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햇발] 친문 세력화 '민주주의4.0' , 성공의 조건 / 신승근

신승근 2020. 11. 24. 19:3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아침햇발]신승근

논설위원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22일 열린 ‘민주주의4.0 연구원’ 창립총회에서 도종환 이사장 겸 연구원장과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2일 서울 용산구 효창동 백범김구기념관, ‘민주주의 4.0 연구원’이 창립 출범식을 열었다. 홍영표, 전해철, 이광재, 김종민, 윤호중, 정태호, 최인호, 황희 등등…. 더불어민주당 의원 56명이 참여했다. 친문 주류가 주축이다. 설립 취지문은 “좌는 악, 우는 선이라고 믿으며 세상을 이분법으로 보는 냉전 기득권세력의 공격으로부터 정권을 엄호하고 민주주의를 지켜내야 한다” “4번째 민주정부를 창출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 보위’와 ‘정권 재창출’을 전면에 내걸었다. 이들은 2주마다 모여 저출산 고령화, 4차산업과 정보화, 비정규직 등 양극화, 미·중·일·러 패권주의와 한반도 등의 주제를 토론하고 미래 비전도 모색한다.

여당 의원들이 정부 성공과 정권 재창출을 위해 결속하고, 미래 청사진을 제시하는 모임을 결성한 건 탓할 일이 아니다. 정당의 목표는 집권이다. ‘세기의 삽질’ 4대강 사업,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원·기무사 댓글 공작, 금강산 관광 중단과 개성공단 폐쇄 등등…. 김대중·노무현 민주정부 10년의 성과가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어떻게 퇴행했는지 돌이켜보면, 이들이 내건 명분에 동조하는 의원은 계속 늘어날 것이다. 이들이 미래전략을 확립하고, 강대국의 패권 다툼 속에서 남북이 공존공영할 해법을 찾는다면 의원 모임의 새 지평을 여는 이정표가 될 것이다. 다만 성공을 위해 유념할 게 있다.

아무리 토론 모임을 표방해도 대선을 앞두고 치열한 권력 투쟁을 벌이는 정치판에선 다르게 해석한다. 유력 주자인 이낙연 대표, 이재명 경기지사도 마음에 안 드는 친문 의원들이 일단 모여 상황을 지켜보면서 ‘제3의 인물’을 띄우려는 게 아니냐고 의심한다. 연구원의 핵심은 2018년 ‘부엉이 모임’을 결성했던 친문 주류다. “밥 먹는 모임일 뿐”이라 해명했지만 ‘친문 패권주의’ 논란에 해체했다. 그런데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와 차기 당 대표·원내대표 경선, 2022년 대선 레이스를 앞둔 민감한 시점에 세력화 움직임을 보이는 그들을 향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정부 성공과 정권 재창출을 위해선 민주당이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 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도 있다. 이들은 선거전략에 집중하는 민주연구원은 미래 비전 마련에 한계가 있다고 말하지만, 억측이 사그라들지 않는다. “대선 공약을 6개월 정도 논의하고 여기에 맞는 후보를 뽑아 이행하는 것이 정당 중심의 선거와 국정 운영이다”(김종민 의원), “모택동은 ‘사람을 모으려면 깃발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이광재 의원)는 발언도 묘한 여운을 남긴다. 황희 의원은 “누군가를 대선 후보로 띄우기 위해 사단법인까지 만들진 않는다”고 말했다. 그 약속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민주당 내부의 이익집단화를 걱정하는 이들도 있다. 내년 4월 당 대표, 5월 원내대표 경선에서 홍영표, 전해철 의원을 지원하는 세몰이 조직이라는 얘기도 공공연하다. 당권을 잡겠다고 이런 큰일을 꾸미는 건 아니길 바란다. 이견은 자유롭게 표출하고, 오만과 독선은 경계해야 마땅하다. 당 조직을 장악하고, 여론을 왜곡하는 걸 무엇보다 경계해야 할 것이다.

정권 재창출은 몇몇 열성 의원이나 팬덤 집단이 아닌, 도도한 민심이 움직여야 가능하다. 특정 계파가 강제할 수 없다. 실패 사례는 차고 넘친다. 멀리 1997년 대선을 앞두고 구 신한국당의 범민주계 의원인 최형우, 강삼재, 서청원 등이 만든 ‘정치발전협의회’가 있었다. 한나라당 시절 심재철, 이재오 등 친이명박계 의원 40여명은 이명박 정부 성공을 명분 삼아 2008년 ‘함께 내일로’, 2011년 ‘개헌모임’ 등을 결성하고 박근혜 비토에 발 벗고 나섰지만 부질없었다. 권력을 잡은 친박계 의원 51명은 2016년 ‘혁신과 통합 보수연합’을 만들어 김무성·유승민 등을 찍어내려다 결국 제 발등을 찍고 자멸했다.

평지풍파를 자초해선 안 된다. 현재 당면한 과제 해결에 에너지를 더욱 집중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 임기는 이제 1년 반 남았다. 미래는 현재의 결과물이다. 정권 재창출도, 민주당의 미래도 성과에 달렸다. 집값 폭등 등 주거 불안, 노동자의 잇따른 죽음, 지지부진한 검찰개혁 등에 대해 해법을 제시하고, 174석의 압도적 의석으로 실천하는 게 미래 비전 제시보다 훨씬 중요하다. 국민은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과연 무엇을 이뤘는지 묻고 있다. 지금 해야 할 일을 놓친다면 미래도 없다.

skshin@hani.co.kr

Copyright © 한겨레.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크롤링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