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네타냐후 극비에 사우디 방문..양국 첫 정상급 회담

김윤나영 기자 2020. 11. 24.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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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사우디아라비아를 극비리에 방문해 양국 수교 문제를 논의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스라엘은 사우디를 비롯한 중동국가들과 팔레스타인 문제로 오랜 기간 적대관계를 유지했지만, 지난 9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중재로 아랍에미리트연합(UAE)·바레인과 평화협정인 ‘아브라함 협정’을 체결하면서 해빙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하레츠·월스트리트저널은 23일(현지시간) 네타냐후 총리가 전날 사우디 홍해 신도시 네옴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중재로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만났다고 보도했다. 사우디는 85세의 살만 빈 압둘아지즈 국왕이 통치하고 있지만, 35세의 무함마드 왕세자가 실세로 꼽힌다.

이스라엘 언론 하레츠는 비행 추적 사이트를 토대로 네타냐후 총리의 전용기로 추정되는 특이한 비행기가 22일 저녁 7시30분 이스라엘에서 이륙한 뒤 네옴에 2시간 동안 착륙했다가 이튿날 자정을 넘겨 이스라엘로 돌아왔다고 보도했다. 보도가 사실이라면 양국의 수장이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네타냐후 총리가 무함마드 왕세자와 양국 관계 정상화와 이란 문제 등에 대해 논의했지만, 실질적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사우디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전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23일 사우디와 관계 정상화 문제에 대해 “나는 수년간 그런 것들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고, 지금 시작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만남 자체를 부인하지는 않았다. 반면 파이살 빈 파르한 사우디 외무장관은 이날 트위터에 “왕세자와 이스라엘 관리들이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는 언론 보도를 봤지만 그런 만남은 일어나지 않았다”면서 “참석자들은 오직 미국인들과 사우디인들”이라고 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이란을 고립시키고 중동에서 이스라엘의 지위를 높이기 위해 중동·아랍국가들과 이스라엘의 관계 정상화를 중재했다. 이스라엘은 지난 9월 UAE·바레인, 10월 수단과 수교했고, 다른 국가들과도 접촉하며 수교 대상을 넓히려 한다. 특히 이란과 함께 중동의 패권을 다투는 사우디가 수교에 나선다면 의미가 적지 않다. 중동 구도가 ‘반이스라엘 동맹’에서 ‘반이란 동맹’으로 재편되기 때문이다. 다만 살만 국왕은 팔레스타인 문제가 해결돼야 이스라엘과 관계를 개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네타냐후 총리는 내년 1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취임하기 전에 아랍국가들과 관계 정상화를 더 진척시키고 싶어 하는 것으로 보인다. 각종 부패 스캔들로 재판을 받고 있고 퇴진 요구 시위에 직면한 네타냐후 총리에게 외교적 돌파구는 절실하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네타냐후 총리의 사우디 방문에 대해 “내년 1월 조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기 전에 갈 수 있는 데까지 가서 아브라함 협정을 기정사실화 해놓고 시작하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무함마드 왕세자도 팔레스타인 문제에서 원칙주의자에 가까운 살만 국왕과는 달리, 이스라엘에 대해 유연한 편이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이날 두 사람의 만남이 관계 정상화의 “중요한 돌파구”라고 평가했다.

다만 사우디 입장에서는 이스라엘과 수교에 대한 내부의 반발을 어떻게 잠재울지가 과제다. 인남식 교수는 “관건은 이슬람·아랍 종주국을 자임해 온 사우디가 대외 영향력과 정통성에 손상을 입을 수밖에 없는 이스라엘 수교를 어느 속도로 추진할 것인가”라며 “무함마드 왕세자 입장에서는 달리고 싶지만, 이스라엘과의 관계 개선은 자칫 권력승계에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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