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생각]②'소유와 경영 분리' 논란은 왜 반복되는가

김무연 2020. 11. 24.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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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과점, 내부거래, 문어발식 확장, 비정규직 문제.

임 박사는 소유만 하고 경영에 간섭하지 않는다는 전제가 애초에 가능한지 되짚어봐야 한다고 반문하면서 기업의 소유와 경영 분리는 선악의 문제가 아닌 생존의 문제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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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 강의 '오늘의 원픽' : '인더스토리Ⅱ' 7강 주식(株式)
해적들이 만든 최초 주식회사인 동인도 회사..소유 개념 없어
창업자가 일군 주식회사는 소유·경영 갈등 필연적
임규태 박사가 서울 중구 순화동 KG하모니홀에서 ‘위대한 생각’ 인더스토리Ⅱ’ 주식 편을 강의하고 있다. 임 박사는 “세계 최초의 주식회사는 해적이 주축이었던 네덜란드 동인도회사”라며 “그들 사이에선 소유의 개념이 없었다”고 말했다.(사진=김태형 기자)
[총괄기획=최은영 부장, 연출=권승현 PD, 정리=김무연 기자] 독과점, 내부거래, 문어발식 확장, 비정규직 문제. 우리나라 기업은 다양한 면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이슈는 ‘소유와 경영의 분리’ 문제다. 기업을 소유한 오너가 경영을 주도하면서 기업 경쟁력이 약화하고 기업 자금이 오너 일가의 쌈짓돈으로 활용된다는 것이 비판의 주요 골자다.

가족 기업, 1인 기업을 비롯해 수백, 수천 가지의 기업이 존재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주식회사’라는 하나의 소유 구조로 수렴된다. 다양한 사업 분야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설립되고 성장한 기업들을 주식회사라는 하나의 옷에 억지로 끼워맞추고 있는 것이다. 임규태 박사는 현대 경제와 금융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소유와 경영 문제의 근원을 주식회사의 탄생 배경으로 설명했다.

주식회사의 기원은 네덜란드 동인도회사다. 이 회사의 창업자들은 사략선을 운영하던 해적들이다. 대중매체에서는 해적을 무식하고 과격하며 통제 불가능한 존재로 묘사하지만 실제로 그들의 조직 운영은 매우 민주적이었다고 임 박사는 말한다.

선장, 전투원, 갑판 노동자, 항해사 등 해적선을 운영하는 인력은 배에 얽매인 존재들이 아니었다. 그들은 자신의 역할을 하고 그에 합당한 배분을 받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고, 필요에 따라 해적선에 옮겨 탔다. 약탈이 끝나면 인종이나 나이에 상관 없이 정해진 지분에 따라 재물을 공정하게 분배했다. 해적선의 선장 또한 선원들의 투표로 뽑았다. 그만큼 민주적으로 운영됐다.

해적들은 소유의 개념이 없었다. 그들에게 해적선은 자신이 기여한 만큼 배당을 받고 언제든 갈아탈 수 있는 일터에 불과했다. 이런 해적들의 관념은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까지 이어졌다. 동인도회사는 각자 지분을 보유한 주주들만 존재할 뿐 누구도 회사를 소유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출자자인 네덜란드 국민들 역시 자신이 투자한 지분에 따른 배당에 만족했고, 주가가 오르면 매각해 목돈을 챙겼을 뿐 기업 소유와 경영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현대의 기업 대부분 주식회사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기업들은 대규모 자금을 외부로부터 조달하기 위해 일반 투자자들의 돈을 모으고 주식을 교부하는 상장이나 기관이나 다른 기업에 새 주식을 발급하는 대가로 투자금을 받는 유상증자를 활용한다. 그 과정에서 창업자는 소유권의 일부를 포기하는데, 이때 경영권에 대한 모호함이 발생한다. 주인이 없었던 동인도 회사와 달리 현대 기업 상당 수는 1인 또는 가족 기업에서 출발한 오너 기업이다. 동인도 회사 출자자들과 달리 오너들은 지분율에서 밀려 경영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다. 최근에는 안정적 지배구조를 확보한 오너 일가의 경영 참여를 제한해 기업의 소유와 경영을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힘을 얻고 있다. 이에 오너들이 반발하며 기업 경영 방식을 두고 사회적 갈등이 커지는 상황이다.

임 박사는 소유만 하고 경영에 간섭하지 않는다는 전제가 애초에 가능한지 되짚어봐야 한다고 반문하면서 기업의 소유와 경영 분리는 선악의 문제가 아닌 생존의 문제라고 말한다. 그는 “지금 나라밖 세상은 격변의 시기로, 우리 기업들도 각자의 영역에서 저마다 다른 형태의 위기를 맞고 있지만 우리는 기업 관련 논의의 대부분을 ‘소유와 경영의 분리’에 낭비하고 있다”라면서 “주식회사의 기원을 돌이켜보고 결론이 나지 않는 다툼으로 힘을 빼기보다는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과 정부가 머리를 맞대야 할 때”라면서 강의를 마쳤다.

김무연 (nosmok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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