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함께 먹는 밥의 소중함

이현아 2020. 11. 24.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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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와 함께한 우리의 2020년은 역사에 어떻게 기록될까? 코로나는 분명 우리에게 아픔을 줬지만, 사람들은 뭔가 깨달음을 얻고 태도에 변화가 생기기도 했다. 우리는 환경문제에 대해 경각심을 갖게 됐고,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자각하게 됐다. 사람 사이의 따스한 온기를 그리워하고 현재의 순간을 사랑하기 위해 애쓰는 이들이 늘어났다.

코로나로 인해 힘겨운 날들을 보내고 있지만, 오히려 깨달은 점을 나누면서 좌절이 아닌 돌파하는 힘을 선택해보기로 했다. 초등학생 시절의 마지막 한 해를 코로나와 함께한 아이들은 무엇을 깨달았을까? 거리 유지를 한 채 간신히 마스크만 벗고 졸업 사진을 찍은 날, 아이들에게 넌지시 질문을 건네고 귀를 기울였다.

“저는 급식이 중요하다는 걸 알았어요. 매일 혼자서 점심 챙겨 먹을 때요. 밥을 대충 먹으니까 인생도 대충 사는 느낌이 들었어요.” 한샘이는 함께 먹는 따뜻한 밥 한 끼의 소중함을 몸으로 깨달았다. 아침부터 온라인 수업 하느라 컴퓨터 모니터만 바라보다가 빈집에서 냉장고를 열고 혼자 점심을 챙겨 먹을 때 아이들은 아무렇지 않게 먹었던 급식이 새삼 간절했다고 털어놨다.

“집에서 움직이지도 않고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니까 몸도 정신도 건강하지 않은 것 같아요.” 지평이를 비롯한 여러 아이가 스마트폰과 싸우면서 해야 할 일에 집중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일상이 무너져버린 요즘, 아이들에겐 혼자 있는 시간을 다스려 나갈 힘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아이들은 스스로 몸과 마음을 챙기면서 일상을 견뎌낼 힘을 조금씩 갖춰 나가고 있었다. 어른의 말이 아닌 자신의 온전한 경험을 통해서 말이다.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는 한 해의 끝, 몸은 지치더라도 마음만은 빛이 비치는 쪽으로 나아가고 싶다. 2020년이 역사 속에서 절망이 아닌 또 다른 변화가 시작되는 희망의 기점으로 기록되길 바란다. 그 마음으로 오늘도 힘내어 그늘이 아닌 볕을 향해 한걸음을 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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