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대포 앞바다가 보이는 부산 아파트

서울문화사 2020. 11. 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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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곧 나'라고 강조할 정도로 인테리어에 열정적인 부부와 인테리어 디자이너 정은주가 제시하는 집에 대한 새로운 시선.
다대포 앞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시원한 오션 뷰의 거실. 푸르른 바다와 어울리는 소파를 두고 벨기에산 단판으로 제작한 선반을 배치해 여백을 살렸다. 선반 위의 액자는 박찬우 작가의 작품. 침대처럼 너른 소파와 테이블은 볼리아, 1인 체어는 구비.
권은희, 최민기 씨 부부와 아들 준영이가 함께한 주방. 테이블까지 길게 연결된 아일랜드와 벽처럼 깔끔하게 마감한 수납장에서 간결한 직선미를 느낄 수 있다.
메인 주방은 간단한 다과를 즐기며 모임을 가지는 공간으로 사용하고 조리는 뒤편의 보조 주방에서 해결한다. 발코니를 개조한 공간에 주방 설비를 마련한 것.
주방 입구 천장에 고재를 설치하고 안쪽에 LED 조명을 넣어 은은하게 빛이 퍼지도록 했다. 왼쪽의 작품은 정은주 디자이너가 직접 촬영한 사진.
테이블은 아일랜드 개수대와 동일한 천연 대리석 소재로 마감했는데, 대리석의 표면을 가공해 부드러운 무늬를 살렸다. 펜던트 조명은 비비아.
왼쪽은 이정배 작가의 입체 회화, 오른쪽은 김영주 작가의 캔버스 작품이다. 입체감이 도드라지는 두 작품이 서로 시너지를 발휘하도록 배치했다.

 

인테리어에서 수납은 정말 중요하지만 벽 전체를 붙박이장으로 만들면 공간이 건조해져요. 수납은 해결됐지만 어딘가 답답한 마음이 들고요. 그래서 수납과 여백을 조화롭게 배치해 공간에 깊이를 더할 수 있도록 긴 시간을 고민해요. 공사가 끝난 공간에 작품과 소품을 배치하는 것까지 신중해야 하죠.by 인테리어 디자이너 정은주

침대 뒷벽을 페르시안 블루 컬러 페인트로 칠하고 발코니에 양개형 도어를 나란히 배치해 독특한 무드를 풍기는 침실.

아내분 제보에 따르면 남편분이 ‘인테리어 덕후’라던데, 집 꾸미기에 관심이 많으신가요?민기 어렸을 때부터 예쁜 집에 살고 싶다는 로망이 있었죠. 남자들은 다 그렇지 않나요?(웃음) 인테리어에 워낙 관심이 많아서 이사 전부터 오래도록 준비를 했어요.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사진들과 시공 사례들을 보면서 우리가 원하는 느낌을 잘 드러내줄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누구일지 고민했습니다.

오랜 고민 끝에 정은주 디자이너를 택했는데, 어떤 부분 때문이었나요?민기 질리지 않는 디자인이 딱 제 취향에 맞았어요. 유행하는 스타일대로만 모아놓은 인테리어는 과하게 느껴지는 데 반해 정은주 실장님의 디자인에는 우아함이 있어요. 색감이 고급스럽고 세련됐고요. 은희 남편이 저를 3개월간 설득했어요. 정은주 실장님께 인스타그램 DM을 보내자고…. 처음엔 서울에서 활동하는 유명한 디자이너분인데 부산은 너무 멀다, 안 된다고 제가 말렸어요. 하지만 인테리어 취향에 대해선 남편을 믿고 맡겨왔던 만큼 제가 설득을 당했죠. 정은주 실장님의 공간은 조화로움이 느껴져서 좋더라고요.

서울에 계신 디자이너에게 설계도를 받아 시공을 직접 하셨다면서요. 목공, 전기, 주방가구 등 공정마다 기술자들은 어떻게 구하셨어요?민기 검색을 열심히 해서 업체를 찾아내고, 공정마다 최소 5팀, 많게는 8팀까지 직접 만나봤어요. 제일 하고 싶어 하는 사람, 이 집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일할 만한 전문 업체를 찾으려고 했어요. 주방 천장 쪽의 간접조명 부분만 봐도 보통은 목공으로 처리하는데 저희 집은 알루미늄 재질의 몰딩을 사선으로 배치했어요. 이런 식으로 부산 지역에서는 사례가 없었던 새로운 공정이 많다 보니 흥미로워하는 분들도 많았어요. 작년 9월부터 공사를 시작해 올 2월 마무리를 했어요. 공정을 천천히 진행하면서 현장을 매일같이 직접 확인하고, 디자이너와 원격으로 소통하면서 공사를 이어갔습니다.

패션을 사랑하는 맥시멀리스트 권은희 씨의 드레스 룸. 발코니와 통하는 창을 막고 3면에 수납장을 배치한 월 시스템 구조다. 그녀는 이곳을 배경으로 ‘오늘의 코디샷’을 찍는다.
미니멀한 디자인의 프리스탠딩 욕조와 수전을 시공했다.
부부의 침실에서 드레스 룸, 욕실로 이어지는 평면을 혁신해서, 드레스 룸 자리에 건식 세면 공간을 만들고 거실 복도와 통하도록 벽을 터서 온 가족의 세면 공간으로 사용하는 중.

 

집은 사적인 공간이기 때문에 매년 몇 개씩 쏟아져 나오는 트렌드를 따라갈 필요는 없어요. 고루해 보이지 않도록, 요즘 시대를 살아가는 집의 모습을 갖추면서 나만의 개성을 담는 게 중요하죠. 결국엔 그곳에 사는 사람의 라이프스타일과 만족감이 어우러지는 게 관건이에요.by 인테리어 디자이너 정은주

서재와 아이방까지 발코니가 길게 연결된 구조. 천장에 툭 튀어나온 부분을 고재로 감쌌다.
발코니에 선인장 화단을 조성했다. 따사로운 바닷가의 햇살을 받아 선인장이 폭풍 성장하는 중. 조경은 슬로우파마씨에서 담당했다.
벽의 구조를 활용해 책장을 제작하고 스트링 책상과 허먼 밀러의 의자를 둔 준영이의 방. 침대 옆쪽에 기둥을 세워 누웠을 때 아늑한 느낌이 들도록 배려하고 벽등과 콘센트를 매립했다.
아이방의 드레스 룸은 레어로우 시스템장으로 꾸몄다. 드레스 룸 안쪽에는 원래 욕실이 있었는데 창고로 개조해 사용 중이다.
아이방 발코니에 평상 겸 수납장을 디자인했다.
선인장을 감상할 수 있는 서재에서 가족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이의 학습용으로 전자칠판을 새로 장만했다. 가끔은 중앙에 놓인 리차드 램퍼트 아이어만 테이블에 네트를 설치해 탁구를 치기도 한다.

조리 공간을 발코니 자리에 설치한 점이 새로워요. 요즘은 주로 거실을 보고 요리할 수 있는 대면형으로 바꾸는 추세인데 오히려 반대네요?민기 이전 집이 대면형 주방이었어요. 다들 대면형을 선호하기에 시도해봤는데 저희랑은 잘 안 맞더라고요. 주방에 대형 아일랜드가 있으니까 모든 짐이 다 거기로 모이고, 거실에서 주방 기물이 훤히 보이는 것도 싫고요. 은희 집에서 요리를 거의 하지 않는 편이고 남편은 취미가 정리 정돈이라고 말하는 사람이라 눈에 보이지 않도록 깔끔하게 수납하는 걸 좋아해요. 기존의 ㄷ자형 주방 자리에 포켓도어 수납장을 배치하고 커피머신이랑 아이 간식 창고, 음식을 데울 수 있는 작은 쿡탑을 숨겨뒀어요. 흔하진 않지만 저희 가족의 스타일에 맞는 주방이라 이곳에서 자주 모여요.

주방에 TV가 있는 점도 독특하네요?은희 사용하지 않을 땐 액자처럼 작품 사진을 띄워놓는 액자형 TV예요. 남편이 영화를 좋아해서 거실에 영화를 볼 수 있는 홈시어터를 설치했고, 안방에도 제가 홈 트레이닝을 할 수 있게 작은 TV를 두었어요. 서재엔 온라인 수업에 필요한 전자칠판도 마련했어요. 각자가 원하는 채널을 보고 활동할 수 있도록 TV를 곳곳에 두었지만 인테리어와 잘 어우러져서 맘에 들어요. 셋톱박스랑 전선이 가려지도록 디자인하고 멀티탭이 필요 없게 콘센트 위치까지 미리 계획했기 때문에 TV 주변이 깔끔해서 만족스러워요.

인테리어를 바꾸면 생각이 바뀌고, 생활이 바뀌고, 삶이 달라진다고 해요. 두 분은 어떤 변화를 실감하셨나요?민기 가족이 더 많이, 자주 모이게 됐어요. 특히 서재가 새로 생겨서 좋은 게 저는 업무를 보고, 아이는 엄마와 공부를 하면서 같은 공간에 함께하는 기분이 좋아요. 은희 다들 여행을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잖아요. 솔직히 저희는 여행 가기를 기다리기보다 하루하루를 생각했던 대로 사는 걸 목표로 하고 있어요. 매일 같은 삶이지만 운동을 하고, 대화를 하고, 반짝이는 바다를 바라보고, 사진을 찍고, 소소하게 힐링해요.  

저희 집은 남편 그 자체예요. 조용하고, 무게감 있고, 깔끔한 성격이라 미니멀하면서도 편안한 디자인을 좋아하는 취향이 집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어요.

발코니에서 바라본 서재의 모습. 붙박이장을 철거한 자리에 선반을 설치하고 업무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바라던 예쁜 집에 살게 되셨는데, 비법을 공유해주실 수 있을까요? 인테리어, 이렇게 하면 성공할 수 있다! 민기 ‘집은 곧 저 자신’이라고 생각해요. 집은 사람의 생활, 성격, 취향을 나타내기 때문에 ‘이 집은 누구의 집이다’라는 게 보여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인테리어 디자이너에게도 각자 고유의 특징이 있어요. 좋아하고 잘하는 스타일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방향성과 느낌을 잘 판단해서 디자이너와 호흡을 맞추는 게 중요해요. 은희 디자이너와 대화를 충분히, 많이 해서인지 버리는 공간 없이 집을 알맞게 사용하는 점이 특히 좋아요. 색감이 조화롭다 보니 이대로 10년은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저희는 생활 패턴, 수납의 양과 방식부터 특별히 꼭 필요한 부분들은 미리 디자이너에게 요청했어요. 침대 옆에 콘센트가 필요하다, 환풍기 소리가 작았으면 한다는 것까지도. 하지만 가구나 색감처럼 큰 부분에 대해 너무 튀는 주문을 하면 인테리어의 흐름이 깨질 수도 있어요. 디자인과 관련한 건 전문가의 안목을 믿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기획 : 김의미 기자 | 사진 : 김덕창 | 디자인 : 정은주(@interior_style3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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