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사우디, 극비 정상회담
중동 '반이란' 재편 구도
[경향신문]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사우디아라비아를 극비리에 방문해 양국 수교 문제를 논의했다고 이스라엘과 미국 언론들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스라엘과 사우디 수장이 만난 것은 처음이다. 이스라엘과 사우디를 비롯한 중동국가들은 팔레스타인 문제로 오랜 기간 적대관계를 유지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중재로 지난 9월 아랍에미리트연합(UAE)·바레인, 10월 북아프리카의 이슬람 국가인 수단 등과 평화협정인 ‘아브라함 협정’을 체결하면서 분위기가 변하고 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하레츠·월스트리트저널은 네타냐후 총리가 전날 사우디 홍해 신도시 네옴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중재로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만났다고 보도했다. 사우디는 85세의 살만 빈 압둘아지즈 국왕이 통치하고 있지만, 35세의 무함마드 왕세자가 실세로 꼽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네타냐후 총리가 무함마드 왕세자와 양국 관계 정상화와 이란 문제 등에 대해 논의했지만, 실질적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과 사우디가 평화협정을 맺는다면 그 의미는 적지 않다. 중동 구도가 기존의 ‘반이스라엘 동맹’에서 ‘반이란 동맹’으로 재편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이란을 고립시키려는 트럼프 행정부, 중동 맹주를 놓고 이란과 다퉈왔던 사우디, 중동국가들과 거리를 좁히려는 이스라엘 등 3자의 이해관계도 맞아떨어진다.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문제에서 원칙주의자에 가까운 살만 국왕과는 달리, 무함마드 왕세자는 이스라엘에 대해 유연한 편이다.
다만 이스라엘과 중동국가들의 협정을 중재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낙선이 변수가 될 수 있다. 네타냐후 총리의 사우디 방문을 두고도, 조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기 전에 양국 간 평화협정 협상을 기정사실화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평화협정 성사의) 관건은 이슬람·아랍 종주국을 자임해 온 사우디가 대외 영향력과 정통성에 손상을 입을 수밖에 없는 이스라엘과 수교를 어느 속도로 추진할 것인가”라며 “무함마드 왕세자 입장에서 이스라엘과의 관계 개선은 자칫 권력승계에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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