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살이 100일'..섬진강 마을의 일상은 언제쯤
[앵커]
이번엔 올여름, 500년에 한 번 온다는 폭우에 제방이 무너져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섬진강 마을로 가 보겠습니다.
현장 취재기자 연결합니다.
오정현 기자, 날도 추워졌는데 여전히 창고에서 지내는 분도 있다고요?
[기자]
네, 지난 여름 섬진강 제방이 무너지면서 물에 잠겼던 전북 남원시 금지면입니다.
84살 임용택 할아버지 집인데, 허락을 얻어 새로 짓고 있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있습니다.
원래 있던 집은 수십 년 된 흙집이어서 밀려드는 물을 버티지 못하고 무너졌습니다.
그래서 옮긴 거처가 물난리 전에 창고로 쓰던 곳인데요.
평생 살던 흙집은 물난리 통에 무너졌지만, 콘크리트로 지은 이 창고는 버틴 겁니다.
두 평 남짓한 창고를 방으로 꾸며 노부부는 지금껏 살고 있습니다.
창고 살이 전에는 이렇게 천막에서 노숙해가며 잇따라 들이닥친 태풍을 버텨내기도 했습니다.
집이 무너진 마당에 살림이 남아있을 리 없습니다.
냉장고도 없이 전기 밥솥 하나를 놓고 끼니를 해결하고, 화장실 역시 없어서 이렇게 가림막을 세워 찬물로 씻는 고단한 생활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당시 할아버지처럼 살던 곳을 잃고 대피소로 모인 이재민은 218명이었습니다.
[앵커]
당시에 제방 무너진 걸 두고 인재 논란이 있었는데, 복구나 보상은 어떻게 됐나요?
[기자]
네, 할아버지가 집을 잃고 받은 재난지원금은 천 6백만 원입니다.
사실 집 짓기엔 턱없이 부족한 돈이죠.
새집을 갖게 됐지만, 기쁘지 않은 이유인데, 할아버지의 말을 들어보시죠.
[임용택/섬진강 수해 주민 : "가진 돈은 없지, 일반 대출이라도 받아서 임시로라도 집을 지어야지 살려면. 우리는 떠나지도 못하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니까..."]
당시 제방이 무너진 걸 두고 섬진강 댐 수위 조절 실패 논란이 일었습니다.
환경부 장관은 10월 안에 조사를 마치고 책임질 건 지겠다고 했는데요.
하지만 정부가 주도한 조사위원회는 주민대표 참여 문제로 곡절을 겪다가 결국 4차례 모임을 끝으로 해산했고, 최근에서야 조사협의회가 다시 꾸려졌는데, 조사를 용역에 맡기기로 하면서 결과를 보려면 앞으로 6개월은 더 기다려야 합니다.
계절이 두 번 바뀌었지만, 이재민들은 일상을 되찾지 못했습니다.
책임 소재를 가리고, 합당한 보상이 이뤄지기까지 한참이나 더 고된 생활이 이어질 거 같습니다.
지금까지 전북 남원 금지면에서, KBS 뉴스 오정현입니다.
촬영기자:김동균
오정현 기자 (ohh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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