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전세에 지친 무주택자, 서울 이 지역부터 샀다

성유진 기자 2020. 11. 23. 22:0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 넉달만에 반등

정부의 강력한 규제 속에 급감하던 서울·경기도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넉 달 만에 반등했다. 지난 7월 말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전셋값이 갈수록 오르자 무주택자들이 “차라리 집을 사겠다”며 매수에 나선 영향으로 풀이된다. 통상 거래량이 늘면 시차를 두고 매매가격도 오르는 게 일반적이라 급등한 전셋값이 집값을 밀어 올리는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 '상계 주공 아파트' 단지 일대. 지난 7월 이후 감소하던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지난달 넉 달 만에 반등했다. 전세난에 지친 실수요자가 노·도·강(노원·도봉·강북)과 중랑구 등 중저가 아파트 매수에 나섰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김연정 객원기자

◇'노·도·강'부터 집 샀다

23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의 10월 아파트 거래량은 4021건으로 9월(3771건) 대비 6.6% 증가했다. 신고 기한(계약 후 30일)이 남아 있어 신고되는 10월 거래량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6·17 대책이 불러온 패닉 바잉(공황 구매) 속에 지난 6월 1만5613건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지난 7월 1만643건으로 준 데 이어 8월(4986건)과 9월(3771건)에는 반 토막 수준으로 급감했다. 그러다 지난달 다시 4000건을 넘기며 반등했다.

특히 노·도·강(노원·도봉·강북)과 중랑구 등 중저가 아파트가 많은 곳 위주로 거래가 늘어났다. 서울 자치구별로 보면 종로구가 9월 34건에서 10월 71건으로 108.8% 증가했다. 이어 강북구가 78건에서 117건으로 50%, 도봉구가 140건에서 196건으로 40%, 중랑구가 103건에서 141건으로 36.9% 증가했다. 영등포구(25.7%), 노원구(18.3%), 은평구(12.7%) 등에서도 거래가 증가했다. 종로구·영등포구 정도를 제외하면 모두 상대적으로 중저가 아파트가 많은 지역이다. 노원구 중계동 E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주로 30·40대 실거주자가 아파트를 샀다”며 “이 동네는 은행사거리 학원가 때문에 학군 수요가 많은 곳인데 최근 전셋값이 계속 오르고 매물마저 없다 보니 매매로 돌아선 사람이 많다”고 했다.

경기도 역시 넉 달 만에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늘었다. 경기부동산포털에 따르면 10월 경기도 아파트 거래량은 1만7105건으로 9월(1만3605건)보다 3500건(25.7%) 증가했다. 경기도도 서울처럼 6월에 거래량 정점(3만4872건)을 찍은 이후 감소세였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전세난 회피 수요가 서울 외곽 지역이나 수도권의 아파트 매매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며 “서울 강남권은 아파트 값이 너무 비싸고 대출 한도도 적어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중저가 아파트 위주로 거래가 늘고 있다”고 했다.

◇강남은 전셋값도 20억 시대

전세 품귀 현상이 계속되며 서울 강남권에선 전용면적 85㎡(공급면적 34평형) 아파트의 전세 가격이 20억원을 기록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전용 84.95㎡)는 지난 15일 20억원(3층)에 전세 거래됐다. 7월 초만 해도 15억원(2층)에 계약됐는데 넉 달 만에 5억원이 오른 것이다. 일반 아파트 34평형 전셋값이 20억원을 기록한 것은 처음이다.

최근 강남권에선 전셋값 17억~19억원에 전세 거래되는 단지가 속속 등장하고 있어, 앞으로 20억원 넘는 전세 실거래가가 계속 나올 것으로 보인다. 9월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퍼스티지’(84.93㎡)가 18억원에,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84.98㎡)는 19억원에 전세 거래됐다.

비(非)강남권에서는 최근 들어 10억원이 넘는 전세 계약이 속속 나오고 있다. 마포구 현석동 ‘래미안웰스트림’(84.96㎡)은 이달 10억5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돼 6월(7억7000만원)보다 3억원 가까이 올랐다. 동작구 흑석동 ‘아크로리버하임’(84.92㎡)도 지난 19일 11억원에 전세 거래됐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정부가 최근 공공임대주택 11만여 가구를 공급하는 내용의 전세 대책을 내놨지만 수요자가 원하는 주택 유형이 아니어서 시장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미지수”라고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