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기습 되새기며.. 일요일도 새벽 출근한 내 아버지 백선엽"

양승식 기자 2020. 11. 24.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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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전우회 온라인 세미나서 아버지의 추억 회고한 딸 백남희씨

“아버지 백선엽 장군은 일찍 일어나서 사무실로 출근하시는 습관이 있으셨습니다. 새벽에 북한의 기습을 받은 6·25전쟁을 생각하시며 일요일에도 새벽 6시 30분이면 출근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고(故) 백선엽 예비역 대장의 첫째 딸 백남희(72)씨는 23일 아버지를 이렇게 기억했다. 백씨는 이날 주한미군전우회가 주최한 백 장군 생일 100세 기념 웨비나에 참석해 “내 생각에 우리 아버지는 조국과 한국인에 대한 사랑과, 한미 동맹에 대한 헌신으로 정의 내릴 수 있을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주한미군전우회장인 빈센트 브룩스 전 한미연합사령관과 여러 한미 참석자들은 온라인을 통해 백씨의 말을 경청했다.

고(故) 백선엽(왼쪽) 예비역 대장의 100세 생일을 추모하기 위한 주한미군전우회의 웨비나가 23일 열렸다. 오른쪽 사진은 화상 대담하는 참석자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백 장군 장녀 백남희씨, 손자 크리스토퍼 백 미국 육군 대위, 빈센트 브룩스 전 한미연합사령관, 스티브 리 주한미군전우회 사무총장. /오종찬 기자·주한미군전우회 제공

주한미군전우회는 이날 브룩스 전 사령관 주관으로 백 장군의 100번째 생일을 기념한 웨비나를 열었다. 이미 고인이 된 백 장군이지만 한·미 동맹에 헌신했던 그를 기리고 유업을 잇겠다는 취지다. 이날 웨비나는 딸 백씨가 아버지인 백 장군과의 에피소드를 얘기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한국과 미국의 수많은 전직 베테랑이 이 웨비나를 지켜봤다고 주한미군전우회 측은 밝혔다.

백씨는 지난 2000년 6·25전쟁 50주년 행사 때의 일을 회고했다. 백씨는 “6·25전쟁으로 4명의 아이를 잃은 노부인이 아버지를 찾아와 ‘한국을 북한 공산주의의 침입으로부터 지켜줘 고맙다’며 인사를 했다”며 “아버지는 자신은 오히려 아무것도 한 것이 없고 자식을 잃은 노부인이 진정한 영웅이라며 절을 올렸다”고 했다. 6·25전쟁의 미군 지휘관이었던 제임스 밴 플리트 장군과의 일화도 털어놨다. 1991년 주소도 전화번호도 몰랐지만 밴 플리트 장군의 고향인 플로리다 포크 시티에 무작정 가 장군을 찾은 것이다. 백씨는 “극적으로 만난 둘은 경례를 주고받자마자 아무 말 없이 오랫동안 서로를 껴안으며 울었다”며 “많은 분은 아버지의 업적 때문에 그를 영웅이라고 부르지만 저에게는 그가 따뜻한 가슴을 가진 인간적인 사람이었기에 영웅이었다”고 했다.

브룩스 전 사령관은 “아내 (브룩스) 캐럴이 한국에서 지하철을 많이 이용했는데, 1호선이 백 장군께서 교통부 장관이었을 때 만들어졌다고 들었다”며 “백 장군은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한국군 장군이자 개인적으로 너무나 존경하는 분”이라고 했다. 브라이언 캠벨 주한미군전우회 코리아챕터 부회장은 “백 장군이 쉽게 부를 쌓을 수 있는 대기업인 코카콜라와 요구르트의 영입 제안을 거절했다는 이야기가 인상 깊었다”며 “웨비나가 앞으로의 한미 동맹에 영감을 준 것 같다”고 했다. 이날 청중으로 웨비나를 지켜본 조태용 국민의힘 의원은 “웨비나에 한국 사람들이 별로 없기에 안타까웠다”며 “이런 행사가 미국에서 더 기념이 되고, 행사가 된다는 데 대해서 감사함과 동시에 안타까움이 동시에 들었다”고 했다.

주한미군전우회는 지난 7월에도 백 장군을 추모하는 웨비나를 열었다. 당시 참석한 커티스 스캐퍼로티 전 한미연합사령관은 “백 장군의 겸손함이 정말 인상 깊었다. 내가 그를 찾아갈 때마다 (고령임에도) 항상 마중 나와 나를 맞아줬다”며 “우리는 진정 대단한 영웅과 함께했다”고 했다. 버너드 샴포 전 미8군사령관은 “우리는 백 장군을 ‘최선임 장군’이라고 불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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