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협회 이사장에 또 관세청 퇴직 관료
'관피아' 논란 속 무늬만 공모
[경향신문]
국내 면세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사)한국면세점협회 이사장에 또 관세청 퇴직 관료가 선임될 예정이다. ‘관피아(관료+마피아)’ 논란에도 면세점 인허가권을 갖고 있는 관세청이 한국면세점협회 이사장 자리를 독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23일 관세청과 한국면세점협회 등에 따르면 인천세관장과 부산세관장 등을 지낸 A씨(63)가 다음달 초 한국면세점협회 이사장에 임명될 예정이다.
A씨와 함께 응모한 전 관세청 차장 B씨(65)는 후배인 A씨가 응모함에 따라 포기했다. A씨는 지난 19일 ‘나 홀로 면접’을 봤다.
한국면세점협회는 공항 인도장 운영 수입과 국내 12개 면세점의 회비로 운영된다. 이사장직은 면세점업계의 이익을 대변하고 면세점업계의 활성화 방안이나 제도개선, 대정부 건의 등의 역할을 맡는다. 이사장은 연봉 2억원 정도에 임기는 2년이다.
2004년 설립된 한국면세점협회의 역대 이사장 5명과 본부장 10여명은 관세청 국장급이나 세관장급 퇴직 관료들로 채워졌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관피아’ 논란이 불거지면서 한국면세점협회도 2016년부터 공모로 전환했다. 임기는 2년으로 제한했다.
하지만 ‘무늬만 공모’일 뿐, 첫 공모 이사장에 인천공항세관장 출신 C씨가 임명됐다.
이사장뿐만 아니라 본부장도 관세청 출신이 싹쓸이하고 있다. 현재 한국면세점협회 본부장 겸 이사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D씨도 관세청 공무원 출신이다.
면세점 인허가권을 갖고 있는 관세청이 ‘갑’의 지위를 이용해 퇴직 관료들에게 자리를 마련해주고, 면세점들은 관세청의 퇴직 관료들을 이사장이나 본부장으로 받아들여 ‘관세청 로비 창구’나 ‘바람막이’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인천공항의 한 면세점 관계자는 “면세점들은 관세청의 눈치를 봐야 하고, 관세청과의 원활한 관계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관세청 고위직 출신들을 임명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박준철 기자 terry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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