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5·18과 사문난적

기자 2020. 11. 24.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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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시대 선비들의 사고를 지배했던 성리학은 거의 종교나 다름없었다.

조선은 성리학이라는 동아줄로 스스로 목을 맨 국가였다.

한마디로 조선 시대의 사문난적 세례가 21세기 대한민국에 부활하는 셈이다.

이 법안이 통과된다면 우리 사회는 '5·18민주화운동'이라는 이름의 또 다른 성리학으로 스스로 목을 매는 불행을 겪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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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우 논설고문

조선 시대 선비들의 사고를 지배했던 성리학은 거의 종교나 다름없었다. “주자(朱子)가 이미 모든 학문의 이치를 다 밝혀 놓았는데 감히 다른 의견을 내세우다니”라는 한마디면 모든 게 끝이었다. 사문난적(斯文亂賊)이라는 말은 이런 성리학적 배경에서 태어난 단어다. 한마디로 교리를 어지럽히고 사상에 어긋나는 언행을 하는 사람을 일컬었다. 나라를 어지럽히는 도둑 취급을 받기 일쑤였다. 성리학에서 벗어난 학문은 모두 삿된 행위로 여겼다. 학문도 벼슬도 심할 경우는 목숨까지 내놓아야 했다.

숙종 때의 대학자 윤휴는 이런 시대적 분위기에 반기를 들었다. 그러나 오래가지는 못했다. 최대 권력이었던 노론의 영수 송시열이 그를 사문난적으로 몰았기 때문이다. 윤휴는 결국 정치적으로 매장됐고 후일 사약을 마셔야 하는 배경이 되기도 했다. 조선의 이런 풍토는 몇백 년을 이어져 왔다. 자연히 새로운 사상이나 창조적 사고가 발붙일 여지가 없었다. 조선은 성리학이라는 동아줄로 스스로 목을 맨 국가였다. 박근혜 대통령 시절, 한국사 검정 교과서들이 하나같이 좌파적 시각에 매몰돼 있어 정부가 이를 교정하기 위해 국정 교과서를 펴냈다. 그러자 전 사회가 들고일어났다. 교육의 획일화를 통해 국민의 사상을 통제하려는 의도라는 비판에 직면해야 했다. 특히 독재에 항거했던 5·18민주화운동 관련 단체들이 큰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정부가 국민 통합이라는 미명 아래 반시대적 독재로 회귀하겠다는 의지로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결국 정부는 무릎을 꿇었고 국정 교과서는 없던 일이 돼버렸다.

180석 가까이 보유한 집권 더불어민주당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5·18민주화운동관련법’ 개정안을 처리할 계획이다. 연내 국회 통과를 공언한 상태다. 개정안의 요지는 언론이나 전시·공연물·토론회·기자회견 등을 통해 5·18민주화운동을 비방·왜곡·날조하거나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행위에 대해 7년 이하 징역, 7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것이다. 어떤 비난도 학문적 비판도 용서하지 않겠다는 의도다. 한마디로 조선 시대의 사문난적 세례가 21세기 대한민국에 부활하는 셈이다. 이 법안이 통과된다면 우리 사회는 ‘5·18민주화운동’이라는 이름의 또 다른 성리학으로 스스로 목을 매는 불행을 겪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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