큰 무기가 있다. 아직 시즌 초반인 데다 휴식기까지 지나 이제 체력도 큰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인천 |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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