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강경파 전면 포진.. 文 '평화프로세스' 통할까?

국기연 2020. 11. 24.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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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외교·안보 '블링컨·설리번' 체제
동맹국과 협상 중시하는 정통 실무형
방위비 분담금, 주한미군 감축·철수 등
한·미 현안 소리 나지 않게 조율할 듯
오바마 정부 재임 때 北 비핵화 회의적
대북 제재 강화·보텀업 방식에 탄력
퍼주기식 대북 접근 동의 얻기 어려워
토니 블링컨, 제이크 설리번(왼쪽부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 정부의 외교·안보팀에 버락 오바마 정부 출신 인사들이 집중 포진함으로써 ‘정통 외교’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전통적인 미국 외교·안보 진용이 복원된 만큼 예측 가능하다는 점에서다. 하지만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내정자,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 등 낯익은 얼굴의 등장에 한국에서 안도감과 불안감이 교차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새 외교·안보팀, 한·미동맹 중시는 긍정 신호

두 사람 모두 한국과 같은 동맹국의 중요성을 잘 인식하고 있다는 점은 한국 정부로서는 다행스러운 일이다. 두 사람이 북한 핵 문제 등 현안에 대처하면서 동맹국과의 협력을 중시하는 ‘동맹파’라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렇지만 이들이 누구보다 한반도 문제에 정통한 실무형이고 차기 미국 정부의 한·미 관계와 북·미 관계 재정립 과정에서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은 ‘강경파’라는 게 워싱턴 외교가의 대체적인 평가이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와 비교할 때 바이든 정부의 한·미 양국 관계는 순항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한·미 동맹 관계를 경시하는 태도를 보였다. 특히 그는 한국 등 우방국의 안보 무임승차론을 주장하면서 일방적으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5배로 올리라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굽히지 않아 한·미 관계를 벼랑 끝으로 몰고 갔다.

블링컨-설리번 팀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전시작전권 전환 문제 등 한·미 간 현안에 소리 나지 않게 대처하고, 한·미 양국 간 긴장 관계도 누그러뜨릴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문제는 블링컨-설리번 팀이 한국 정부와 대북 정책을 놓고 엇박자를 낼 수 있다는 점이다. 문재인-트럼프 정부는 방위비 분담금 등 한·미 간 현안을 놓고 대립했지만 대북 정책에서는 비교적 손발이 잘 맞았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 이니셔티브를 강력하게 밀어붙였고, 이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담판을 통해 북한 핵·미사일 문제를 일거에 해결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계산과 맞아떨어졌다.
외교부 최영삼 대변인은 이와 관련, 24일 정례브리핑에서 “블링컨 내정자는 외교 분야에서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을 갖추고 한·미관계나 한반도 문제 등에 대해서도 이해가 깊은 인사”라며 “우리 정부는 차기 행정부하에서도 굳건한 한·미동맹이 더욱 발전되어 나갈 것을 기대하며 이들과 협력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북제재 강경파, 文정부와 비핵화 마찰 우려

반면 블링컨과 설리번이 이끄는 바이든 외교·안보팀은 문재인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선뜻 보조를 맞추기를 주저할 가능성이 있다. 한 외교소식통은 오바마 정부 시절 북한 문제를 다뤄봤던 그들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회의론자가 됐다고 귀띔했다. 그런 북한을 대화와 협상의 장으로 끌어내려면 국제사회가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의 강도를 높여나가야 한다는 게 블링컨과 설리번의 판단이다. 이런 이유로 무조건 김 위원장과의 대화를 우선하고 화해·협력을 앞세우는 한국 정부의 대북 접근에는 바이든 정부가 쉽게 동의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 교수는 “바이든 행정부는 북핵시설을 공개하고 동결, 검증하면서 그 대상은 지금까지 한번도 건드려본 적이 없는 우라늄 농축시설까지 넓혀 북한이 의미 있는 비핵화조치를 하면 제재완화와 해제까지 하는 방법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트럼프 정부에서는 모든 길이 트럼프로 통했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트럼프 정부에서 한국의 대미 외교는 트럼프 대통령 한 사람에 집중됐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기친람의 통치 방식으로 모든 것을 혼자 결정하는 스타일이어서 대북 정책이나 한·미 관계 현안 처리 과정에서 실무 레벨의 협의는 별 의미가 없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바이든 정부는 트럼프 정부와 정반대로 움직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바이든 당선인보다 블링컨, 설리번 내정자 등이 한·미 관계나 북·미 관계의 핵심 정책을 실질적으로 결정하고, 바이든 당선인의 추인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시장협의회와 화상회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가운데 아래쪽)이 23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윌밍턴 퀸 시어터에 마련된 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미국시장협의회(USCM) 소속 시장들과 화상회의를 하고 있는 모습. 윌밍턴=AFP연합뉴스
한국 정부는 바이든 정부의 베테랑 외교·안보팀을 상대로 치열한 밀당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대진 아주대 통일연구소 교수는 “바이든 당선인의 외교안보라인은 동맹가치 복원과 국제질서 회복을 내세울 것”이라며 “북미관계 재검토에 들어가며 동맹국인 한국의 의견을 청취할 것이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재검토 기간을 최대한 빨리 끝내고 비핵화 여정에 속도를 내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백소용 기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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