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핵융합에너지연구원 'KSTAR' 가보니

이준기 2020. 11. 24.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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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우주기지 처럼".. 거대한 솥단지서 태양 핵융합 반응
무게 300t·건설비 4000여억 달해
초고온 플라즈마, 자기장으로 가둬
1억도 이상서 20초간 유지 성공
2025년까지 300초 연속운전 목표
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KSTAR)의 주요 장치 중 하나인 진공용기 내부 모습으로, 1억도의 초고온 플라즈마가 초전도 자석의 자기장을 이용해 안정적 상태에서 장기간 유지될 수 있다. 핵융합연 제공
대전에 위치한 핵융합연 내에 구축된 토카막 방식의 '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KSTAR)' 전경으로, 오는 2025년까지 1억도 초고온 플라즈마의 300초 연속 운전을 목표로 실험을 진행한다. 핵융합연 제공

'영화 속 우주 기지의 모습이라 할까 ….' 높이 10m, 직경 10m의 거대한 솥단지가 각종 장치와 용기가 은색으로 치장된 채 배관 등으로 서로 연결돼 있어 화려함을 더해줬다. 솥단지 이름은 'K-스타'(KSTAR)다. 무게 300t에 건설비만 4000여 억 원이다.

한국형 인공태양이다. 지난 23일 오전 대전 유성구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의 KSTAR는 그렇게 웅장하고 화려함으로 기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KSTAR는 물질의 제4상태로 일컫어지는 플라즈마를 만들기 위해 극저온(영하 269도), 초고진공 상태를 유지하는 고난도 기술의 집약체다. 지난 1995년부터 2007년까지 12년에 걸쳐 순수 국내 기술로 독자 개발에 성공했다.

KSTAR는 세계 몇 안 되는 토카막 방식의 초전도 핵융합연구장치다. 우리 한국의 미래 과학의 견인차다.

토카막은 태양처럼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초고온 플라즈마를 자기장을 이용해 가두는 핵융합장치다. D자 모양의 초전도 자석으로 돼 있어 플라즈마가 도넛 모양의 진공용기 내에서 안정적 상태를 유지하도록 제어하는 역할을 한다.

◇1억도 초고온 플라즈마 20초 유지... '세계 기록' 달성= KSTAR는 크게 초고온의 플라즈마가 발생하는 '진공용기'를 비롯해 고주파 가열장치, 중성입자빔 가열장치, 플라즈마 진단장치 등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초고온·고밀도 상태인 태양에서 일어나는 핵융합 반응을 지구에서 구현하려면 KSTAR와 같은 핵융합장치 내부에 연료(중수소, 삼중수소)를 넣고 핵을 구성하는 이온과 전자로 분리된 플라즈마 상태로 만든 후, 이온 온도를 1억도 이상의 초고온으로 가열·유지해야 한다. 이 모든 과정을 KSTAR 내부에서 안정적으로 구현해야 하고, 초고온의 플라즈마를 장기간 연속 운전 상태로 유지해야 비로소 핵융합 반응을 통해 에너지를 만들 수 있다.

그동안 다른 핵융합 장치들은 순간적으로 1억도 이상 초고온 플라즈마를 생성하는 데 성공했지만, 10초 이상 유지하진 못했다. 상전도 구리자석을 활용한 핵융합 장치의 운전 한계와 핵융합로 내에서 안정적으로 초고온 플라즈마를 장시간 유지할 수 있는 운전기술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2025년 300초 연속 운전을 향해"…설비 업그레이드 추진= 핵융합연은 이 같은 기술적 난제를 해결한 덕분에 2018년 실험에서 처음으로 플라즈마 이온온도 1억도(유지 시간 1.5초)를 달성한 이후 지난해 2월 초고온 플라즈마 운전 기록을 8초로 늘리는 데 성공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초고온 플라즈마 운전 한계를 넘기 위한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최근에는 20초 간 유지에 성공하면서 세계 핵융합 연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이는 기존 1억도 초고온 플라즈마 운전의 세계 최고 기록이자, 2019년 KSTAR가 달성한 8초를 2배 이상 연장한 성과라는 게 핵융합연 측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나용수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1억도 초고온 플라즈마의 장시간 운전기술은 핵융합에너지 실현을 위한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해다. 핵융합연은 지난 8월부터 KSTASR 장치 운전을 시작해 오는 12월 10일까지 플라즈마 발생 실험을 지속할 계획이다.

KSTAR의 최종 운전 목표는 2025년까지 1억도 초고온 플라즈마의 300초 연속 운전을 달성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 초고온 플라즈마의 장시간 연속 운전을 위해 진공용기 내부에 있는 '탄소 디버터'를 강한 열속에 견딜 수 있게 '텅스텐 디버터'로 교체하는 설비 업그레이드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아울러, 핵융합 반응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이온 온도뿐만 아니라, 핵융합 반응 입자수를 늘려 밀도 향상을 위한 연구개발을 지속해 300초 운전을 달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유석재 핵융합연 원장은 "독립 연구기관인 핵융합에너지기술연구원의 새로운 출범과 함께 세계적인 핵융합 연구성과를 국민에게 알릴 수 있게 돼 기쁘다"며 "세계 핵융합 연구를 선도하는 기관으로 핵융합에너지 실현이라는 전 인류적 목표 달성을 위해 도전적인 연구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대전=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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