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수 차기 은행연합회장, 산적한 은행현안 해결사될까

유진우 기자 2020. 11. 24.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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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수 차기 은행연합회장이 다음달 1일 취임식을 갖고 3년 임기를 시작한다. 김 회장은 40여년간 금융당국과 청와대, 시중은행에서 경제·금융 업무를 맡아 온 ‘엘리트 경제관료’ 출신 인사라는 점에서 기대와 우려를 한몸에 받고 있다.

은행연합회는 오는 27일 사원총회를 열고 이사회에서 차기 회장 단독 후보로 추천된 김광수 현 농협금융지주 회장을 제14대 은행연합회 회장으로 선출할 예정이다.

광주일고,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그는 행정고시 27회로 공직 생활을 시작해 30여 년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과장과 금융위원회 금융서비스국장, 금융정보분석원장 등 금융관료로서 요직을 두루 거쳤다. ‘호남 출신 재무 관료’의 대표 주자로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때 잇따라 청와대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2011년 저축은행 사태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공직에서 물러나는 고난을 겪었다. 당시 김 회장은 구속돼 약 10개월간 수감 생활을 했다. 2013년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지만, 복직 후 6개월 만에 사표를 내면서 관료로서 삶을 마감했다. 그 후 법무법인 율촌에서 고문으로 지내다, 2018년 NH금융지주 회장이 되면서 금융권에 복귀했고 그 경험을 발판 삼아 이번에 은행연합회장 자리에 올랐다.

김광수 차기 은행연합회장. /조선DB

한 금융권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금융위원장, 한국거래소 이사장, 금융감독원장 같은 금융권 요직이 빌 때마다 김 회장 이름이 거론됐다"며 "특히 김 회장을 각별하게 생각하는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 같은 관료 선후배들이 ‘훌륭한 인재’라며 구명 활동에 앞장 섰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은행연합회장 후보군 7명 가운데 유일하게 민간 금융사 최고경영자(CEO)와 경제 관료, 청와대 참모 경력을 두루 갖춘 현직으로 꼽혔다. 김태영 현 은행연합회장은 "금융당국과 소통이 되는 연합회장을 바라는 은행장들에게 추대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은행연합회 역시 김 회장을 회장 후보자에 단독 선임한 배경으로 ‘은행 산업에 대한 탁월한 통찰력과 경륜’을 들었다.

김 회장이 오랫동안 금융업에 종사해 온 만큼 누구보다 은행의 현안과제를 잘 파악하고 있다는 점은 금융업계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그는 지난 2년여간 NH금융지주를 이끌면서 ‘보수적이고 관료화됐다’는 비판을 직원 디지털 역량 강화와 계열사간 시너지 확보 같은 방식을 통해 어느 정도 잠재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회장이 자리를 지키는 동안 NH농협금융은 우리금융과의 격차를 벌리며 이익 기준 4위 금융지주로 자리를 굳혔다. 올해 들어 3분기까지 누적 순익도 NH농협금융이 우리금융보다 3204억원 많다.

은행권에서는 현재 은행업계 전반에 걸쳐 경쟁이 심화되고, 풀기 어려운 과제가 곳곳에 도사린 상황인 점을 감안해 김 회장이 ‘은행권 큰형님’으로서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은행연합회는 시중은행과 국책은행, 금융공기업 등 22개 은행이 모인 이익단체로 금융위원회로부터 인가를 받은 비영리 사단법인이다. 김 회장은 앞으로 정부를 상대로 한 금융정책 관련 로비나 금융당국과 이해관계 조정을 지휘해야 한다. 은행권 임금단체협상 권한도 은행연합회 몫이다.

은행권은 현재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시중에 자금을 풀어달라는 금융 소비자들과 대출 조이기를 요구하는 금융당국 사이에서 외줄타기를 하고 있다. 은행권은 관료 경험이 있는 김 회장이 이런 어려움을 당국에 전하는 교두보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

당장 다음달부터 시작하는 사모펀드 불완전판매 관련 제재에 은행연합회가 어떻게 대응하느냐도 은행권의 큰 관심사다. 금융감독원은 이르면 김 회장 취임 직후인 다음달부터 라임자산운용 펀드와 관련해 신한·우리·하나은행 같은 주요 은행들에 대한 제재심의위원회를 열 예정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라임 펀드를 판매한 증권사 전·현직 최고경영자(CEO)와 임원진에게 면직이나 직무정지 같은 중징계를 내렸다. 원칙적으로 은행연합회가 당국 제재에 개입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은행장들 역시 증권사 경영진과 비슷한 강도로 중징계를 받는다면 제재 결과가 은행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김 회장은 오점을 수습하면서 전체 은행권 개선 방안에 앞장서야 할 중책을 맡게 된다.

그 밖에도 내년 3월 25일부터 시행 예정인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령에 대한 대처, 빅테크 기업 금융업 진출 관련해서도 김 회장이 대응해야 한다. 전 은행권 차원에서 진행 중인 한국판 뉴딜 정책 지원이나, 매년 벌어지는 금융노조 임단협 타결 같은 문제도 풀기 어려운 과제로 꼽힌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갈수록 은행 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코로나19와 빅테크 공습 같은 외부 변수가 많아지면서 금융당국에 은행권의 목소리를 내 줄 수 있는 대변인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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