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양수 칼럼] 선거조작 그리고 '가짜' 대통령들

박양수 2020. 11. 24.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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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양수 수석논설위원
박양수 수석논설위원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 바이든 대선 당선자의 정권 인수과정에 협조할 뜻을 밝히면서 미국 대선 정국이 한 고비를 넘겼다. 하지만 미련을 완전히 못 버린 트럼프는 여전히 부정선거 이슈를 연방 대법원까지 끌고 갈 태세다. 민주주의 종주국이란 미국도 그렇고 2020년은 코로나 바이러스 팬데믹과 함께 '대선 부정선거'로 극심한 정치 혼란에 빠진 국가들이 적지 않았다. 벨라루스, 키르기스스탄, 탄자니아 등 국가들이 부정선거 시비 속에 대통령이 사임하거나, 폭력 시위사태가 벌어졌다.

트럼프 측이 대법원 소송과 관련해 문제 삼고 있는 쟁점은 크게 '도미니언' 개표시스템과 '개표 참관인' 등 두 가지 이슈다. 도미니언은 2006년 베네수엘라 차베스 대통령이 600만 표 차이로 승리할 당시 대선 결과 조작에 사용된 것으로 알려진 소프트웨어다. 이후 남미 등 40개 국가에서 사용되다가 개표 조작 등 문제를 일으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변호인단은 또 미시건, 펜실베이니아, 조지아 등 경합주 개표 과정에 공화당 측 참관인이 개표소에 입장하지 못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흥미로운 부분은 이번에도 어김 없이 등장한 중국과 러시아 개입설이다. 국민들은 미국의 정보기관들이 선거 과정에서 중국 등 외부 개입을 막지 못한 것으로 의심하는 모습이다. 러시아는 2017년과 2018년에도 독일 총선과 프랑스 대선, 이탈리아 총선 등에 개입해 가짜뉴스, 음모론 등을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중국도 정치자금 후원, 주요 인물 포섭, 여론 조작 등의 수법으로 다른 국가 정치에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이른바 '샤프 파워(Sharp Power)'라고 하는 수단을 동원했다. 샤프 파워는 포섭, 조작을 통해 은밀하게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점에서 군사력과 경제력 같은 '하드 파워'나 문화를 매개로 영향력을 끼치는 '소프트 파워'와는 전혀 다르다. 이를 통해 사회적 갈등을 조장하거나, 특정 후보에게 불리한 조작된 정보를 흘리기도 한다.

자유당 정권 시절부터 최근까지 따져볼 때 우리도 선거철이면 예외 없을 정도로 부정선거 홍역에 시달렸다. 지난 1960년 자유당 이승만-이기붕, 민주당 조병옥-장면이 정·부통령 후보로 맞붙은 '3·15 부정선거'가 최초 사례다. 최근에는 2017년 5월 치러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에게 유리하게 여론을 조작한 '드루킹 여론조작 사건'이 있었다. 얼마 전 서울고법은 드루킹 댓글 사건을 사실상 주도하는 등 선거에 개입한 혐의로 김경수 경남지사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여권의 국회의원들이 "전형적인 정치 공세"라며 일축했던 모든 게 결국 사실로 밝혀진 것이다. 올해 4·15 총선도 부정 선거 의혹이 불거져 소송으로 이어진 경우다. 미국의 경우처럼 개표참관인, 개표 조작 등이 주요 이슈다.

국민의 대표를 뽑는 선거에서 여론 조작이란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범죄 행위다. 부정선거는 법치주의에 대한 명백한 모독이고, 민주적 절차와 정당성을 심각하게 훼손한다. 왜곡된 여론에 의해 뽑힌 당선자는 가짜 대통령, 가짜 국회의원이다. 그런 사람이 한 국가나 지역을 대표할 수 없다는 건 자명한 이치다. 그건 법적인 문제를 떠나 도덕적으로도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문제다. 2017년 20대 대선에서 국민들이 문 대통령을 지지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도덕적으로나 법적으로 깨끗하게 여겼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드루킹 사건에 대해 "우리도 피해자"라며 발뺌했다. 하지만 만약 문 대통령이 직접 관여한 정황이 드러나게 된다면 퇴임 이후라도 구속수사를 받을 수 있는 매우 엄중한 사안이다.

민주주의를 훼손하려는 적은 내부와 외부에 모두 있다. 그 적은 특정 국가일 수도, 아니면 '제2의 드루킹' 같은 특정 세력이 될 수도 있다. 그들은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 하기 위해 정보 조작이나 해킹, 가짜뉴스 유포 등 물불 안 가리고 무차별 공격을 가한다. 당장 오는 2022년 닥쳐올 21대 대선이 걱정이다. 가정법이지만 '전자 개표기 조작'도 있을 수 있다. 권력이란 달콤한 유혹에 빠져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에게 영혼을 판 파우스트가 후보로 나오지 않도록 눈 부릅뜨고 감시하는 것도 민주시민의 몫일 것이다.

박양수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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