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탈원전 안 바꾼 탄소중립은 허구다

기자 2020. 11. 24.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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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2050 탄소중립 목표 당차지만

10년도 못 돼 파탄 날 탁상공론

미·영·독·일 타산지석 삼아야

전량 수입 LNG에 의존은 위험

바이든, SMART 원자로에 투자

제2의 고리·월성 ‘폐쇄’ 막아야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이 ‘2050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탄소중립이란, 탄소를 배출한 만큼 흡수해 상쇄시킨다는 것이다. 국내 제조업의 비중이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뭇 당찬 목표다. 석탄과 원전의 빈자리는 가스(LNG)로 메울 수밖에 없다. 2년 후면 원전을 모두 닫고 러시아 LNG에 기대게 된 독일을 돌아볼 필요도 없다. LNG 수입에 무역수지가 역전되면서 원전을 다시 돌리려는 일본을 건너다볼 필요도 없다. 풍력·태양과 함께 원전을 지킨 미국과 영국도 감당하기 힘든 중차대한 선언이다.

결국, 다음·다다음 정부가 국민과 함께 끌어안고 가야 할 멍에를 지워 준 것이다. ‘앞으로 30년 허리띠를 졸라매고 가시밭길을 가야’ 한다면 그나마 다행, 이대로라면 10년도 못 가서 발병 날 상황이다. LNG는 해외에서 전량 수입하는 데다 공급과 가격이 불안정해 안보 측면에서 부정적이다. 더욱이 LNG는 탄소중립에도 이바지하지 못한다. 석탄에 포집·이용·저장 기술을 적용해 탄소 배출량을 줄이면서 온실기체를 배출하지 않는 원전을 병행하는 과학적·실용적 탄소중립 정책을 세워야 한다.

지구 평균기온은 지상 2m에서 1889년 당시 섭씨13.5도가 믿을 만한 출발점이라고 보면 된다. 따라서 산업혁명 이전에서 1.5도 상승을 상한치로 잡으면 지구 평균기온을 15도 밑으로 묶겠다는 것이 국제 기후협약의 골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2016년 11월 발효된 파리기후협약을 올해 탈퇴하기로 한 것은 다른 이유보다 자국의 셰일가스 채굴과 수출을 통한 국부 창출을 기후협약보다 중시한 미국 우선주의의 산물이었다. 물론 새해 조 바이든 행정부는 민주당 75년의 관행을 깨고 원자력발전, 특히 국내 원자력안전위원회가 2012년 인증한 ‘다목적 일체형소형원자로(SMART)’와 같은 중소형로에 투자하면서 파리기후협약에 재가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운동과 과학 기술을 공히 존중한 결과다.

탄소중립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국제적 흐름이다. 현재 70개 넘는 국가가 선언했고, 30개 넘는 나라가 동참을 검토하고 있다. 중국은 2060년까지, 일본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탄소중립은 기후협약의 산물이다. 세계적으로 폭염·산불·태풍 등의 피해가 늘어나고, 해수면이 높아지고 있다. 인류의 실존적 위협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기온은 이미 1도 올라 14.5도를 웃돌고 있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350PPM(100만 개 분자 중 350개) 밑으로 유지해야 하지만, 이미 425PPM에 다가가고 있다. 루비콘강을 건너기 직전이다.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면 앞으로 매년 10%씩 줄여 나가야 한다. 매년 서울 시민이 때는 화석연료를 모두 청정연료로 바꿔야 한다. LNG가 들어설 자리가 없다.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팬데믹으로 세계 경제가 침체한 상황에서도 온실기체 감축은 8%를 밑돌 거라는 전망을 보면 정부 발표가 얼마나 탁상공론인지 들여다보인다. 목표치보다 더 시급한 것은 제도적·기술적 틀을 갖추는 것이다. 구체적 정책을 내놔야 기업이 움직이고, 국민이 따를 것이다. 악마는 각론(各論)에 있다.

산업혁명 이후 인류가 태운 화석 연료량은 에베레스트산 4개에 상당하고, 앞으로 1.5도 밑으로 묶으려면 에베레스트산 1개 반, 2도 밑으로 묶으려면 2개를 더 태울 수 있다. 2020년 현재 에베레스트산 50개 분량의 석탄·석유·가스가 남아 있지만, 이젠 화석의 젖을 뗄 때가 됐다. 인류가 석기시대를 벗어난 것은 세상에 돌이 떨어져서가 아니다. 동(銅)과 철(鐵)과 조우한 것이었다. 20세기 인류는 핵(核)을 발견했다. 물론 핵무기의 그림자를 제치고 나온 원자력도 있지만, 태양·풍력·수력 또한 태양 핵융합과 지구 대기층의 합작품이다. 신재생과 함께 원자력을 재구성하고, 원자로를 재설계하고, 핵연료를 재생산해야 한다.

막연히 불안하다는 이유로 원자력을 접는 것은 적반하장(賊反荷杖)이다. 고리 1호기와 월성 1호기는 역사에 희생양으로 기록될 것이다. 제2, 제3의 고리와 월성 원전이 나와선 안 된다. 원조인 미국과 캐나다가 40∼60년을 돌리는데…. 더구나 원자로를 새로 집어넣은 월성 1호기가 경제성이 없다니 참으로 어불성설(語不成說)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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