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스물 청년 기술사업화 정책, 디지털로 뚜벅뚜벅

강우성 2020. 11. 24.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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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영철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원장

세계 최고, 최초의 기술이 성공을 보장하진 않는다. 좋은 기술이 제품에 담기고 시장에 출시돼 팔리고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늘고, 나아가 어엿한 산업으로 성장하는 일련의 과정을 기술사업화라고 하지만 이 모든 순간은 어려움의 연속이다.

사업화 실패의 원인은 돈이 부족해서, 전문가가 없어서, 디자인과 마케팅에 서툴러서, 제품 출시가 너무 늦어서, 소비자 취향과 맞지 않아서 등 다양하다. 작은 기업 단독으로 헤쳐 가기에는 워낙 고되다 보니 이를 빗대 '죽음의 계곡'이라고 이야기할 정도다.

지난 2000년에 제정된 '기술의이전및사업화촉진에관한법률', 이 법에 따라 수립되는 기술이전사업화촉진계획에는 연구실과 시장 사이에 존재하는 넓은 거리감을 좁히려는 정부의 노력이 담겨 있다. 기술→제품→시장→기업 성장→산업까지 단계별 간극을 촘촘하게 메워서 깊고 넓은 죽음의 계곡을 조금이나마 편하게 넘어갈 수 있게 돕자는 취지다.

그 결과 공공 연구개발(R&D)로 40만건에 육박하는 기술을 확보할 수 있었다. 모아둔 공공 기술 정보는 국가기술은행(NTB)에서 한눈에 볼 수 있게 했다. 이를 통해 공공 기술이 민간 분야에 이전되는 건수는 2007년 3477건에서 2018년 1만1000건이 넘을 정도로 점차 활발해졌다. 기업이 기술을 탐색하고 구매할 때 도움을 줄 수 있는 기술거래 기관도 지정했다. R&D 단계에서부터 고객과 시장을 고려하는 새로운 개념의 연구개발사업(R&BD)도 추진하게 됐다.

무엇보다 가장 큰 성과는 인식 변화다. 기술 이전과 사업화가 R&D만큼이나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또 사업화를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시장과 수요자 반응에 민감해야 한다. 이에 따라 기술 말고도 디자인, 수익성, 고객 분석 등 다양한 요소를 개발자가 염두에 둬야 한다는 생각이 일반화됐다.

기술이전법 제정으로 시작된 우리나라 기술사업화 정책이 올해로 꼭 20년을 맞았다. 앞으로는 미시 관점에서 디테일을 보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기술 거래 기반을 조성하고 사업화의 중요성을 확산하면서 기술사업화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집중해 왔다면 이제는 기업들이 극복하기 어려워하는 연구소-시장 간 거리감을 더욱 세밀하게 메우는 전략으로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는 뜻이다.

특히 최근에는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에 대응해 인류 삶의 모든 양식과 산업 구조의 무게 중심이 '디지털'이라는 화두로 빠르게 옮겨 가고 있다. 기업들도 이러한 변화를 감안해 기술 혁신을 체감 가능한 산업 혁신으로 연결하는 속도를 전보다 더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기 위해 앞으로의 기술사업화 정책에서는 기술이 꼬리가 되고 시장이 머리가 돼야 한다. 예를 들어 수요 기업이 기획 단계에서부터 참여하는 통합형 R&D 과제를 확대하고, 민간 투자를 받아 사업성이 검증된 우수 과제에는 정부 자금을 추가 지원하는 식으로 사업화 성과가 빠르게 창출되도록 해야 한다. 기술은행에 인공지능(AI)이 기술을 찾아 주면 더 쉽게 찾고 싶은 기술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규제 애로 해소, 공공 조달을 통한 판로 확대 등을 통해 최종 목적지인 '시장'으로 가는 마지막 매듭을 적극 풀어내야 한다.

2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는 '2020 기술사업화 대전'이 개최된다. 이번 기술사업화 대전은 지나온 20년을 기억하며 앞으로의 20년을 내다보기 위해 열리는 행사다. 20년 동안 기술사업화 활성화를 위해 길닦이 역할을 마다하지 않은 이들을 격려하고, 디지털 전환에 맞춰 정부와 민간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에 관해 논의할 예정이다. 기술사업화 정책이 앞으로 '디지털'이라는 신발을 신고 '시장 중심, 수요자 중심'이라는 비전을 향해 성큼성큼 나아가겠다는 것을 다짐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성년을 맞은 기술사업화 축제의 날에 많은 분의 깊은 관심을 바란다.

석영철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원장 ycseok@kia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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