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결혼' 올해만 16쌍 공식 인정..'커밍아웃'은 걸림돌 [이동준의 일본은 지금]

이동준 2020. 11. 24.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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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 도입, 아직 일부에 그치는 현실 / 성소수자에 대한 개선된 인식 뜻하진 않는다는 시각도
커플에서 부부가 된 A씨(43·왼쪽)와 B씨(35). 아사히신문
 
일본에서 성적소수자의 관계를 공식 인정하는 ‘파트너십 증명 제도’(이하 제도)를 통해 ‘男男커플’(남성과 남성이 연인관계) 등 총 16쌍의 동성 부부가 탄생했다.

이들은 제도를 통해 관계를 인정받았지만 남성과 여성의 결혼을 인정하는 ‘혼인제도’와 같은 법적 효력은 갖지 못한다. 이에 ‘부부’라는 말 대신 ‘커플’이란 단어가 이들에게 붙여지고 있다.

제도는 지난 2015년 11월 일본 도쿄도 시부야구와 세타가야구에서 처음 도입된 후 현재 일부 지방 도시에서 제도를 도입·운영하고 있다.

제도를 두고 지금껏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내지 못한 성적소수자들이 사회에서 인정받기 시작했다는 의견이 나오는 반면 ‘기존 가치관이 흔들린다’는 의견도 나온다.

◆‘동성결혼’ 공식 인정

21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가가와현 미토요시는 올 1월 ‘시코쿠 지방’(도쿠시마, 가가와. 에히메현이 있는 지역 등)에서 처음으로 이 제도를 도입한 뒤 최근 1호 ‘男男커플’을 공식 인정했다.

1호 부부가 된 A씨(43)와 B씨(35)는 지난 2008년부터 교제를 이어오다 최근 부부가 됐다.

이들은 도쿄에서 제도 도입을 계기로 미토요시에 조례 제정을 요구했으나 시 의회는 2018년 ‘시민들의 이해 부족’ 등을 이유로 반대 입장을 드러냈다.

이들은 또 동성 커플의 존재를 지역사회에 인식시키기 위해 2019년 2월 혼인신고서를 제출했지만 이 역시 거부당했다. 남성과 남성을 부부로 인정할 근거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 후 성적소수자에 대한 인식이 소폭 개선되고 ‘다양성 정책’에 힘쓴 시의 노력 끝에 올해 1월 제도가 도입돼 이들이 함께 생활한 지 12년 만에 인증서를 받을 수 있었다.

성 소수자에 대한 인식 변화와 가치관의 다양성이 존중돼 사회가 이들을 어엿한 부부로 인정하며 증명서까지 발급하자 이들 부부는 주변 지인들로부터 축복의 말을 들었다.

또 성 소수자들이 아닌 일반인이 참가하는 이벤트에서 A씨를 ‘남편’으로 인식했고 그의 ‘성적 취향’에 대한 이해 등이 더해졌다.

지금까지 상상만 했던 일이 현실이 됐지만 이들 부부는 시와 주변의 이같은 이해와 배려에도 “제도가 생겨 납득한 건지도 모른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제도는 성 소수자들의 관계를 지자체가 증명하지만 혼인제도와 같은 법적 효력이 없어 재산 상속권과 자녀의 공동 양육권 등은 인정되지 않는다.

이들에게 부부임을 증명하는 문서가 발급된 건 맞지만 일반적인 남성과 여성의 결혼과 동등한 자격이나 대우는 받지 못하는 것이다.

이들 부부는 “아직도 우리 결혼에 자유는 없다. 차별은 해소되지 않았다”고 호소하며 동성 결혼 법제화를 요구하는 소송을 오사카지방 법원에 제기했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지자체가 제도로 정한 건 의미가 있다”는 생각을 밝혔다.
부부는 “동성결혼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고 성적소수자의 존재를 친근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동성결혼을 인정하는 법 개정을 위해 (이같은 제도가) 전국으로 확산하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지방서도 제도 도입

동성 부부의 제도적 인정은 미토요시에 이어 4월 다카마쓰시, 도쿠시마현 등에서도 제도화해 현재 운영 중이다.

또 고치시는 내년 2월 제도 시행을 선언하는 등 앞서 일부 대도시 중에서도 특정 지역에 한정했던 일이 지금은 지방 도시로 확산하고 있다.

이처럼 제도를 시행하는 곳이 늘면서 동성 커플의 신고도 늘고 있다. 이달 16일 기준 이들 지역에서 총 16쌍의 동성 커플이 부부가 된 것으로 전해졌다.

제도는 지역마다 차이를 보이지만 상대에 대한 정보제공 또는 동의를 비롯해 지금까지 남녀 부부에게만 적용됐던 일들이 이들 동성 커플에게도 일부 적용된다.

반면 대다수 도시는 ‘사회적 인식 부족’, ‘기존 가치관의 혼란’ 등을 이유로 도입을 꺼리고 있다.

이와 관련 성 소수자 단체는 “사회의 인식을 바꾸는 절차를 밟을 필요가 있다”며 “지방 자치 단체에서 먼저 성적소수자에 대한 이해와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요구한다.

◆‘동성결혼’ 더 늘 전망

성적소수자의 관계를 공식 인정하는 ‘파트너십 증명 제도’ 도입이 이뤄지면서 그간 세간의 눈을 피해 숨어있던 성 소수자 커플들이 제도에 용기를 얻어 모습을 들어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또 성적소수자의 합법적인 결혼제도 마련에 작은 희망이 생겼다는 의견도 있다.

다만 제도 도입은 아직 일부에 그치는 게 현실이며 제도 도입이 성소수자에 대한 개선된 인식을 뜻하진 않는다.

특히 제도의 이용은 주변에 동성애를 알리는 이른바 ‘커밍아웃’ 선언이 돼 성적소수자들은 “주변의 시선을 생각하면 큰 용기가 없다면 제도 이용은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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