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살았던 경상도 시인의 귀향 덕분에 두 지역 친해졌네요"

최재봉 2020. 11. 23.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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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전주에서 예천으로 차를 타고 오면서 생각해 보니, 이 길이 40년 전 안도현 시인이 동서 갈등을 딛고 짚어 왔던 길이구나 싶어서 감개가 무량했습니다. 그보다 훨씬 더 거슬러 올라가 보자면 그 길은 백제 무왕 서동이 신라 선화공주를 만나러 넘었던 길이고, 경주 사람 최제우가 전라도 사람 전봉준과 손화중, 김개남을 만나 동학을 일으킨 길이기도 합니다. 전주가 안도현 시인에게 제2의 고향이 듯이, 이제 예천은 저희 전북 문인들에게 친한 벗이 살고 있는 옆 마을이 되었습니다."

지난 2월 말, 대학 진학 이후 40년간 살아 왔던 전주와 전북을 떠나 예천으로 귀향한 안도현 시인의 새 출발을 축하하고 격려하기 위한 나들이는 그의 고향 음식을 맛보고 예천의 문화유적을 답사하는 음식문화기행을 겸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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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문학인 예천음식문화기행
안도현 시인 고향 찾아와 답사
강영옥 문화관광해설사가 22일 오전 경북 안동 병산서원에서 안도현(왼쪽 네째)과 전북작가회의 회원들에게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 최재봉 선임기자

“오늘 전주에서 예천으로 차를 타고 오면서 생각해 보니, 이 길이 40년 전 안도현 시인이 동서 갈등을 딛고 짚어 왔던 길이구나 싶어서 감개가 무량했습니다. 그보다 훨씬 더 거슬러 올라가 보자면 그 길은 백제 무왕 서동이 신라 선화공주를 만나러 넘었던 길이고, 경주 사람 최제우가 전라도 사람 전봉준과 손화중, 김개남을 만나 동학을 일으킨 길이기도 합니다. 전주가 안도현 시인에게 제2의 고향이 듯이, 이제 예천은 저희 전북 문인들에게 친한 벗이 살고 있는 옆 마을이 되었습니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장을 맡고 있는 신형식 시인이 전북 문학인들을 대표해 인사말을 했다. 지난 21일 저녁 경북도청신도시의 한 호텔 연회장에서 열린 ‘전북문학인 예천음식문화기행’ 작품 낭독회와 만찬에서였다. ‘음식시학’(대표 이종주 시인)이 주최하고 경상북도관광공사가 후원한 이 행사에는 전북작가회의 소속 문인들과 문학모임 ‘그리운 여우’ 회원, 예천낭독연구회 회원 그리고 이철우 경북지사와 김학동 예천군수 등 40여명이 참석했다. 지난 2월 말, 대학 진학 이후 40년간 살아 왔던 전주와 전북을 떠나 예천으로 귀향한 안도현 시인의 새 출발을 축하하고 격려하기 위한 나들이는 그의 고향 음식을 맛보고 예천의 문화유적을 답사하는 음식문화기행을 겸하게 됐다.

이날 저녁 행사에서 전주의 유강희 시인은 ‘안도현 형을 보내며’라는 전별시를 직접 쓴 액자를 안 시인에게 선물했다. “경상도 사내가 전라도에 와서/ 전라도 사내보다 더 전라도 사내라는/ 말을 듣는 시인이 있다”로 시작하는 이 시는 지난 2월 전주에서 열린 환송식에서 낭독했던 작품이었다. 이어 이병초 전북작가회의 회장과 이종민 전북대 영문과 교수가 각각 전북작가회의 회원들 작품집과 <전북인물사전>, <전북의 재발견> 책자를 이철우 지사에게 전달했다.

안도현(왼쪽 세째)이 21일 오후 경북도청 안에 조성된 ‘마음한쪽정원’ 입구에서 전북 문인들에게 자신이 이름을 붙인 정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최재봉 선임기자
안도현 시인이 이름을 붙인 경북도청 ‘마음한쪽정원’ 입구 표지. 사진 최재봉 선임기자

그 사이 ‘닭개장’ ‘무말랭이’ ‘스며드는 것’ 등 음식을 소재로 한 안 시인의 시를 예천낭독연구회원 여지영씨와 임정희씨 그리고 전북작가회의 회원인 김헌수 시인이 낭송했다. 이어진 만찬에는 실제 음식 닭개장과 무밥 등이 나와 분위기를 돋우었다. 일행은 이튿날인 22일 아침은 전주콩나물국밥을, 점심으로는 예천 태평추를 먹으며 두 지역의 음식을 비교해 보기도 했다.

“무밥 한 그릇이/ 소반 위에 놓여 있다/ 소반이 적막하여서/ 무밥도 적막하여서/ 송송 채를 썬/ 흰 무의 무른 살에 스민/ 뜨거움도 적막하여서/ 무밥 옆에 댕그라니 놓인/ 양념간장 한 종지도/ 옛적에 젊은 외삼촌이/ 여자를 만난 것처럼/ 가난하게 적막하여서/ 들척지근하고 삼삼한/ 이 한 저녁을/ 나는 달그락달그락/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무밥’ 전문)

안 시인은 “음식을 시에 끌어들이게 된 건 선배 시인 백석에게서 배운 것”이라며 “채소와 나물에 육회를 얹고 고추장이 아닌 간장으로 간을 해서 먹는 이 고장 고유의 육회비빔밥을 ‘예천비빔밥’이라 부르면 어떨까 싶다”고 제안했다. 그는 “전북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의 문인들을 초대해 예천의 자연과 문화유적을 보여주고 글로 쓰도록 하는 기회를 자주 마련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전북 문인들은 이틀에 걸쳐 내성천과 도정서원, 초간정, 금당실마을, 선몽대, 병산서원 등 예천과 이웃 안동의 자연 및 문화유적을 답사하며 시심을 키웠다. 이병초 회장은 “앞으로 전북과 경북 문인들 사이의 만남이 좀 더 활발해져서 서로를 이해하고 문학적 대화를 나누는 자리가 넓어졌으면 한다”는 바람을 밝혔다.

예천/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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