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고 여성과학자들의 최대 고민은?.."육아입니다"
이명선 청주대 교수 '올해의 여성과학기술인상'
[경향신문]
“1992년 미국 피츠버그대에서 박사과정을 밟을 때 어린 자녀를 대학교가 설치한 어린이집에 맡겼는데, 걱정 없이 연구에만 전념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에서도 아이들을 돌봐줄 공신력 있는 시설이 많아지면 여성 연구자들의 어려움이 많이 해결될 겁니다.”
초대형 TV 같은 디스플레이를 현실화하는 전자소자 연구에서 세계 선두에 선 박상희 카이스트(KAIST) 신소재공학과 교수는 성공의 비결이 젊은 시절 마음 놓고 공부할 수 있었던 육아 환경에서 시작됐다고 말했다.
23일 서울 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2020 여성과학기술인 연차대회에서 ‘올해의 여성과학기술인상’을 공동 수상한 박 교수는 자타가 공인하는 디스플레이 권위자다. 중점 연구하던 ‘산화물 반도체’가 적용된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가 2005년에 세계 최초로 등장했고, 이후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쓰는 대형 TV를 만드는 핵심 기술이 됐다. 박 교수는 육아를 분담하려는 남편과 시댁, 친정 부모님 등 가족의 노력이 성공의 바탕이라고 말했다.
‘올해의 여성과학기술인상’ 공동 수상자인 장영래 LG화학 수석연구위원의 고민도 비슷했다. 1989년 LG화학에 입사한 장 수석연구위원은 1997년부터 디스플레이 코팅 연구를 해온 이 분야의 최고 장인이다. 디스플레이의 가장 바깥면에 부착하는 필름에서 빛이 덜 반사되고 먼지가 잘 달라붙지 않게 하는 소재 기술이 장 연구위원 주도로 고도화됐다.
장 연구위원이 입사할 때는 상황이 녹록지 않았다. 장 연구위원은 “우리 팀은 당일 고객사에서 벌어진 일을 저녁에 와서 바로 개선하는 식으로 바쁘게 돌아갔다”며 “당시 갓 출산한 아이를 돌봐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장 연구위원은 “동료들이 야근을 하면 나는 아침 일찍 출근해 업무 준비를 하는 식으로 역할 분담을 했다”고 말했다.
여성 과학계에선 엄마의 역할을 시스템적으로 사회가 분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올해의 여성과학기술인상’의 또 다른 공동 수상자인 이명선 청주대 바이오메디컬학과 교수는 “최근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부회장을 맡으며 역량 있는 여성 과학자들이 많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여성도 못할 게 없다는 의식과 함께 육아 분담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같이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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