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의 이상한 행보..업체 군기잡기 논란

김병호 2020. 11. 24.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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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바이오 때아닌 괘씸죄 의혹
파미셀, 식약처 허가 반려에
소송 대응하자 임상승인 질질
6개월째 결론 안나 속타들어가
식약처 "자료보완 필요" 해명
중간판매상 통한 중국 수출
메디톡스만 콕 집어 문제
두차례 판매중지·허가취소
신약 허가 등 의약품 행정 관련 규제 권한을 가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최근 논란의 소지가 있는 행보를 거듭하면서 K바이오 업체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최근 업계에 식약처의 비협조로 사업 진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제약·바이오 업체는 파미셀과 메디톡스다. 두 회사 모두 올 들어 식약처를 상대로 법정 소송을 진행하는 등 불편한 관계에 있다.

알코올성 간경변 치료제 '셀그램-LC'를 개발하고 있는 파미셀은 지난 5월 20일 임상 3상 계획을 식약처에 제출했지만 아직까지 임상 개시 허가를 받지 못했다.

의약품안전규칙에 따르면 임상 1~3상 등 모든 단계의 임상시험 계획 승인은 신청 후 30일(근무일 기준) 내에 처리가 완료돼야 한다. 그런데 파미셀은 임상 3상 신청 후 6개월이 다 돼가지만 식약처에서 두 차례 자료 보완 요청을 받았다. 파미셀 관계자는 "식약처를 상대로 셀그램-LC에 대한 조건부 허가 소송을 진행하는 것과는 별개로 신속한 임상을 추진 중인데 승인이 늦어져 속이 탄다"면서 "지난 19일 식약처로부터 간단한 보완 요청을 받은 터라 이르면 다음달에는 허가를 내주지 않을까 하며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임상 허가 처리 기간은 달력 날짜로 약 42일인데 보완이 필요하면 그만큼 더 늘어날 수 있다"며 "파미셀의 보완조치가 늦어서 허가가 지연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셀그램-LC 임상 승인이 지체되고 있는 데 대해 파미셀이 식약처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해 승소까지 하면서 심기를 건드렸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특히 언론에까지 공개된 판결문을 통해 식약처가 셀그램-LC의 조건부 허가를 막기 위해 애쓴 정황 등이 드러나면서 식약처가 파미셀에 반감을 품고 있다는 것이다.

판결문에는 셀그램-LC의 조건부 허가를 반려하면서 허가 결정 과정 전문성 부족, 입맛에 맞는 외부 기관 자문 유도, 새로운 평가 자료 거부 등 유연하지 못한 식약처 태도를 비판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앞서 파미셀은 임상 2상 후 셀그램-LC에 대한 조건부 허가를 식약처에 신청했지만 지난해 2월 반려 처분을 받자 행정소송을 제기한 뒤 지난 7월 승소한 바 있다. 식약처가 서울고등법원에 항소해 2심이 진행 중이다.

식약처가 일명 보톡스로 불리는 보툴리눔 톡신 제제를 생산하는 국내 업체 중 메디톡스만 콕 집어 과중한 제재를 가하고 있는 것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지난달 식약처는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제품을 판매했다는 점을 문제 삼아 매디톡스의 보톡스 제품인 메디톡신과 코어톡스에 대해 판매중지 및 회수폐기명령을 내렸다. 메디톡스가 국내 판매대행사와 계약을 체결해 중국에 물량을 내보내는 것을 수출이 아닌 국내 판매 목적으로 간주했기 때문이다. 국내 판매를 할 때는 국가출하승인이 필요하지만, 수출할 때는 승인이 필요 없다. 하지만 문제는 대다수 다른 보툴리눔 톡신 업체도 메디톡스처럼 보툴리눔 톡신 제품을 국내 판매대행사를 끼고 비공식적으로 수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메디톡스를 포함해 이들 업체는 판매대행사에 주는 물량이 국내에 유통되지 않고 해외로 나가기 때문에 수출로 보고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고 판매해왔다. 이처럼 대다수 보툴리눔 톡신 업체가 메디톡스와 똑같이 중간판매상을 거쳐 중국으로 물량을 내보내고 있는 만큼 다른 업체에도 똑같은 처분을 내려야 하지만 식약처는 제보 대상이 메디톡스이기 때문에 전수조사까지 갈 필요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앞서 올 상반기에 식약처는 허가된 내용과 다른 원액 사용 등을 이유로 메디톡스 보톡스 제품에 대해 '잠정제조 및 판매 중지명령'과 '허가취소 처분'을 내린 바 있다. 메디톡스는 곧바로 소송으로 맞대응했고 법원은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메디톡신'은 법적으로 계속 판매가 가능한 상태다. 이후 메디톡스는 식약처 처분 자체를 취소하려는 본안소송을 진행하면서 식약처와 마찰을 빚고 있다. 법원은 지난 10월에 내린 식약처 판매 중지 처분에 대해서도 집행을 멈추라는 판결을 내렸다. 업계 관계자는 "밉보인 메디톡스에 대한 처분이 법원에 가서 모두 취소될 정도로 식약처가 무리한 처분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사업하기 힘든데 코로나19 관련 백신이나 치료제 외에는 인허가 받기가 여전히 까다롭다"며 "식약처 비위를 조금이라도 건드렸다가는 일이 진행되지 않아 사업을 접어야 할 판"이라고 전했다.

[김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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