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 지나 봄 오듯"..명작으로 보는 인생의 고락(苦樂)
[앵커]
인생의 가장 절망적인 순간과 영예로운 순간을 상반되게 보여주는 조선 시대 그림 두 점을 동시에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전시가 열립니다.
한겨울이 지나면 따뜻한 봄이 오듯 혹독한 코로나 시대를 견뎌내고 봄을 맞자는 뜻이 담긴 그림들.
안다영 기자가 소개합니다.
[리포트]
소나무와 측백나무, 집 한 채가 어딘지 모르게 쓸쓸해 보입니다.
거칠고 메마른 붓질로 황량한 겨울 풍경을 담은 이 그림.
제주 유배 중에 탄생한 추사 김정희의 대표적인 작품 <세한도>입니다.
매서운 추위를 일컫는 '세한'은 추사가 겪은 시련을 뜻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를 견디게 해준 제자에 대한 감사의 마음도 담겨 있습니다.
제목 부분에 제자인 우선 이상적을 향해 '이 그림을 보라'는 짧은 글귀와 '오래도록 서로 잊지 말자'는 뜻의 추사 인장이 이를 증명합니다.
서문에 쓴 '날씨가 추워진 뒤에야 소나무와 측백나무가 늦게 시든다는 걸 안다'는 문구도 제자의 한결같은 신의를 애둘러 표현한 겁니다.
[유홍준/명지대학교 석좌교수 : "세한도 그림의 핵심은 사실적인 묘사가 아니라 자신이 그리고자 하는 뜻을 마음을 거기에 실어서 표현한 거죠."]
세한도를 본 당시 청나라 문인 16명과 우리 문인들의 감상문이 함께 묶인 세한도 두루마리가 14년 만에 일반에 공개됐습니다.
미술품 수집가인 손창근 선생이 대를 이어 소장해오다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해 의미가 더 깊습니다.
세한도와 대조적으로 인생 최고의 순간을 그린 단원 김홍도의 <평안감사향연도>.
평안감사가 부임하면서 부벽루와 연광정, 대동강에서 열린 세 차례 잔치를 그린 기록화입니다.
조선 후기 평양 사람들의 일상과 풍류를 다채롭게 담아냈습니다.
[이수경/국립중앙박물관 학예관 : "어려운 상황에서도 변치 않는 신의를 강조한 <세한도>와 <평안감사향연도>를 함께 전시해 삶의 고락은 함께 견디고 나누어야 한다는 평범한 가치를 전달하고자..."]
내일 개막하는 이번 전시는 수도권에서 시행되는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에 따라 평소보다 인원을 30% 정도로 줄여 관람객을 맞습니다.
KBS 뉴스 안다영입니다.
촬영기자:강승혁/영상편집:권형욱/그래픽:김현석
안다영 기자 (browneye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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