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T 대리'가 대리기사의 사용자인 이유..지노위 결정문 살펴보니

김지환 기자 2020. 11. 24.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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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고용노동부가 지난 7월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에 설립신고필증을 발급했습니다. 특수고용직인 대리운전기사들의 전국단위 노조를 ‘합법노조’로 처음 인정한 것으로, 이들은 ‘노동 3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습니다. 짧게는 전국대리운전노조가 노조 설립신고서를 제출한 지 428일 만이며, 길게는 2012년 전국단위 노조가 출범한 지 8년 만입니다.

필증을 받아든 전국대리운전노조는 한 달 뒤인 지난 8월 대리운전 서비스 ‘카카오 T 대리’를 운영하는 카카오모빌리티에 단체교섭 요구를 했습니다. 하지만 카카오모빌리티는 이 요구를 거부하며 전국대리운전노조에 보낸 공문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카카오 T 대리 서비스는, 고객이 앱에서 대리운전 서비스를 요청하면 대리운전 기사님이 자율적으로 대리운전업무 수행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대리운전 중개 플랫폼으로서, 당사가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지 불분명하다는 법률 검토 의견이 있었다.”

에둘러서 말했지만 쉽게 말해 카카오모빌리티는 노조법상 대리운전기사들의 사용자가 아니니 교섭에 응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에 전국대리운전노조는 카카오모빌리티가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하지 않고 있는 것을 시정해달라는 신청을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했습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노조법상 대리기사들의 사용자이기 때문에 교섭요구를 받았다는 것을 공고할 의무가 있다는 것입니다.

경기지노위는 지난달 대리기사는 노동자가 아니라 개인 사업자일 뿐이라는 카카오모빌리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전국대리운전노조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그러면서 카카오모빌리티에 노조가 교섭을 요구한 사실을 전체 사업장에 공고하라고 결정했습니다.

경기지노위가 왜 이런 판단을 내렸는지 결정서를 살펴보면서 쟁점을 짚어보겠습니다. 6가지 쟁점은 법원이 노조법상 노동자인지 여부를 판단할 때 사용하는 징표입니다.

■ 카카오모빌리티가 보수 등 계약내용을 일방적으로 결정하는지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 T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대리기사와 이용고객을 중개하는 플랫폼 사업자입니다. 대리기사는 앱에 가입할 때 이미 설정된 운행요금에 동의한다는 규정이 있고 구체적인 중개 수수료는 앱 내에 별도로 공지한다고만 돼 있습니다. 경기지노위는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카카오모빌리티는 대리기사의 보수 등의 중요한 노무공급의 내용과 방법 등을 일방적으로 결정한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 대리기사들이 카카오모빌리티로부터 받는 수입이 노무 제공의 대가인지

고객이 대리운전 이용요금을 결제하면 별도의 결제대행업체가 이용요금 중 80%는 대리기사에게, 나머지 20%는 중개 수수료 명목으로 카카오모빌리티에 지급하고 있습니다. 결국 대리기사가 대리운전 뒤 고객으로부터 대리운전비를 받아 자신의 수입으로 가져가는 것이므로 이는 독립된 사업자로서 용역을 제공하고 고객으로부터 받는 수익이라는 것이 카카오모빌리티의 주장입니다.

하지만 경기지노위는 별도의 결제대행업체를 통해 서비스 공급자 및 대리기사가 각각 해당 수익을 개별적으로 지급받는 것은 플랫폼 사업의 특성에 기인한 것으로 이를 근거로 대리기사의 수입이 노무 제공의 대가가 아닌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경기지노위는 “대리기사의 수입은 노무인 대리운전의 양(횟수, 거리, 시간)을 기준으로 그 양에 비례하여 산출되므로 여기에 더하여 수입 지급 방법까지 고려하면 대리기사가 대리운전이라는 노무의 대가로 카카오모빌리티로부터 대리운전비를 지급받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 대리기사들이 카카오의 사업수행에 필수적 노무를 제공함으로써 카카오의 사업을 통해 시장에 접근하는지

대리기사는 앱에 등록해 보험심사 등 일련의 과정을 거친 뒤 기사회원으로 승인되고 기사번호(ID)가 부여돼야만 대리운전 업무를 할 수 있습니다. 앱을 통하지 않는 현장콜은 보험 적용 문제로 원칙적으로 금지되어 있고, 다수의 고객이 특정 대리기사를 선택할 수도 없는 구조입니다. 경기지노위는 “대리기사가 제공하는 대리운전이라는 노무는 카카오모빌리티의 대리운전 사업에 필수적인 요소이고, 카카오모빌리티로부터 앱을 사용할 수 있는 ID를 발급받아야만 대리운전 시장에 접근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 카카오모빌리티와 대리기사 간 법률관계가 상당한 정도로 전속적인지

카카오모빌리티는 대리기사가 앱을 포함해 전화대리 및 다른 대리운전 프로그램에 중복으로 가입해 대리운전 업무를 하고 그 중에서 대리운전 콜을 선택할 수 있으므로 ‘전속성’이 없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경기지노위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주장대로 특정 사업주와의 관계만으로 한정해서 전속성을 해석한다면 다양한 근로시간 및 고용형태가 존재하는 현대사회에서 개별적 사정으로 여러 개의 파트타임 업무에 종사하는 노동자의 경우 특정 사업자와의 관계에서마저도 전속성이 부인되는 불합리한 결과가 초래된다”고 판단했습니다.

경기지노위는 또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의 노동자만을 조직 대상으로 한정하지 않은 초기업적인 산업별·직종별·지역별 노동조합인 경우 조합원의 자격 요건으로서 특정 사업자와의 전속관계를 필요로 하지 않고, 일시적으로 실업 상태에 있는 자나 구직 중인 자도 노동3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있는 한 노조법상 노동자의 범위에 포함된다”며 “설령 이 사건 사용자의 주장처럼 대리기사와의 법률관계가 지속적이거나 전속적으로 보이지 않는 측면이 일부 있다고 하더라도 전국대리운전노조의 초기업적인 노동조합으로의 특성, 대리기사의 노무공급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노조법상 노동자가 아니라는 근거로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 소속 대리기사들이 2017년 8월28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노조 설립 신고서를 접수하기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강윤중 기자


■ 카카오모빌리티와 대리기사 사이에 어느 정도 지휘·감독 관계가 존재하는지

이용약관에는 단체보험 심사 탈락 등의 승인철회 및 이용제한 사유, 콜 배정 완료 후 기사회원이 일정 횟수 이상 취소할 경우 등의 콜 배정 제한 사유, 제3자에게 계정 접속권한 양도 및 임대 금지 등의 기사회원의 의무사항 등이 상당히 구체적으로 규정돼 있습니다. 카카오 T 대리 이용 가이드에는 일정 기간 내에 사고, 교통범칙금, 과태료가 일정 횟수 이상 발생한 경우 등의 기사 자격의 제한·상실 및 운행제한 사유가 규정돼 있습니다. 또한 고객응대 매뉴얼 및 사고대응과 보험처리 매뉴얼에는 기본적인 행동수칙 및 복장에 대해서도 규정돼 있습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이용약관, 카카오 T 대리 이용가이드, 고객응대 매뉴얼 등은 대리기사에게 대리운전 업무 수행과 관련한 기본적 정보제공 차원이고, 이를 이용해 대리운전 업무수행 과정에 업무상 지휘·감독을 하지 않는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상당히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는 규정들이 취업규칙에 준할 정도는 아니더라도 대리기사에게는 최소한으로 준수해야 하는 업무수행 태도나 제재의 성격에 해당하는 근거 조항으로 보인다는 게 경기지노위 판단입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이용약관에 따른 제재를 실제 실행하지는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향후 이용약관을 근거로 제재를 할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도 없습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또 고객 불만 접수 건수 또는 고객과의 분쟁 발생 횟수를 확인해 발생 누적 횟수 및 수준에 따라 7일·15일·30일·영구정지 등의 운행(이용) 제한 조치를 취하고 이를 앱에 공지하고 있습니다. 경기지노위는 “이러한 사정들로 볼 때 카카오모빌리티가 대리기사를 지휘·감독할 수 있는 권한 내지 지위가 인정된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고 또한 현실적으로 어느 정도 지휘·감독관계가 존재한다는 사실도 부인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대리운전 요청 콜에 대한 선택권은 대리기사에게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출발지 기준 각 단계별 거리 내에 있는 대리기사들에게 콜 요청 팝업 창이 뜨고, 배정되지 않을 시 2·3차로 구간이 확대되는 구조입니다. 여기에 더해 카카오모빌리티는 ‘단독배정권’이라는 제도를 활용해 야간 피크타임에 일정 횟수 이상 콜을 수행할 경우 단독배정권을 부여하고 대리기사가 이를 이용할 시 해당 기사에게만 콜 요청이 가도록 해 우선 배정하고 있습니다.

경기지노위는 “단독배정권에 대해 카카오모빌리티는 시장 유인책의 일환으로 활용되는 제도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대리기사의 수입은 근본적으로 대리운전 횟수에 따라 결정되는 속성이 있어 단독배정권 확보를 위해 피크타임대 콜 수락을 유인하는 방향으로 작용해 이를 사실상 거부하기가 어려울 것이 충분히 예상되므로 대리기사의 업무수행 과정에서 대리업체가 사실상 지휘·감독을 하는 측면도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 대리기사들의 소득이 주로 카카오모빌리티에 의존하고 있는지

카카오모빌리티 주장대로 앱을 사용하는 대리기사 중 카카모빌리티 소득의존도가 낮은 대리기사가 존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특정 사업자에 대한 소득의존도가 낮다는 것이 초기업 단위 노조 조합원의 노동3권을 부정하는 이유가 될 순 없습니다. 경기지노위는 “앱 등록만 했을 뿐 전혀 대리기사로 활동하지 않거나 카카오모빌리티에 대한 소득의존도가 극히 낮은 대리기사는 언제든지 카카오모빌리티 앱을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사실상 일시적 실업상태로 해석될 여지도 충분하다”고 밝혔습니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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