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연구진, '1억도 유지' 세계 최장시간 달성..핵융합 실현 한발 다가섰다

이정호 기자 2020. 11. 24.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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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대전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에 설치된 ‘케이스타(KSTAR)’. 핵융합에너지연구원 제공

국내 연구진이 핵융합 기술 실용화를 위해 반드시 만들어야 할 온도인 ‘1억도’를 세계에서 가장 긴 20초간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막대한 힘을 발생해 차세대 미래 에너지로 불리는 핵융합 기술에서 한국이 한발 앞서 나가게 됐다.

24일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은 핵융합 실현을 위한 국산 연구장치인 ‘케이스타(KSTAR)’를 통해 1억도의 초고온 플라즈마를 20초간 유지해 세계 최장 기록을 세웠다고 밝혔다. 플라즈마는 고체, 액체, 기체가 아닌 제4의 물질 상태로 초고온의 플라즈마가 있어야만 핵융합이 가능하다.

핵융합은 태양이 빛과 열을 내는 원리이다. 지구에서 실현하려면 자연계에는 존재하지 않는 온도인 1억도를 인공적으로 만드는 게 필수 조건이다. 그동안 유럽과 일본 등의 연구진은 1억도 유지 시간을 10초 이상 늘리지 못했지만, 이번에 한국 연구진이 이를 훌쩍 넘는 20초를 달성한 것이다. 연구진은 초고온 플라즈마를 일정한 공간에 가둬 유지 시간을 늘리는 일종의 장벽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세계 과학계가 핵융합 실현에 집중하는 이유는 에너지량이 엄청나서다. 핵융합 발전을 위한 100㎏의 중수소와 3t의 리튬으로 300만t의 석탄과 맞먹는 에너지를 낼 수 있다. 현재 사용하는 원자력 발전과 비교해도 에너지 효율이 7배나 높다.

게다가 핵 에너지를 쓰긴 하지만 핵융합로에선 비교적 처리가 용이한 중저준위 폐기물만 발생한다. 높은 방사능 때문에 수만년 이상 지하 깊은 곳에 보관해야 하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걱정을 안 해도 된다는 얘기다. 현재 원자력발전과의 큰 차이점이다.

연구진은 오는 2025년까지 1억도 플라즈마 달성 시간을 300초까지 늘려 핵융합 기술의 완성도를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유석재 핵융합에너지연구원장은 “300초 운전은 24시간, 365일 지속적인 운전이 가능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세계 과학계에선 한국과 미국, 유럽, 러시아, 중국 등이 참여해 프랑스에 건설 중인 국제핵융합실험로(ITER)가 완공돼 오는 2025년부터 본격적인 기술 검증이 시작되면 2050년대 이후에는 핵융합 에너지 시대가 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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