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도 못말린 성탄시즌...하루 2만명 확진에도 런던은 북적북적
2주쯤 전부터 영국 전역에서 시행 중인 봉쇄령이 예정대로 다음 달 2일에 해제된다고 한다. 봉쇄령으로 의약·식료품 구매 등 필수적인 경우를 제외한 외출이 금지됐고, 옷가게 같은 상점이 문을 닫았고, 식당·술집 안에서 음식을 먹는 것이 금지됐는데 이게 다시 허용된다는 것이다.
벌써 봉쇄령을 풀어도 되나 싶다. 봉쇄령이 시작된 5일 영국의 하루 코로나 확진자 수는 2만4164명, 21일(현지 시각) 하루 확진자 수는 1만9921명이다. 숫자가 줄었다지만 이게 안심할 단계인가.
하긴 요즘 영국의 봉쇄령은 예전 같지 않았다. 영국 보리스 존슨 총리가 4일 “내일부터 2차 봉쇄령에 들어간다”고 발표했을 때만 해도 걱정을 많이 했다. 영국에 온 지 겨우 두 달이 됐을 때였다. 한국에 있을 때 뉴스로 접했던 유령 도시 같던 런던 거리가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 오후 4시면 해가 지는 영국의 긴 겨울밤을 집 안에만 콕 박혀 보내야 한다는 생각에 아득했다.
괜한 걱정이었다. 봉쇄령이 한창인 21일 영국 런던 중심지 옥스퍼드스트리트를 찾았다가 인파에 놀랐다. ‘이럴 때일수록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야 한다’며 예년보다 3주 일찍 켜진 크리스마스 전등을 즐기러 나온 사람들 천지였다. 친구, 연인, 가족과 함께 사진을 찍어대는 사람들 머리 위론 2만개 넘는 전구가 색깔을 바꿔가며 깜빡였다. 대부분 마스크를 쓰고 있지 않았고 거리 두기는 지켜지지 않았다. 봉쇄령이 맞나 싶었다.
지난 3월 1차 봉쇄 때엔 학교도, 식당과 카페, 술집도 문을 닫았다. 지금은 초·중등학교가 그대로 대면 수업을 하고 있어 등·하굣길 대중교통은 여전히 붐빈다. 1차 봉쇄 당시에도 음식 포장은 허용됐지만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던 식당들이 대부분 임시 휴업했는데, 그동안 포장·배달 시스템에 완벽 적응한 식당들은 이제 대부분 정상 영업을 하고 있다. 공원은 음식을 포장해 와 술과 함께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부모들로 놀이터는 북적인다.
코로나에 무뎌져서일까. 그렇다고 해도 1차 봉쇄령 시기엔 영국의 하루 확진자가 5000명 안팎, 요즘은 2만명 안팎임을 감안하면 거리의 인파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사람들에게 이유를 묻자 정부의 코로나 정책의 효과를 믿지 않는다는 답이 돌아왔다. 21일 옥스퍼드스트리트에서 만난 프라이스(24)씨는 “1차 봉쇄 당시 집 안에만 머물며 정부 대응을 따랐는데 이후 정부가 소비 쿠폰을 뿌려 다시 코로나가 퍼지게 만들어 이렇게 결국 2차 봉쇄가 되지 않았느냐”며 “정부 대응을 따를 필요가 없다는 걸 느꼈다”고 했다.
봉쇄에 대한 시민들의 피로감과 불만도 크다. 봉쇄 첫 주말인 6일 런던에서 봉쇄 반대 시위가 벌어진 것을 시작으로 주말이면 영국 도시 곳곳에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지난 주말인 21일에도 런던뿐 아니라 리버풀, 본머스 등에서 ‘자유를 달라'는 봉쇄 반대 시위가 열려 최소 22명이 경찰에 체포됐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사람들이 정부의 (코로나) 대응에 대해 회의감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영국 정부가 실제로 봉쇄령을 유지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도 든다. 거리와 공원에서 경찰이 돌아다니지만 아무런 제재를 하지 않는다. 1차 봉쇄 시작 후 20일 만에 1087명을 적발해 벌금을 매겨 지나치게 단속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나왔었다.
영국 정부는 외부에서 6명 이상 만나지 못하게 하고, 식당은 오후 11시에 문을 닫는 등의 조건을 달고 봉쇄령을 예정대로 해제하겠다고 23일 밝혔다. 현지 언론들은 “전국 각지에서 봉쇄 반대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 경제에 대한 영향을 고려해 봉쇄령을 해제하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경고 목소리도 나온다. 데이비드 나바로 WHO 코로나 특사는 최근 스위스 언론 인터뷰에서 “유럽이 1차 유행을 통제한 뒤 여름 동안 (다음 유행 대비를 위해) 필요한 인프라를 구축할 기회를 놓쳤다”며 “지금 2차 유행기 동안 필요한 인프라를 구축하지 않으면 내년 초 3차 유행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백신 보급이 여의치 않다면, WHO 예측이 틀리지 않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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