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세대가 보낸 암시 신호[광화문]

진상현 부장 2020. 11. 2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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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준비만 2년째인데 버틸수록 희망이 안 보여. 이렇게 살 바에는 끝내는 게 나을 것 같아."

지난 16일 머니투데이가 온라인에 게재한 '"다 끝내고 싶어"..친구의 이 말이 '마지막'인 줄 몰랐다' 라는 제목의 기사는 극단적 선택을 한 20대 취준생의 안타까운 사연으로 시작한다. 얼마전 희극인 박지선씨(36)가 짧은 생을 마감하는 등 2030세대의 극단적 선택 사례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본지 기자가 중앙자살예방센터에서 진행하는 '생명 지킴이' 온라인 교육을 직접 듣고 작성한 기사다. 강연의 주 내용은 삶의 끝자락에서 고민하고 있는 이들이 보내는 위험 신호를 어떻게 알아보고 공감하며,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요령을 담고 있다.

기사는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그날의 많이 본 기사 상위에 오르는 등 관심을 끌었다. 기사 도입부에 나오는 한 취준생의 이야기는 많은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더 먹먹해진 건 기사에 달린 댓글들을 보면서다. 사례에 나온 취준생의 고민이 자신의 이야기 같다는 글들이 잇따라 올라왔고 '힘내라' '이겨내자'는 응원의 '대댓글'이 이어졌다.

"살아남자..살아남아보자 친구들아" "너무 힘들어요..ㅠㅠ 정말 버티는 중이긴한데 이런 기사 읽으면 마음이 울컥합니다" "언젠가는 정말 힘들어도 그때 잘 버텼다..하고 자신을 칭찬할 날이 올거예요..잘하고 계신거예요" 대한민국의 수많은 젊은이들이 얼마나 힘든 시기를 견뎌내고 있는지가 절절히 전해져왔다.

험난한 대학입시를 통과하면 취업 전선. 일자리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그나마도 번듯한 정규직 일자리는 하늘의 별 따기다. 길어지는 '취준' 기간에 앞이 보이지 않는다. 취업에 성공하면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이 버티고 있다. 수억원에서 수십억원까지 호가하는 아파트들. 평생을 모아도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는다.

정부는 월세시대가 올 거라고 한다. 박봉에 월세 내다 보면 모을 수 있는 돈은 더 줄어든다. 결혼도, 가정도, 아이도 점점 더 이루기 힘든 목표가 되어간다. "내 미래도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 아이를 갖느냐"는 토로 앞에 어떤 말이 위안이 될 수 있을까.

좋은 부모 만나서 받은 게 많은 친구들을 따라잡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그래서 눈을 돌리는 곳이 부동산과 주식이다. 확률이 문제지만 '인생 역전'의 기회가 있다. 밑천만 마련되면 최소한 공정한 경쟁이 보장되는 곳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은다'는 '영끌' 대출을 불사한다. 그나마도 정부의 각종 규제가 잇따르면서 이 곳에서의 기회도 사라져가고 있다.

곳곳에서 들려오는 '불공정 이슈' 들은 청년들의 분노를 '영끌'한다. '인국공 사태(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 전환 논란)'. 얼마나 염원해온 정규직 일자리인데 비정규직들을 일괄 전환시킨다니 받아들이기 힘들다. 해당 직무의 특수성을 얘기해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원칙의 문제다. 재판이 진행중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의 입시비리 의혹 등 저명 인사들의 '아빠 찬스' '엄마 찬스' 얘기에도 민감할 수 밖에 없다.

여기에 코로나19까지 덮쳤다. 그나마 위안을 주던 가족, 친구들과의 만남도 제한된다. 경제가 얼어붙으면 일자리는 더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중앙심리부검센터 연구에 따르면 자살사망자의 92%가 암시 신호를 보낸다고 한다. 하지만 이를 주변에서 알아차린 경우는 21%에 불과했다. 인국공 사태, 주식 부동산 영끌 투자, 청년들의 잇단 극단적 선택, 어쩌면 2030 세대들도 우리에게 최후의 암시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더 이상 늦으면 안된다. 국회에선 내년 예산 심사가 진행되고 있다. 내년에는 서울시장, 부산시장 선거가 있고, 후년엔 대통령 선거가 진행된다. 2030세대의 고민에 귀를 귀울이고 희망을 줄 정책, 국가의 비전을 내놔야 한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 윤석열 검찰총장 거취 등을 놓고 정치싸움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최소한 우리가 함께 고민하고 있음을, 포퓰리즘이 아닌 근본적인 해법을 찾고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 앞이 보이지 않는 현실 속에서 분투하고 아파하고 있을 우리 젊은이들. 이들의 삶이 무너지면 대한민국의 미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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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현 부장 jisa@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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