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원종현 "투병 때 매일 도시락 싼 아내..우승 반지 선물할 것"

김경윤 입력 2020. 11. 24.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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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출 아픔과 대장암 투병 딛고 KS 무대서 우뚝..3경기 무실점 호투
"그동안 경험했던 실패, 오늘의 발판"
원종현 역투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이보다 더 파란만장한 삶을 산 국내 프로야구 선수가 있을까.

NC 다이노스의 마무리 투수 원종현(33)의 이야기다.

원종현은 NC 구단 역사의 산증인이다. 그는 2006년 신인드래프트에서 LG 트윈스의 지명을 받았지만, 팔꿈치 부상으로 단 한 번의 1군 등판 기록도 쓰지 못한 채 방출된 아픔을 갖고 있다.

그는 2010년 무적상태에서 팔꿈치 인대 접합과 뼛조각 제거 수술을 함께 받았다. 희망이라곤 찾을 수 없는 환경이었다.

때마침 들려온 NC 창단 소식은 원종현에게 한 줄기 희망의 빛이었다.

그는 재활 기간 중이던 2011년 NC의 첫 스프링캠프가 열리는 전남 강진으로 내려가 테스트를 받았다. 그리고 NC 창단 멤버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

오버핸드 투수에서 스리쿼터형 투수로 투구폼을 대대적으로 수정한 원종현은 3년의 준비기간을 거쳐 2014년 4월 처음으로 1군 무대를 밟았다. 프로 데뷔 후 8년 만이었다.

23일 오후 연락이 닿은 원종현은 "그때는 목표가 소박했다. 1군에서 딱 1개의 공을 던지고 은퇴하는 것. 그만큼 절실했다"고 말했다.

원종현은 김진성, 홍성용(은퇴) 등 방출 아픔을 가진 팀 동료들과 함께 보란 듯이 우뚝 섰다.

2014년 5승 3패 1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점 4.06을 기록한 원종현은 역경을 딛고 일어난 '희망의 증거'가 됐다.

그는 그해 팀의 첫 포스트시즌 무대에 올라 자신을 방출했던 LG를 상대로 시속 155㎞의 직구를 던지기도 했다. 드라마 같았다.

역투하는 원종현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러나 원종현은 인생 최대의 위기를 겪었다.

2015년 1월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어지럼증을 느껴 조기 귀국했는데, 병원 정밀 검진 결과 대장암이 발병했다는 판정을 받았다.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원종현은 수술대에 올랐고, 이후 12차례나 항암치료를 받았다.

그는 "당시 너무 힘들어 모든 걸 포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원종현은 꿋꿋하게 병마와 싸워 이겼다. 원종현은 "그때 구단은 연봉을 동결해줬고, 동료들은 (포스트시즌에서 던진 구속) 155라는 숫자를 헬멧에 붙이고 경기에 뛰었다"며 "구단과 동료들이 없었다면 이겨낼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종현은 그해 두 번째 포스트시즌 무대에 올랐다.

선수로 복귀하진 못했지만, 플레이오프 1차전 시구자로 깜짝 '등판'해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안겼다.

원종현은 대장암을 완치한 뒤 기본 훈련부터 다시 시작했다.

선수 식단을 소화하지 못해 매일 아내가 싸준 도시락을 가지고 다니며 훈련했다.

다시 한번 부활한 원종현은 2016년부터 3년 연속 10홀드 이상을 기록하며 팀의 중추 역할을 했다.

지난 시즌엔 3승 3패 31세이브 평균자책점 3.90의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다.

NC 다이노스 원종현(왼쪽) [연합뉴스 자료사진]

올해도 순조롭게 마무리 투수로 제 역할을 했다. 그러나 8월을 기점으로 힘든 시기를 다시 겪었다.

원종현은 급격한 컨디션 난조로 크게 흔들렸고, 이로 인해 NC는 새로운 마무리 투수를 찾기 위해 다른 구단들과 트레이드를 추진했다.

한화 이글스 정우람의 트레이드설이 나온 것도 이때다.

그러나 NC 이동욱 감독은 "우리 팀 마무리 투수는 원종현"이라고 못을 박으며 "(원)종현이를 계속 신뢰하겠다"고 말했다.

원종현은 "그때 참 힘들었는데, 감독님 말씀이 감사했다"며 "무엇이 잘못됐는지 문제점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전력 분석 영상을 많이 찾고 코치님들과도 이야기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우여곡절 끝에 NC는 정규시즌에서 우승했다. 그리고 원종현은 이번 한국시리즈(KS)에서도 마무리투수 역할을 잘 해내고 있다.

그는 17일 두산 베어스와 KS 1차전 5-3으로 앞선 9회에 등판해 세 타자를 모두 맞혀 잡으며 구단의 첫 KS 세이브 주인공이 됐다.

20일 KS 3차전에선 ⅔이닝을 무실점으로, 23일 KS 5차전에서도 1이닝을 실점 없이 막았다.

만약 NC가 KS 남은 두 경기 중 한 경기에서 승리해 첫 KS 우승을 차지한다면, 그때 마운드엔 원종현이 서 있을 가능성이 크다.

원종현은 "그동안 많은 실패와 아픔을 겪으면서 야구의 소중함, 간절함을 느꼈다"며 "이번 KS 무대는 내 인생에서 다시 못 올 기회라고 생각하고 공을 던지고 있다. 남은 경기에서도 모든 힘을 끌어낼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암 투병으로) 1년을 쉬었을 때도, 올해 좋지 않은 모습을 보였을 때도 구단과 동료들, 지도자분들은 날 믿고 응원해주셨다"며 "이젠 그 믿음에 내가 보답할 시간"이라고도 했다.

아내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 원종현은 "큰딸이 만 4세이고 작은딸이 지난 9월에 태어났다"며 "아내가 두 아이를 키우느라 많이 고생하고 있는데, 빨리 KS를 끝내고 돌아가 육아를 도와야 한다"며 웃었다.

그는 "고생한 아내 손가락에 우승 반지를 끼워주겠다고 약속했는데,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더 힘차게 공을 던지겠다"고 말했다.

cy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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