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이루어진다..오늘 이 아이들의 환상곡처럼

이복진 2020. 11. 23.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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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에는 검은색 일색의 네모난 LED 판 55개가 배치됐다.

공연이 시작되자 LED 판에 반딧불이 불빛이 하나둘 들어오더니 어느덧 수십개가 됐고, 이는 어느새 사람 형상으로 바뀌었다.

이들이 연주 준비를 마치자, 무대 가운데 선 지휘자가 LED 판에 등장한 이들을 상대로 지휘를 시작했다.

실제로 단원들이 강릉, 공주, 대구, 오산 꿈오 연습실에 모여 연주했고, 이 모습이 실시간으로 LED 판에 투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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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엘 시스테마 '꿈오' 10주년 공연 유튜브 생중계..
음악회 단원 선발→ 한 명씩 사전 녹화→ 공연날 영상으로 성공적 합주
"반딧불이 빛나듯 천사들의 합주위해 미디어아트 활용했죠"
지난 17일 오후 5시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 유튜브로 생중계된 꿈의 오케스트라 10주년 기념 음악회에서 권정환 음악감독(아래쪽 가운데)이 단원들과 '아리랑 환상곡'을 연주하고 있다.
무대에는 검은색 일색의 네모난 LED 판 55개가 배치됐다.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다. 공연이 시작되자 LED 판에 반딧불이 불빛이 하나둘 들어오더니 어느덧 수십개가 됐고, 이는 어느새 사람 형상으로 바뀌었다. 초등학교 3학년부터 고등학교 2학년까지 55명이 바이올린, 첼로, 플루트 등 악기를 들고 나타났다. 이들이 연주 준비를 마치자, 무대 가운데 선 지휘자가 LED 판에 등장한 이들을 상대로 지휘를 시작했다.

지난 17일 오후 5시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 유튜브에서는 독특한 형태의 클래식 공연이 생중계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각종 공연들이 무관중 온라인 형식으로 열리고 있지만, 이날의 공연은 유독 특이했다.

공연에서 유일하게 무대에 등장한 사람은 지휘자뿐. 나머지는 사람이 아니라 LED 영상이었다. 이 공연은 바로 ‘아이:콘택트’(I:CONTACT). 베네수엘라의 저소득층 청소년들을 위한 음악 프로그램 엘 시스테마의 한국판이라는 ‘꿈의 오케스트라’(이하 꿈오) 10주년을 기념해 진행된 공연이다. 꿈오는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음악 교육 사업이다. 2010년 8개 기관에서 단원 470명으로 시작해 현재 49개 기관에서 2800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공연을 하루 앞둔 지난 16일 서울의 한 카페에서 권정환 꿈오 세종 음악감독과 조수현 바우어랩 대표를 만나 10주년 기념 음악회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권 음악감독은 3명의 기념 음악회 음악감독 중 1명으로, 당일에는 윤용운·장한솔 꿈오 음악감독들과 함께 무대를 꾸몄다. 조 대표는 예술감독으로, LED 판에 표시되는 미디어 아트를 비롯해 사전 녹음, 무대 설치 등을 맡았다.

“지난 7월 10주년 기념 음악회 기획단 내부 회의를 하면서 기념 음악회를 취소하기로 했어요. 코로나19 때문에 단원만 수십명이 모이는 오케스트라 공연은 불가능했거든요. 그런데 음악감독 중 한 분이 ‘우리가 온라인 수업을 하는 것처럼 온라인 공연을 해보는 게 어떤가’라고 제안했고, 그게 현실이 됐죠.”(권 음악감독)
조수현 바우어랩 대표(왼쪽), 권정환 꿈의 오케스트라 세종 음악감독
기획단은 곧바로 전국 18개 거점기관 250여명 꿈오 단원을 대상으로 기념 음악회 참가 단원을 뽑았다. 이후 9월부터 지난달 초까지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합주를 연습했다. 지난달 중순부터는 경기 하남의 한 스튜디오에서 개인 사전 녹화를 진행했다. 이렇게 녹화된 영상이 공연 당일 LED 판에 나타난 것이다. 공연 시작을 알린 ‘아리랑 환상곡’과 ‘보칼리제’, ‘로마의 소나무’가 이런 식으로 연주됐다.

공연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마지막 합주 ‘찬란한 꿈의 조각들’은 달랐다. 실제로 단원들이 강릉, 공주, 대구, 오산 꿈오 연습실에 모여 연주했고, 이 모습이 실시간으로 LED 판에 투영됐다. 서로 다른 곳에서 연주하고 그 모습이 LED 판으로 나타났을 뿐, 단원들이 합을 맞춰 함께 연주하는 기존 오케스트라 공연과 다를 바 없었다.

이날 공연은 다양한 미디어 아트들도 선보였다. 반딧불이 불빛으로 단원들이 등장하고 퇴장하는 것을 비롯해 상단 메인 LED 판에는 연주곡에 맞는 다양한 영상들로 채워졌다.

“반딧불이 불빛은 아이들이 천사처럼 보이길 원해 이용했어요. ‘찬란한 꿈의 조각들’에서는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에서 영웅들이 순간 이동하는 방법을 사용했죠. 기존 오케스트라 공연처럼 사람들만 보여주는 것보다 LED 판을 이용해 다양한 시도를 한다면 그것 자체로도 좋은 공연이 될 것 같았거든요.”(조 대표)

“코로나19 유행에도 불구하고 첨단 기술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공연이지만, 기술이 전부는 아닙니다. 어린이들의 음악에 대한 열정과 해맑은 연주에 미디어 아트를 비롯한 새로운 기술들이 함께 이뤄낸 공연이었죠. 이 공연은 아이들이 뿌리는 음악의 씨앗입니다. 이 씨앗이 어떻게 자라날지 기대하면서 봐주세요.”(권 음악감독)

이복진 기자 b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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