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산한 시신 방치한 20대 무죄.."고의 아닌 단순한 상황 모면"

임신 사실을 모르다가 홀로 출산한 뒤 사망한 아이를 방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여성이 무죄 선고를 받았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형사항소1-1부(성지호 정계선 황순교 부장판사)는 사체유기 혐의로 기소된 A(25)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시신을 유기한다는 생각보다는 상황을 단순히 모면하려는 의도였다고 보인다"며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A씨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남자를 만나는 과정에서 임신했으나 임신 35주째에 복통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그제서야 임신 사실을 알았다.

한 달여 전에는 복부 팽만감과 변비 증세로 한의원을 찾았으나 변비로 장이 부풀어 배가 나오는 것이라는 진단을 받아 임신까지 생각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예정일을 6주 앞둔 지난해 9월 10일 새벽 자신의 집 화장실에서 갑자기 출산했고 영아 시신을 화장실 내 서랍 안에 넣어뒀다.

또 출혈이 심했지만 가족들에게 출산 사실을 말할 수 없어 당일과 이튿날 모두 출근했다가 조퇴했다.

하지만 A씨는 출산 후 이틀째 되던 날까지도 통증이 사라지지 않아 어머니와 함께 내과의원을 찾았다.

A씨는 내과의원의 "산부인과에 가봐야 한다"는 말을 듣고 대학병원 산부인과를 찾아 진료받는 과정에서 어머니에게 출산 소식을 털어놓았다.

다음날 A씨 어머니는 영아 시신이 화장실 서랍 속에 있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시신은 부검 후 정식 장례 절차를 거쳐 추모공원에 안치됐고 A씨는 사체유기 혐의로 입건돼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홀로 출산의 고통을 겪고 배출된 태아가 사망한 사실까지 확인한 후 당시 극도의 당혹감과 공포심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며 "다량의 피를 흘려 정신이 혼미한 상태에서 경찰에 신고하는 등의 조처를 할 것을 기대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시신을 찾기 어려운 곳에 숨기는 등 행위가 없어 유기의 고의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한하림 인턴기자]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