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 마을 수재민 '창고살이 100일'..일상 언제쯤?

오정현 2020. 11. 23.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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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전주]
[앵커]

지난여름, 500년에 한 번 온다는 폭우에 무섭게 불어난 강물은 제방을 무너뜨렸습니다.

주변 주민 수백 명이 한순간에 이재민이 됐죠.

섬진강 마을 사람들의 가혹했던 지난여름 이야기입니다.

지금은 어떨까요, 현장 연결합니다.

오정현 기자, 날도 추워졌는데 여전히 창고에 사시는 노인도 계신다면서요?

[기자]

네, 지난여름 섬진강 제방이 무너지면서 물에 잠겼던 전북 남원시 금지면입니다.

84살 임용택 할아버지 집인데, 허락을 얻어 새로 짓고 있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있습니다.

원래 있던 집은 수십 년 된 흙집이어서 밀려드는 물을 버티지 못하고 무너졌습니다.

그래서 옮긴 거처가 물난리 전에 창고로 쓰던 곳인데요.

평생 살던 흙집은 물난리 통에 무너졌지만, 콘크리트로 지은 이 창고는 버틴 겁니다.

두 평 남짓한 창고를 방으로 꾸며 노부부는 지금껏 살고 있습니다.

창고 살이 전에는 이렇게 천막에서 노숙해가며 잇따라 들이닥친 태풍을 버텨내기도 했습니다.

집이 무너진 마당에 살림이 남아있을 리 없습니다.

냉장고도 없이 전기 밥솥 하나를 놓고 끼니를 해결하고, 화장실 역시 없어서 이렇게 가림막을 세워 찬물로 씻는 고단한 생활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당시 할아버지처럼 살던 곳을 잃고 대피소로 모인 이재민은 218명이었습니다.

[앵커]

당시에 제방 무너진 걸 두고 인재 논란이 있었잖아요?

보상 문제는 어떻게 돼가고 있나요?

[기자]

네, 할아버지가 집을 잃고 받은 재난지원금은 천6백만 원입니다.

사실 집 짓기엔 턱없이 부족한 돈이죠.

새집을 갖게 됐지만, 기쁘지 않은 이유인데, 할아버지의 말을 들어보시죠.

[임용택/섬진강 수해 주민 : "가진 돈은 없지, 일반 대출이라도 받아서 임시로라도 집을 지어야지 살려면. 우리는 떠나지도 못하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니까…."]

당시 제방이 무너진 걸 두고 섬진강 댐 수위 조절 실패 논란이 일었습니다.

환경부 장관은 10월 안에 조사를 마치고 책임질 건 지겠다고 했는데요.

하지만 정부가 주도한 조사위원회는 주민대표 참여 문제로 곡절을 겪다가 결국 4차례 모임을 끝으로 해산했고, 최근에서야 조사협의회가 다시 꾸려졌는데, 조사를 용역에 맡기기로 하면서 결과를 보려면 앞으로 6개월은 더 기다려야 합니다.

계절이 두 번 바뀌었지만, 이재민들은 일상을 되찾지 못했습니다.

책임 소재를 가리고, 합당한 보상이 이뤄지기까지 한참이나 더 고된 생활이 이어질 거 같습니다.

지금까지 전북 남원 금지면에서 KBS 뉴스 오정현입니다.

촬영기자:김동균

오정현 기자 (ohh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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