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선우예권, 모차르트를 노래하다

오수현 2020. 11. 24.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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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첫 앨범 '모차르트'
"천재의 다양한 감정에 매료"
피아니스트 선우예권(31)을 향한 평가는 꽤 다양하다. 혹자는 동년배 피아니스트들과 비교할 때 단연 스테미너가 돋보이는 남성적인 피아니스트로 평가하는 반면, 다른 한편에선 우아함과 섬세함을 특징으로 꼽는다.

그런 선우예권이 자신의 첫 글로벌 레이블 앨범 타이틀로 모차르트를 선택했다. 선우예권은 24일 글로벌 클래식 음반회사 데카(Decca)에서 첫 앨범 '모차르트'를 발매했다. 선우예권은 이날 서울 신사동 오드포트에서 진행한 앨범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 어떤 작곡가가 좋을 지 상의도 하고 조언도 받던 중 모차르트 얘기가 나왔는데 제 마음이 편안해 졌다"며 모차르트를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이번 앨범에는 모차르트 소나타 중 대중들에게 친숙한 8번, 10번, 11번, 13번, 16번이 담겼고, 두 개의 환상곡과 론도 작품 등도 수록됐다. 디지털 앨범에는 러시아 출신 현역 피아니스트인 아르카디 볼로도스가 편곡한 터키 행진곡이 보너스 트랙으로 담겼다.

"제가 15살 때 유학을 갔는데 동료들에게 몇 년만에 처음으로 인정받았던 연주가 모차르트 소나타였어요. 제 첫 스승인 세이무어 립킨이 제일 좋아하는 작곡가도 모차르트였고요. 밴클라이번콩쿠르에서 우승할 때도 주변분들이 제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이 가장 특별했다고 말씀해주셨어요. 현 시점에서 개인적으로 제일 잘 맞는 작곡가가 모차르트라고 생각해요."

선우예권은 모차르트 음악을 가볍다고 평가하는데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모차르트 음악을 경쾌하고 발랄하다고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모차르트가 굉장히 오페라적인 작곡가라고 생각해요. 소나타나 소품들을 보면 (오페라의) 아리아 같은 면모를 느낄 수 있죠. 그만큼 그의 음악 안에는 내적인 진지함이 굉장하고, 비극적인 면도 내재돼 있어요. 인생의 다양한 감정들을 내포하고 있죠. 그래서 전 세계의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모차르트를 제일 좋아하는 작곡가로 꼽는 거겠죠."

선우예권은 이날 간담회에 앞서 이번 앨범에 담긴 곡 3개를 연주했는데, 현대적으로 편곡된 터키행진곡에서 선우예권 강점이 극대화됐다. 선우예권은 모차르트의 곡임에도 페달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파워넘치는 연주를 펼쳤다. 옥타브로 피아노 음역 최하단부까지 내려갈 땐 특유의 힘이 발휘되더니 최상단 음역대에선 레치타티보(말하듯 노래하는 창법)적인 섬세한 노래가 펼쳐졌다. 선우예권의 앙코르 연주 레퍼토리에 한 곡이 추가된 느낌이었다.

선우예권은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아티스트로서 느꼈던 무력감을 토로하기도 했다. 지난 8월 초 이번 앨범 녹음 작업이 끝나고 한 동안 피아노에 손을 대지 않았을 정도였다.

"녹음이 끝난 뒤 한달 반 가량 연습을 쉬었어요. 연주 일정들이 연기되고 취소되는 상황이 반복되다보니 우울감이 밀려왔고, 그래서 피아노를 회피하고 멀리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다시 연습을 시작했는데 너무 행복한 거에요. 피아노 소리를 듣고 연습을 한다는 게 얼마나 축복받은 일인지 깨달았고 살아있다는 감정을 느꼈어요. 연주를 왜 계속 해야하는지 이유가 좀 더 분명해졌죠."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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