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갑질 '최대 과징금' 이끌었지만.. 중소기업 대표의 눈물

김경준 2020. 11. 24.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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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갑질을 공익 제보해 사상 최대의 과징금을 이끌어 냈는데, 돌아온 건 법정관리 처지에 내몰려 생사기로에 놓인 현실 뿐입니다."

그는 "갑질 기업에 부과된 사상 최대 과징금은 국고에 귀속되며, 이는 공익신고 업체 피해보상이나 갑질 피해기업 구제를 위해 쓰이지 않는다"며 "공익신고로 과징금을 징수하면 피해기업의 피해 보전에 우선 지급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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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가공 업체 '신화' 윤형철 대표 호소문 공개
롯데마트 갑질 공익제보 후 법정관리 처지
사상 최대 과징금 이끌어 냈지만 정부 지원 전무
롯데마트 정육 코너에서 시민들이 제품을 고르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대기업 갑질을 공익 제보해 사상 최대의 과징금을 이끌어 냈는데, 돌아온 건 법정관리 처지에 내몰려 생사기로에 놓인 현실 뿐입니다."

돼지고기 육가공업체인 '신화'를 운영하고 있는 윤형철 대표가 24일 "대기업 갑질을 공익제보한 기업에 대해 정부가 나몰라라 하는 현실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한 호소문에서 밝힌 내용이다.

윤 대표가 대기업의 갑질에 맞서 싸운 건 지난 2015년. 그는 롯데마트의 부당한 납품단가 후려치기 등에 맞서 2015년 8월 공정거래위원회에 조정 신청을 냈고, 지난해 11월 공정위는 40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유통업법을 적용한 사례 중 사상 최대 과징금이었다.

2012년부터 롯데마트와 거래를 시작한 그는 자체 할인행사를 위해 원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삼겹살을 납품하도록 강요하는 등 롯데마트의 납품단가 후려치기 갑질을 견디다 못해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 조정신청을 냈다. 그는 "이후 롯데마트가 선임한 율촌, 화우, 김앤장 등 대형로펌을 상대로 5년간 피말리는 싸움을 펼쳐왔다"며 "롯데마트와 거래는 끊어졌고, 문제를 제기한 이듬해부터 회사는 법정관리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매출은 곤두박질쳤고, 직원은 10분의 1로 줄었다.

하지만 대기업과의 힘겨운 싸움보다 그를 더 힘들 게 만든 건 사상 최대 과징금을 이끌어낸 공익 제보를 했음에도, 정부에서 어떤 도움도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그가 피해 손실액을 보상받으려면 직접 롯데마트를 상대로 수년 간의 민사소송을 거쳐야 했다.

그는 "갑질 기업에 부과된 사상 최대 과징금은 국고에 귀속되며, 이는 공익신고 업체 피해보상이나 갑질 피해기업 구제를 위해 쓰이지 않는다"며 "공익신고로 과징금을 징수하면 피해기업의 피해 보전에 우선 지급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과징금 사용에 대한 문제뿐만 아니라 공익신고기업의 피해보상 역시 현실과는 동떨어진 수준에 대한 안타까움도 더했다. 그는 "중소기업 긴급경영안정자금을 지원 받기 위해 중소기업청(현 중소벤처기업부), 중소기업진흥공단 등에 수없이 다녀봤지만 현행 규정상 안 된다는 얘기만 듣고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며 "마지막으로 기대했던 한국자산관리공사의 회생기업 자금대여 역시 점수 미달로 탈락했다"고 토로했다. 특히 "회생기업 자금대여는 1점이 부족해 지원을 받지 못했는데, 식품안전관리인증(HACCP)이나 벤처기업 인증이 5년 지났다는 게 이유였지만 공정위 결과를 내는데만 5년이 지난 상황은 전혀 감안이 되지 않았다"며 푸념했다.

그는 "도움이 절실한 갑질 피해기업 입장에서는 지원 제도들이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고, 공익신고 기업이라는 영예도 상처뿐인 영광"이라며 "주무부처인 중기부에게 당장의 법정관리나 부도 위험에 최소한의 지원 방안이라 마련해 줄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김경준 기자 ultrakj7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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