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기사 고충 덜 구멍손잡이..상자 구멍 뚫는데 왜 이리 오래 걸렸나

김수현 기자 2020. 11. 2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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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부터 우체국 5호 택배상자에 구멍손잡이 달려..중량물 하중 10% 이상 줄일 것으로 기대
(서울=뉴스1) 송원영 기자 = 23일 서울 중구 서울중앙우체국 우편창구에서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등이 구멍손잡이가 없는 소포상자와 구멍손잡이가 있는 소포상자를 비교해 보고 있다. 구멍 손잡이 소포상자는 비대면 경제활동으로 택배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집배원, 택배기사, 분류작업자 등 관련 업종 노동자들의 고충을 덜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2020.11.23/뉴스1


택배노동의 고충 해결을 위해 우체국 택배상자에 구멍손잡이가 생긴다. 상자를 들기 쉽도록 양 옆면에 작은 구멍을 뚫는, 언뜻 보기엔 사소한 변화지만 계속해서 상자를 날라야 하는 집배원과 택배 기사, 분류작업자 등의 노동 고충을 크게 덜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는 23일부터 구멍손잡이가 있는 우체국 소포 상자를 판매한다고 밝혔다. 우선 소포상자 수요가 많은 수도권과 강원 지역 우체국에서 먼저 판매하며, 내년까지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7kg 소포 상자에 작은 구멍손잡이가 상자무게 10kg 줄인다
(서울=뉴스1) 송원영 기자 =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23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중앙우체국 발착장에서 택배차량에 구멍손잡이 소포상자를 싣고 있다. 소포상자 구멍손잡이는 운반편의를 위해 만들었다. 2020.11.23/뉴스1

구멍손잡이는 우체국에서 판매하고 있는 소포 상자 중 가장 크기가 큰 5호 상자에 적용됐다. 5호 소포상자는 48x38x34cm 크기로, 보통 7kg 이상 고중량 소포에 사용한다. 상자 안에 이물질이 들어가거나 들다가 파손될 것을 우려해 완전히 뚫리지 않은 반구멍으로 제작됐다. 재질도 원지배합을 강화해 무거운 물건을 담더라도 파손되지 않도록 내구성을 보강했다.

구멍손잡이 소포상자는 코로나19로 택배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관련 업종의 노동자들의 고충을 덜어주는 것이어서 의미가 있다. 올해 들어서만 10명의 택배기사가 과로 등으로 숨졌다. 이에 정부는 이달 12일 택배기사의 하루 작업시간을 정하고 주 5일근무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택배기사 과로방지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특수고용노동자 등 기존 제도의 사각지대를 확실히 줄여나가기 위한 움직임이다.

지난해 우체국에서 판매한 7kg 이상 물품에 사용한 소포상자는 370만개다. 소포우편물은 접수에서 분류, 배달까지 평균 10번 정도 작업이 이뤄진다. 무거운 상자 바닥을 받쳐 들기가 어렵고 장갑을 끼고 옮기면 손이 미끄러워 떨어뜨리기 일쑤였지만, 구멍손잡이로 인해 이 같은 고충이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에서 발표한 마트 노동자 근골격계 질환 실태조사에 따르면 상자에 손잡이를 만들 경우 중량물 하중의 10% 이상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스에 구멍 하나 뚫는 건데…왜 이제서야?
(서울=뉴스1) 이동해 기자 = 23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근골격계 질환 해결을 위해 작년 추석 상자에 손잡이 설치를 요구한지 1년이 지났다며 고용노동부에 빠른 설치를 촉구하고 있다. 2020.9.23/뉴스1
옮기기 무거운 상자에 손잡이를 달아야 한다는 요구는 마트 노동자들에게서 먼저 터져나왔다. 마트 노조는 마트 노동자들의 근골격계 질환 유병률이 높다는 지적과 함께, 수년간 종이 박스에 구멍을 뚫어 손잡이를 마련해 달라고 요구해 왔다. 지난해 6월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과 노동환경건강연구소가 517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년 동안 근골격계 질환으로 진료를 받은 노동자가 3586명(69.3%)에 이르렀고, 4037명(85.3%)이 상품 진열 작업 등으로 통증을 호소했다.

마트 노동자들은 줄곧 "노동자 건강을 위해 상자에 구멍 뚫는 일이 그렇게도 어렵나"라고 호소했지만 변화는 더뎠다.

그간 손잡이가 곧바로 설치되지 못했던 가장 큰 원인으로는 비용 문제가 꼽힌다. 우본에 따르면 소포 상자 하나에 구멍을 뚫는 데 220원의 비용이 투입된다. 단지 구멍만 뚫는 게 아니라 구멍을 뚫는 만큼 약해진 내구성을 더 강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본 관계자는 "상자에 구멍 손잡이를 만들면 아무래도 상자가 더 약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옆면에 골판지 원지 재료인 골심지를 강화했다"며 "요즘 원재료 값이 오르는 등 비용이 오른 측면도 있지만 연말까지 상자 판매가격은 그대로 유지할 것"이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노조와 시민단체의 줄기찬 주장에 이어 더불어민주당 소확행 위원회가 '무거운 상자에 손잡이를' 등 생활 밀착형 공약 11개 사안을 최우선 과제로 꼽고 나서면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지난달 이마트 등 대형마트는 5kg이 넘는 자체 브랜드(PB) 상품을 시작으로 내년 말까지 상자 손잡이를 확대해나가겠다는 계획을 고용노동부에 보고했다.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 역시 우체국 상자부터 손잡이를 달아 하루에도 몇백번씩 상자를 옮기는 택배 노동자들의 여건을 개선해보자고 제안하며 택배상자에도 손잡이가 도입됐다.

최기영 장관은 이날 서울중앙우체국에서 구멍손잡이 소포상자를 들고 옮기는 등 소포상자 개선을 직접 체험했다. 최 장관은 이 자리에서 "택배노동의 수고를 덜어주고 싶은 마음에서 착안한 이번 우체국 소포상자가 모범사례가 되면 좋겠다"면서 "정부기업인 우체국에서 선도적으로 도입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며, 유통, 물류 현장 전반에 확산돼 여러 종사원의 고충이 조금이라도 개선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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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 기자 theksh0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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