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컨테이너 생활..'내년 여름'도 막막
[앵커]
오늘(23일) 아침 추우셨죠?
이렇게 겨울이 성큼 다가왔는데 지난 여름 집중호우에 피해 입은 지역들 복구는 더디기만 합니다.
부서진 집을 못 고쳐 아직 임시 숙소에서 살고 있는 이재민도 있고요.
1,000일이나 지난 포항 지진 피해자, 또 지난해 산불 피해를 입은 강릉 주민들의 상처도 여전합니다.
KBS는 오늘부터 닷새동안 전국의 재난 현장을 다시 찾아 잊혀진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전해드립니다.
오늘 첫 순서로, 지지부진한 수해 복구 실태부터 확인해보겠습니다.
최진석 기자가 보도입니다.
[리포트]
지난 8월 집중호우 때 남강댐 방류로 집이 삽시간에 물에 잠겨 맨몸으로 뛰어나온 75살 최영심 씨.
두 달 넘게 마을회관에서 공동생활을 하다, 지난달 20일에야 20㎡ 남짓한 이 조립식 임시주택에 들어와 지내고 있습니다.
추석 명절은 끼니를 때우지 못해 자식들 집을 전전했습니다.
[최영심/진주시 내동면 : "추석에는 반찬도 오지도 않고 해서 추석에는 아들, 딸 집으로 갔다가 3, 4일 있다가 다시 마을회관으로 왔었지 그때는."]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잃은 피해 주민들은 모두 8가구.
한국수자원공사에 피해 보상과 이주단지 조성을 요구하고 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습니다.
[최영심/진주시 내동면 : "이 좁은 곳에서 못 산다. 촌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농사를 지으려면 들여놓을 때가 없으니 어떻게 살 것이고 수자원공사에서 이주를 해줘야 해."]
당시 남강댐에서 쏟아져 나온 물은 경남 사천 앞바다의 전통 고기잡이 방식 어장인 '죽방렴'도 덮쳤습니다.
어장에 가득 찼던 쓰레기를 치우고 망가진 어장을 고치는 사이, 9월과 10월 멸치 조업시기는 놓쳤습니다.
어민들은 내년 여름이 더 걱정입니다.
[전태곤/삼천포 죽방렴 자율관리공동체 위원장 : "남강댐이 존재하는 한 해마다 일어나는 연례행사라고 봅니다. 하천 주변에 초목을 정리하고 제거작업을 잘한다면 피해를 어느 정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진주와 사천이 물에 잠길 때 산이 무너져 내린 경남 거창군.
사과나무 수백 그루가 흙과 바위에 묻혀 농장은 쑥대밭이 됐지만 복구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성영/거창군 남상면 : "올해 같은 일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어서 사실 무서워요. 귀농하고 살면서도 괜히 했나 할 정도로 무섭고..."]
인근 사과 농장도 사정은 마찬가지.
산이 무너져 농장 3분의 1이 흙에 파묻히고, 없던 개울이 생겨났습니다.
거창군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면서 복구 비용 지원을 기대했지만, 받은 지원금은 150만 원입니다.
[김준회/거창군 마리면 : "피해 면적이 2천 평 정도 되는데 150만 원으로는 하루 장비 대여비로도 쓰지도 못하고…."]
유례없는 집중호우로 삶의 터전과 유일한 생계수단을 잃어버린 사람들은 석 달여가 지난 지금까지도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최진석입니다.
촬영기자:최석규
최진석 기자 (cj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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