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만난세상] 관중 50%의 착시 효과

송용준 2020. 11. 23.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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컵에 절반이 담긴 물을 어떻게 표현하느냐로 한 사람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알 수 있다고들 한다.

"컵에 물이 반이나 있다"고 하면 낙관적이며 긍정적인 사람이고 "반밖에 없다"고 말하면 비관적이자 부정적인 면을 먼저 보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러다 수용인원의 10%를 시작으로 30%를 넘어 50%의 관중이 입장하게 되자 '절반밖에'라는 생각보다는 '절반이나' 사람들이 경기장에 올 수 있어 좋다는 긍정적인 생각이 앞서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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컵에 절반이 담긴 물을 어떻게 표현하느냐로 한 사람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알 수 있다고들 한다. “컵에 물이 반이나 있다”고 하면 낙관적이며 긍정적인 사람이고 “반밖에 없다”고 말하면 비관적이자 부정적인 면을 먼저 보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을 1년 가까이 견뎌오면서 요즘 진부하게 여겼던 ‘물이 절반 담긴 컵’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코로나19 시대가 지나가면 사람들은 언젠가 2020년을 저마다 다르게 떠올릴 것이다. 어떤 이들은 감염병에 대한 공포와 그로 인해 맘껏 누렸던 것들을 포기함에 따라 파생된 경제적, 정신적 피해를 먼저 생각할 것이다. 반면 몇몇 사람들은 재택근무 등 언택트 시대의 ‘뉴노멀’에 적응하면서 찾아낸 새로운 생활방식의 즐거움을 추억 삼아 꺼낼지도 모른다.
송용준 문화체육부 기자 
기자가 출입하는 스포츠 분야도 코로나19의 충격파 속에서 보낸 한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4월 한 달은 모든 스포츠가 중단되는, 상상도 못 했던 경험도 했다. 그 이후에는 시끌벅적하던 관중석을 텅 비운 채 경기를 치르는 상황에 당황하기도 했다. 그러다 수용인원의 10%를 시작으로 30%를 넘어 50%의 관중이 입장하게 되자 ‘절반밖에’라는 생각보다는 ‘절반이나’ 사람들이 경기장에 올 수 있어 좋다는 긍정적인 생각이 앞서게 됐다. 최근 뜨거운 열기 속에 열전을 치르는 프로야구 포스트시즌에서 관중석의 50%만 꽉 채워도 멀리서 바라보면 실제로는 한 자리씩 비우고 띄어 앉아 있음에도 마치 만원 관중을 보는 듯한 착시효과도 생긴다. 이럴 때면 이제 세상이 다시 제자리를 찾아가는구나라는 느낌도 든다.

그러나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50%가 준 착시효과 탓인지 그동안 조심했던 것들을 잊은 듯 다시 연일 300명 이상의 확진자를 양산하는 등 코로나19는 누그러지기보다 가파른 재확산세를 보인다. 이로 인해 수용인원의 50%까지 입장 가능했던 프로야구 한국시리즈도 경기를 거듭할수록 30%에서 이제는 10%까지 입장 인원 제한이 강화됐다.

이렇게 되다 보니 현실에서 코로나19와의 싸움은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처럼 느껴진다. 늘어난 관중을 바라보며 받았던 긍정적인 기운이 어느새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뀌는 느낌이다. 이러다 평생 마스크 착용을 일상으로 받아들이고 코로나19를 화재나 교통사고처럼 우리 주위에 언제나 함께 있는 위험이라고 수용하며 살아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체념까지 하게 된다.

많은 사람이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 처할수록 긍정적인 사고와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들 한다. 정말 늘어나는 프로야구 관중을 지켜보면서 희망의 신호를 보기도 했다. 하지만 절반까지 늘어난 관중이 만원 관중처럼 보이면서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관점에 매몰돼 우리가 그동안 팽팽하게 붙잡고 있던 긴장의 끈을 놓친 것은 아닌지 반성하게 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50%의 착시효과’를 걷어내고 세상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닐까. 절반밖에 안 된다는 부정적 사고로 돌아갈 필요는 없지만 다시 지나친 긍정과 낙관만으로는 코로나19와 제대로 싸우기는 힘들다는 생각을, 빈자리가 늘어난 운동장의 관중석을 바라보면서 갖게 된다.

송용준 문화체육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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