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는 '격리 수용'이 원칙? 법무부의 황당한 지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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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가 전국 교정시설의 성소수자 수용자 처우와 관리방안을 담은 내부 지침에서 '여장남자', '쉬메일', '이상복장 선호자' 등 성 정체성으로 보기 힘들거나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담은 표현을 사용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법무부 지침에는 운동·목욕·접견 등 일상생활에서 성소수자 입소자를 다른 입소자들과 '격리'시키는 내용이 담겨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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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소자와의 '분리' 수용에 방점 찍혀있어
"성소수자를 어울려서는 안 되는 사람으로 다뤄"
법무부가 전국 교정시설의 성소수자 수용자 처우와 관리방안을 담은 내부 지침에서 ‘여장남자’, ‘쉬메일’, ‘이상복장 선호자’ 등 성 정체성으로 보기 힘들거나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담은 표현을 사용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법무부 지침에는 운동·목욕·접견 등 일상생활에서 성소수자 입소자를 다른 입소자들과 ‘격리’시키는 내용이 담겨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무부는 지난해 4월 ‘성소수자 수용자의 현황·처우 실태를 파악하고, 종합적인 처우 개선책을 마련하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성소수자 수용자의 처우와 관리방안을 담은 내부지침을 마련한 바 있다. 법무부는 지난해 12월 천주교인권위원회의 지침 공개 청구를 기각했으나,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지난 9일 행정심판에서 이 지침을 공개하라고 결정했다.
23일 <한겨레>가 확보한 ‘성소수자 수용처우 및 관리 방안’(2019년 7월 작성)을 보면, 지침은 성소수자 유형을 △트랜스젠더 △여장남자(남장여자)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로 나눴다. 법무부는 “여장남자”를 “성별이 남성인 자가 여성미를 강조한 의상을 착용하거나 호르몬치료 등으로 여성화되는 자”로 정의하고, 그 반대를 “남장여자”로 규정했다. 하지만 여장남자나 남장여자와 같은 ‘크로스드레서(Crossdresser)’는 ‘성별 정체성’과 별개로 이성 복장을 착용하는 취향을 가진 이들을 말한다. 성소수자 유형으로 보기 힘든 개인의 취향을 성 정체성처럼 분류한 몰이해를 드러낸 것이다. 나아가 법무부는 여장남자와 남자여장의 영어 표현을 각각 ‘쉬메일(Shemale)’, ‘히피메일(Hefemale)’이라는 표현을 썼다. 이들 단어는 트랜스젠더의 성 정체성을 비하할 때 자주 쓰인다.
지침이 성소수자 입소자를 다른 입소자와 ‘분리’시키는 데 중점을 둔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지침은 “성소수자는 별도의 수용동에 분리하여 수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며, “불가피한 경우 일반수용자들의 이목이 쏠리지 않는 위치의 거실에 수용 후 본인 의사를 참고해 거실 앞 칸막이 또는 가림막을 설치”하도록 했다. 또 성소수자는 운동·목욕·접견·이발 등을 별도로 받게 했으며, 종교행사도 다른 수용자와 좌석을 분리하도록 했다. 박한희 변호사(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는 “단순히 독방에 수용하는 것을 넘어서 운동이나 예배할 때도 격리시키는 등 사실상 성소수자를 접촉하거나 같이 어울려서는 안 되는 사람처럼 다루고 있다”며 “수용자라고 해도 최소한 가져야 할 사회성을 빼앗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무부는 지난 4월 인권위에 권고에 따라 해당 지침을 수정·보완한 바 있다. 개정된 지침에는 입소·처우에서 당사자의 의견을 듣는 절차가 새로 마련됐고, 성소수자 유형의 ‘여장남자’·‘남장여자’ 등의 표현을 ‘이상복장 선호자’로 바꾼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성소수자 시민단체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은 지난 7월 수정 지침의 공개를 청구했지만 법무부가 이를 거부해, 현재 행정심판에 들어간 상태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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