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사는 게 죄냐"·"월세 낼 돈 없으면 집 팔란 소리냐"..종부세 폭탄에 쏟아진 비난

박상길 2020. 11. 24.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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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민이 부동산공인중개업소에 붙은 매매·전세·월세 관련 정보란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디지털타임스 박상길 기자] 정부가 작년보다 2배 급등한 종부세 고지서를 부과하자 조세 저항이 거세게 일고 있다.

2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종부세, 퇴직한 사람은 거주의 자유도 없습니까'라는 제목의 청원 글이 등장했다.

청원자는 "은퇴자, 퇴직자는 강남에 살 수 없냐"며 "은퇴하고도 종부세 납부하려고 죽을 때까지 일해야 하냐, 강남에 아파트 하나 가지고 있으면 적폐냐"고 말했다.

이어 "취득세, 재산세 납부하고 있고 또 집 팔 때 양도세까지 납부하고 있는데 왜 종부세까지 이렇게 많이 내야 하냐"며 "몇 년 전 아파트 가격이 몇억 빠졌을 때 국가에서 보전해줬냐"고 설명했다.

그는 "강남 사는 사람은 투기꾼이 아니다"라며 "몇 년 전 집값이 몇억 빠졌을 때도 그냥 가지고 있었다. 내가 살아온 집이지 투기의 대상으로 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또 "퇴직하고 삶의 뿌리를 옮기는 게 얼마나 힘들 거라고 생각은 안 해봤냐"며 "이제는 국가가 살 곳을 지정해주는 거냐"고 말했다.

네이버 부동산 카페 등지에서는 최근 국세청이 고지한 종부세 내역을 확인한 회원들의 글이 올라온다. 대부분 올해 종부세가 작년 2배 안팎으로 크게 올라 세 부담이 커졌다고 토로하는 내용이다.

강남구 도곡동의 한 아파트 보유자라는 A씨는 "올해 종부세가 368만원 나왔는데, 작년보다 딱 2배 더 나온 것"이라며 "종부세 폭탄이라는 말이 현실화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B씨는 "작년에 30만원 냈던 종부세가 올해는 110만원으로 3.5배 올랐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공시가격 인상에 따라 올해 새로 종부세 납부 대상이 된 가구가 20만명 이상이 될 것으로 추산한다. 올해 종부세 대상이 된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면적 84㎡는 26만2000원의 종부세가 고지됐다. 강동구 고덕동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 전용 84㎡도 올해 처음으로 종부세 납부 대상이 되면서 10만1000원이 고지됐다.

고가 아파트의 종부세 부담은 더 커졌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이 실시한 종부세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전용 84㎡ 보유자는 종부세가 작년 191만1000원에서 올해 349만7000원으로 2배 가까이 올랐다. 이 아파트의 내년 종부세 예상액은 713만7000원으로 올해보다 2배 넘게 오르고 2022년에는 1010만7000원으로 1000만원이 넘는다.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114㎡ 보유자는 종부세 부담이 작년 402만5000원에서 올해 694만4000원으로 커졌으며 내년 1237만3000원, 2022년 2133만4000원으로 각각 늘어난다.

다주택자의 세 부담은 더욱 가중된다. 마포 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5㎡와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84.4㎡를 소유한 2주택자의 종부세 부과액은 올해 1857만원에서 내년 4932만원으로 2.7배 오른다. 종부세에 재산세 등을 더한 보유세는 올해 2967만원에서 내년 6811만원으로 뛴다.

국민의힘은 올해 크게 불어난 종부세를 '폭탄', '벌금'으로 규정하고 여권을 맹비난했다. 이종배 정책위의장은 "집 한 채 갖고 있다는 이유로 한 달 월급이 세금으로 나가야 한다"며 "1주택 실거주자까지 실현되지 않은 이익에 벌금을 매기는데, 누굴 위한 정부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종부세 최대 피해자는 서울 시민"이라며 "정부가 잘못된 정책으로 서울 시내 집값을 죄다 올려놓고, 덕분에 내년엔 서울의 모든 구가 종부세 공포에 휩싸일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대권 잠룡인 원희룡 제주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종부세 폭탄은 국가에 월세 낼 돈 없는 사람들은 집에서 빨리 나가는 말로밖에 설명이 안 된다"며 "내 집을 갖고 있는 것을 죄로 보는 정부에게 '벌금 고지서'가 날아온 격"이라고 비판했다.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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