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鮮칼럼 The Column] 코로나로 앞당겨진 한국의 '잃어버린 10년'

윌리엄 페섹 경제 칼럼니스트·전 블룸버그 기자 2020. 11. 24.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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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 기저 질환은 정치적 안일함
느린 구조 개혁 저성장 심화.. 아시아에 디플레 그림자
'잃어버린 10년' 피하려면 대담하고 창의적이어야

아시아의 주식시장 활황 국가들은 공교롭게 일본을 20년 동안 괴롭혔던 디플레이션을 겪고 있다. 일본 역시 자국이 겪은 뼈아픈 교훈을 잊고 코로나로 경제가 침체하면서 다시 물가 하락 문제에 직면했다. 디플레이션 압력은 전염성이 있다. 올 들어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대만, 태국 등에서 소비자물가가 하락했다. 중국은 생산자물가 상승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코로나가 다시 확산세에 있는 지금, 한국은 과연 무사할까.

코로나가 경제에 끼치는 여파는 바이러스가 사람들을 괴롭히는 방식과 비슷하다. 이미 병을 앓고 있는 사람에게 코로나가 더 치명적인 것처럼 경제도 마찬가지다. 한국 경제에서 기저 질환은 정치적 안일함이다. 지난 10여 년간 한국 대통령들은 구조 개혁이란 말을 많이 했다. 아시아 4위 경제 대국이 스타트업 열풍과 생산성 향상, 혁신 경제, 여성 인력 활용 등을 실행했으면 새로운 돌파구를 열 수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과거 방식을 버리지 못했다. 수출 주도 정책과 중앙은행 지원 같은 안일한 대처는 한국을 일본처럼 ‘잃어버린 10년’을 맞을 위험에 빠뜨렸다.

조대엽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10월 14일 서울 백범기념관 컨벤션홀에서 열린 포스트 코로나 시대 방역·경제 위기 극복을 모색하는 정책 토론회에 참석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정책기획위원회 제공]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에는 성공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경제에선 여전히 취약한 면모를 드러내고 있다. 한국은 올해 지난 20년 사이 최악의 경제성장을 기록할 전망이며 정부는 경기 부양에 막중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불확실성이 매우 높다”고 경고했고, 정부 경제팀은 기준금리 추가 인하를 고려하고 있다. 양적 완화 노선을 전격 채택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한국 경제의 진짜 문제는 구조 개혁이다. 구조 개혁이 더디면서 저성장의 한국 경제는 더 큰 타격을 입고 있다. 160조원 규모 뉴딜 전략은 디지털 경쟁력을 글로벌 수준으로 향상시키고 탄소 중립 경제와 200만에 달하는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때에야 의미가 있다.

이는 아시아 다른 나라들도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현상이다. 태국에선 코로나 역풍이 국내총생산(GDP)의 70%를 차지하는 수출과 관광을 파괴하고 있다. 태국 중앙은행이 경기 부양을 위해 일본식 자산 매입을 숙고하고 있지만 근본적 문제 해결과는 거리가 멀다. 태국의 숙제는 관료주의를 억제하고, 부패를 줄이며, 기업 숨통을 터주고 경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기초 교육 훈련 투자를 늘리는 일이다. 말레이시아에선 전직 경제 관료들이 디플레이션 방지를 위해 재정 지출과 구조 개혁을 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최근 수출 부진으로 물가 상승률이 0.5% 안팎에 머물고 있다. 싱가포르는 마지막으로 한번 더 경제 동력을 다양화해야 할 시점이다. 벤처캐피털 네트워크를 만들고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만약 세계 12위권 경제 대국 한국에서 디플레이션이 발생한다면 이는 동아시아 경제에 암울한 순간이 될 것이다. 한국은 지난 5월 소비자물가가 1년 전보다 0.3% 하락하면서 이런 징후가 발생했다. 당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코로나가) 세계 경제 전체에 전례 없는 충격으로 물가에 상당한 하방 압력을 가했다”고 평가했다. 문 정부가 1차 코로나 사태처럼 2차 코로나 확산을 잘 관리한다 해도 경제는 여전히 위태위태하다. 지난 수년 동안 한국은 글로벌 경제성장세에 상당히 덕을 봤다. 그러나 2021년 더 이상 그런 기대를 하긴 어렵다. 세계 경제 전망이 어둡기 때문이다. 미국은 코로나 비상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일본과 유럽도 마찬가지다. 중국은 그나마 안정되는 분위기지만 수입을 늘리지 않고 있다. 이는 문 정부에 무거운 짐을 지운다. 일자리를 창출하고 근로자 임금을 지키며 기업과 가계 신뢰를 증대하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

당면 과제는 ‘일본화’를 피하는 것이다. 안타깝지만 일본은 경제 침체가 야기하는 ‘토끼굴’로 계속 들어가고 있다. 아베 전 일본 총리는 일본 경제 야성을 살리겠다고 대담한 경제 개혁을 추진했다. 핵심은 15년간 지속됐던 디플레이션을 퇴치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성공하지 못했다.

아베노믹스는 레이건 대통령이나 대처 총리 같은 순간을 열망했다. 그러나 자국 경제 체제에 충격을 주고 인센티브 체계를 조정하기보다는 그저 진부한 양적 완화에만 치중했다. 그러다 코로나 충격이 오자 경제는 쉽게 무너졌다. 4~6월 경제성장률은 연간 기준 28% 하락했다. 스가 신임 총리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허겁지겁 뛰어다니는 이유가 있다.

문 정부 경제는 확실히 일본식 ‘잃어버린 10년’을 피할 수 있다. 그러려면 대담하고 창의적인 행동이 필연적이다. 그 문은 오랫동안 열려 있지는 않을 것이다. 한국 경제 미래를 위협하는 디플레이션 압박은 점점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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