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쓸 의자·연필꽂이, 직접 만들어요"
[경향신문]
목공 수업에 아이들 푹 빠져
초등 1~4학년 누구나 이용
전문가 등 지역 주민 주도로
요일별 글쓰기·체육 등 지도
“눈높이 교육, 안심하고 맡겨”
시, 내년 돌봄센터 4곳 설치
“지난번까지는 연필꽂이를 만들었지? 이제는 너희들이 사용할 의자를 만들어 보도록 하자.”
24일 찾은 경기 용인시 수지구 동천동 좋은친구교회 2층 ‘모두방과후학교’에서는 목공 수업이 한창이었다. 6명의 아이는 나무를 이용해 스스로 무언가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한 듯 수업에 임하는 모습이 진지했다. 김시우군(한빛초교 3학년)은 “직접 만든 연필꽂이를 할머니께 선물로 드렸더니 너무 좋아하셨다”며 “이번에 만드는 의자는 내가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목공 지도사 임종민씨(44)는 “저학년이지만 수업 집중도가 높은 편”이라며 “작품 완성도보다는 나무를 통해 다양한 감각을 배우게 하고 또 완성했을 때의 뿌듯함을 느끼게 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임씨는 이 마을 공동체인 ‘동천마을네트워크’ 목공소에서 활동하고 있다.
모두방과후학교는 용인시 돌봄센터 1호점으로 지난달 30일 문을 열었다. 지역 주민 주도로 운영된다는 점에서 기존 돌봄센터와 차별화된다. 촘촘한 돌봄뿐만 아니라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는데 질적으로도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동천동에 거주하며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초등학교 1~4학년)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현재 돌봄센터를 이용하는 학생은 13명이다. 동천마을네트워크 운영위원들이 순번을 정해 돌아가며 요일별로 영상·글쓰기·미술·체육·목공 등을 지도한다. 코로나19로 아이들이 학교 가지 않는 시간이 많아지자 월~금요일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한다. 오전에는 학교에서 진행하는 원격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오후에는 자체적으로 마련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신동근 모두방과후학교 대표(57·좋은친구교회 목사)는 “모두방과후교실은 도서관, 목공소, 생활협동조합 등 동천동 지역 25개 작은 단체가 모여 활동하는 마을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며 “지난해 2월부터 운영하던 중 용인시에서 공모한 마을공동체사업으로 선정되면서 돌봄센터 1호점이 됐다”고 말했다.
용인시는 이곳에 운영비 일부와 함께 경력단절 여성을 돌봄교사로 배치해 지원하고 있다. 돌봄교사 정숙인씨(63)는 “지역아동센터에서 10년간 일한 경력을 살려 이곳에 근무하게 됐다”며 “보육과 독서 지도를 하고 있는데 아이들이 하루하루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의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방은주씨(39)는 “코로나19로 아이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 걱정이 컸는데 많은 의지가 된다”며 “아이들을 촘촘히 살피고, 눈높이에 맞춘 교육 프로그램도 진행하니 믿고 맡길 수 있어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용인시는 주민 주도로 운영되는 이러한 돌봄센터를 내년에 4곳 더 설치할 계획이다. 백군기 용인시장은 “모두방과후학교는 민관이 협력해 맞벌이 부부의 걱정을 덜어주는 동시에 돌봄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안정적인 지원을 위해 조례 제정 등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최인진 기자 ijcho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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